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미팅이 데이트폭력 예방? 여성단체 “오빠는 필요없다”

16:39

여자 페친분들 주목~~!!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20대 초반에서~30초반 사이의 전도유망한 젊은 경찰관들과의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잇남들과의 치맥파티. 얼른 신청하세요. 오빠가 지켜줄께!!!”

▲지난 2월 15~16일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경찰'에 올라온 게시물. 이 게시물은 논란이 일자 삭제됐다. [출처=대구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지난 2월 15~16일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경찰’에 올라온 게시물. 이 게시물은 논란이 일자 삭제됐다. [출처=대구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대구 남부경찰서(서장 서상훈)가 데이트폭력을 예방하겠다며 남성 경찰과 일반 여성의 미팅 행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부경찰서는 지난 2월 20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한 치킨 가게에서 20명의 남성 경찰과 일반 여성 20명을 모아 미팅 행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행복한 만남을 다짐하고 폭력을 발견하게 되면 112신고를 약속하는 데이트폭력 근절 이벤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찰은 15일과 16일 대구지방경찰청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경찰과의 심쿵 달쿵한 소개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XX치킨이 함께한다 전해라~!”는 홍보 문구로 여성 참가자를 모집했다. 또, 참가자에게 3만 원씩을 받았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호응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데이트폭력’ 근절을 매개로 한 ‘미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구남부여성단체

2일 오전 11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대구남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팅 이벤트가 아닌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치맥파티를 통해 경찰오빠가 지켜준다는 발상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취약한 존재라는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여성에게 더 이상 오빠는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시민과 소통하면서 데이트폭력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기획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데이트폭력이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성을 모집해 젊은 남성 경찰과 소개팅을 주선한다는 발상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본질과 관점을 분명히 하고 정책을 펼쳐나갈 때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 및 범죄근절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젠더와 인권의 관점이 분명한 예방정책으로 정책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여성단체의 비판에 대해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데이트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 목적이었다”며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점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여 고칠 점은 고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