수성구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두 달···여전히 밤에 일하는 이유

서구·북구 제외 6개 구·군 여전히 야간작업
쓰레기장 개방 시간, 인력, 예산 등 복합적 문제 해결 필요
대구시, "상반기 중 환경미화원 종합 대책 마련할 것"

16:00

6일, 새벽 시간에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던 대구 수성구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꼬박 두 달이 되는 날이다. 사고를 일으킨 음주 운전자는 구속됐지만, 여전히 깜깜한 새벽에 일해야 하는 대구 환경미화원들의 상황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 11월 6일 새벽 3시 43분 수성구 범어동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대구소방본부)

환경미화원 중에서도 음식물쓰레기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은 주간 근무, 3인 1조 근무 원칙이 상대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8개 구·군 중 서구, 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군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음식물쓰레기 담당 환경미화원들이다.

환경부가 환경미화원 주간 작업 원칙을 처음 제시한 것은 3년 전인 지난 2018년이다. 당시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안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2019년 3월에는 주간 작업 원칙 등을 담은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각 지자체로 배포했다. 그해 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도 주간 작업, 3인 1조 근무 등이 명시됐다. 하지만 지자체 조례로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다.

야간작업의 가장 큰 이유는?
일찍 열고 일찍 닫는 음식물쓰레기처리장
주간 작업 시, 민원·인력 등도 문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야간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개방 시간 때문이다. 처리장은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공휴일에는 오전 11시에 문을 닫는다. 처리장이 문을 닫기 전에 수거하고 운반하기 위해선 이른 시간부터 일을 해야 한다. 처리장(서구 상리동)과 위치가 가까운 서구와 북구가 야간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립장 개방 시간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는 야간 근무가 잦다. (주간 근무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SRF 소각장 같은 경우는 하루 반입량이 정해져 있어서 쓰레기양이 많은 구에서는 다른 곳 보다 서둘러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 (뉴스민 자료사진)

쓰레기처리장 개방 시간을 늦추면 야간작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밤사이 쌓인 쓰레기가 아침이면 말끔히 사라지는데 익숙한 주민들의 민원도 걱정이다. 출근 시간부터 교통량이 증가해 쓰레기 수거 차량이 움직이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다.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이 배치되고, 이를 위한 예산도 책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시행규칙으로 정해 놓은 3인 1조 근무조차 여러 예외 조항을 두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 <뉴스민> 확인 결과, 공무직을 기준으로 할 때 서구와 북구를 제외하면 수거 차량의 자동 상차 장치 유무에 따라 3인 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자동 상차 장치가 없으면 3인 1조로 근무하지만, 있으면 2인 1조로 근무하는 식이다. 자동 상차 장치는 음식물쓰레기 차량에만 있어서, 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쓰는 환경미화원의 업무 강도만 높아질 우려가 생긴다.

서구와 북구는 자동 상차 장치가 있는 차량에서도 3인 1조 원칙을 지키고 있다. 서구의 경우 최대 4명이 한 조로 움직이기도 한다. 올해 환경공무직 인력을 충원하는 곳은 동구가 유일하다. 동구는 공무직 정원을 지난해보다 5명 더 늘이기로 했다.

3인 1조 근무는 용역 업체로 가면 더 무의미한 원칙이 된다. 구·군청이 용역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땐 쓰레기 처리량을 기준으로 용역비를 상정하고, 인력 활용은 업체 재량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대구시, 환경 개선 위한 의견 청취 시작
“2020년은 과도기···종합대책 마련 계획”

환경미화원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대구시는 지난 4일 8개 구·군청과 대행업체, 노조 등에게 주간 작업 원칙, 인력 문제, 한국형 청소차 도입 등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과 관련한 제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대구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주간 작업을 못 하는 이유가 쓰레기처리장 반입 시간 문제뿐 아니라 민원, 인력, 예산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한다. 2019년 처음 환경공무직 작업 안전 지침이 나오고 시행규칙이 마련되면서 지난해가 과도기적인 해였다”며 “수성구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상반기 중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국회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은 환경미화원 안전기준에 예외를 두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 법안을 발의했다. 소 의원이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시행규칙에 규정된 주간 작업, 3인 1조 작업, 보호장구 필수 지급 등 안전 기준을 상위법 단서 조항으로 상향시켜 예외 없이 지키도록 했다.

소 의원은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폐기물관리법이 이미 개정된 바 있지만,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두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미화원분들의 안전과 생명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