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1명 코로나19 검사’ 포항···‘준비 미흡’ 시민 불편·감염 우려

사흘 간 9만 명 검사···"자발적 생활방역에 찬물" 지적도

15:11

경상북도 포항시가 가구당 1명씩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미흡한 준비로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 한파에도 장시간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대기하는 동안 밀집도가 높아져 감염 우려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포항시는 26일부터 포항시민(일부 읍면지역 제외) 가구당 1명 이상이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포항시는 행정명령 이유로 최근 확진자 증가 추세를 꼽았다. 전파력이 높은 20~30대가 우선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온천, 목욕탕, 카페, 식당, 죽도시장 상인 등 일부 직종 관계자는 반드시 검사를 받도록 했다.

▲포항 남구보건소 임시선별진료소

진단검사가 시작된 26일부터 27일까지, 포항시는 임시선별검사소 20곳에 진료팀 44개 팀(1팀당 5명)을 편성했다. 하지만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몰리면서 대기 행렬이 길어졌고, 오랜 시간 대기하는 문제가 생겼다.

검사 시작 당일인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검사를 받기 위해 읍·면 지역에서는 버스를 타고 나와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진료소에 사람이 몰려 방역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이강덕 포항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도 올랐다.

비판 여론이 일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명령으로 불편을 초래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후 포항시는 진료팀을 44개 팀에서 73개 팀으로 추가 편성했으며, 검사소도 5개를 추가한 25개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행정명령 사흘 차인 28일 포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3곳(남구보건소, 포항의료원, 포항성모병원)에서도 정체 현상이 전일보다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한 대기 행령은 확인됐다. 시민들은 대체로 행정명령이 과하며,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포항의료원 임시선별진료소

이예령(25, 상도동) 씨는 “좋은 점도 있겠지만 잠복기를 고려하면 왔다가 오히려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을 거 같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낮 시간대에 오는 것도 힘들 것”이라며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알아서 철저하게 쓰고 있다. 오라고 하니까 오는 거지 나 말고도 불만은 다들 있을 거 같다. 먼저 와본 사람들이 줄이 너무 길다고 해서 안 오다가 이제 사람이 줄었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문덕동에 사는 A(66) 씨는 “2시간 기다렸다. 아는 사람은 오늘(28일) 오전 8시에 와서 4시간 기다렸다더라. 검사를 안 받을 수는 없는데 너무 복잡하니까 걱정된다”며 “한 달 전에 받았는데 또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천읍에 사는 B(61) 씨는 “오천읍이라서 행정명령에서는 빠졌지만, 목욕탕을 하고 있어서 검사받으러 왔다. 1시간 20분 기다리다가 검사했는데 방역 수칙이 잘 안 지켜지는 것 같다”며 “줄이 길고, 검진문을 쓰는데 볼펜을 여러 사람이 썼던 거라 찝찝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천읍에 사는 C(70대) 씨는 “검사받으라는 통지를 받은 건 없지만, 무조건 검사는 철저히 하는 게 좋다. 1시간 30분 기다렸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기상 상황도 어려움을 더했다. 전국이 강풍을 동반한 한파에 영향을 받은 상황에서 진료소에서는 브러시 등 검체 채취 도구가 날려 의료진이 회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포항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행정명령은 포항에서 감염자가 증가하고 무증상 감염자도 늘어난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경북에서 포항만 유독 많이 발생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경북도내 신규확진자 중에서는 포항시 확진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2일 경상북도 확진자 15명 중 8명, 23일 18명 중 12명, 24일 7명 중 5명, 25일 15명 중 13명, 26일 8명 중 6명이 포항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자 수로 보면 29일 기준 경산시가 823명으로 가장 많고, 포항이 421명, 구미 358명, 경주 227명, 안동 196명 순이다. 이중 안동시의 경우 태권도 학원발 감염으로 다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안동시에서도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도 검토되고 있다.

행정명령이 시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27일 인권운동연대 등은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헌신적으로 방역에 동참하는데 일부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남용하고 있다”며 “불응 시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행정명령은 숙고해야 하는데 자의적 판단으로 기본권 존중보다 행정편의적으로 발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26일부터 28일까지 행정명령에 따른 검사 수는 26일 1만 6,000여 명, 27일 3만 7,000여 명, 28일 3만 7,000여 명이다. 이 과정에서 8명이 확진됐으며, 아직까지 가족 내 전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의료원 임시선별진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