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가스폭발 21주기, “참사는 지금도 진행중”

유족회, "계속되는 참사...추모관 건립해 안전 교육장 만들어야"

16:35

“당시에는 너무나 경황이 없었고, 이후에는 자식 잃은 슬픔으로 지내왔습니다. 지난 대구지하철참사, 특히 세월호참사를 보면서 우리 유가족들이 지난 21년을 잘못 보냈구나 죄책감이 듭니다”

28일,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참사 희생자 21주기 추도식이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학산공원 상인동가스사고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4.28유족회가 주최한 이번 추도식에는 이태훈 달서구청장, 윤재옥 국회의원, 배지숙 대구시의원, 배용식, 황순자 달서구의원과 유가족,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회는 권영진 대구시장도 초청했지만, 윤진원 대구시 복지정책관이 대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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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은 국민의례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윤일현 시인이 조시 ‘꽃처럼 나비처럼’을 낭송했다.

윤일현 시인은 “이 시를 참사 당시 1995년에 탈고했지만, 그 내용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테러, 팽목항의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21년 동안 그 충격이 그대로다”고 말했다.

정덕규 4.28유족회장은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터지는 오늘이다.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계속된 참사를 보면서 유족들이 그동안 시간을 잘못 보냈구나 죄책감이 들어 작년부터 다시 공식적으로 추도식을 하고 있다”며 “도시가스는 민간업체였지만, 대구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터진 폭발 참사였다. 제가 시장이었다면 다른 일 제쳐놓고 이곳에 와서 슬픔을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성금으로 위령탑을 건립했으나, 당시에는 참사의 아픔을 보여주고 안전 교육을 강화할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렸다”며 “영남중학교 세심관이 리모델링 하면서 영정사진을 다 내렸다. 이곳에 추모관을 건립해 영정사진을 다시 걸고, 시민의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남중학교 세심관은 당시 희생된?영남중학교 학생 43명과 교사 1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세심관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영정 사진을 내리고 희생자 동판을 세우기로 했다.

정덕규
▲정덕규 4.28 유족회장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추도사에서 “안전불감증과 업체의 사소한 부주의가 큰 아픔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이런 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생명을 중시하고 안전이 보장되는 달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 일상에서 안전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달서구의회는 11시에 예정된 본회의 때문인지 참석이 저조했다. 이날 참석한 황순자 달서구의원(새누리당)은 “참사 당시 유가족과 보상 협의가 잘 안 돼서 장례를 오랫동안 못 치른 걸로 기억한다. 당시 제가 속한 부녀회에서 장례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다”며 “그 전에는 추도식이 있는지 몰라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참석하고 있다. 지금도 당시가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유족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참사는 1995년 4월 28일 지하철 1호선 상인역 연장 공사 중 일어났다. 당시 등교 중이던 영남중학교 학생들과 시민 등 101명이 희생됐고, 202명이 부상당했다. 사고 원인은 건설업체의 불법시공과 안전관리 소홀로 지적됐다.

4.28유족회는 2005년까지 대구시 등과 함께 공식 추모행사를 해왔다. 2006년부터 유가족 중심으로 이어왔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인 2015년부터 추모식을 다시 공식 행사로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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