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극우단체-보수언론의 사드 공세는 문재인 정부 흔들기

[기자칼럼] 성주에 와서 성조기를 흔드는 극우단체

15:13

지난 15일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이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방문해 성조기를 흔들었다. 당시 주민들은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앞서 다섯 시간 가량 사드 부지로 가는 길목에 놓인 탁자와 파라솔을 치우려 달려든 경찰과 승강이를 벌인 탓이다. 성조기를 흔든 회원들은 차를 타고 주민 앞을 지나치려 했다. 경찰과 대치를 끝내고 저녁을 먹던 주민들은 그들로부터 “빨갱이”라는 말을 듣자 격분했다. 주민들은 진로를 막고 사과를 요구했고, 2시간가량 대치 끝에 극우단체 회원들은 사과하고 자리를 떴다. 그들은 18일 다시 찾을 것을 예고했고, 18일 40여 명이 소성리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6월 12일자 <문화일보> 보도

극우단체의 주민 자극은 자유당과 보수 언론의 주민 공격과 박자가 맞았다. 먼저 운을 뗀 건 언론이다. <문화일보>는 12일자 보도에서 사드용 기름을 막는 주민과 이를 제지하지 않는 경찰을 비난했다. 자유당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백주대낮에 기밀이 무엇보다 중요한 군수차량을 민간인들이 불법적인 검문검색이 자행되어도 눈뜨고 모른 체하는 경찰과 국가는 눈 뜬 봉사인가”라고 규탄했다. 이틀 뒤, 극우단체는 소성리를 찾아 성조기를 흔들었다.

자유당의 사드 공세는 바닥 치는 지지율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새 정부 인사청문회에서 자유당은 후보들의 크고 작은 흠결을 지적했지만, 국민 반응은 냉랭했다. 이제 자유당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카드는 ‘안보’다. 그들은 사드 공세로 문재인 정부의 목줄을 쥐고 싶은 듯하다.

지금 벌어지는 자유당-극우단체-보수언론의 플레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성주 흔들기와도 꼭 닮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만나 사드 ‘제3부지’를 언급하자, 보수단체가 성주군청에 와서 제3부지 수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관용 도지사도 제3부지를 주장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제3부지를 요청하기 하루 전, 황희종 국방부 기조실장이 성주군청에서 제3부지를 요청하는 문건의 문구를 누군가에게 통화로 전하다 <뉴스민>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국방부와 성주군청도 보조를 맞춘 셈이다.

국민적 분노 속에 박근혜가 탄핵됐는데도, 그 적폐는 ‘사드’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검증도 거치지 않았고, 어떤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절차라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주문했다. 환경영향평가란 사업 시공 전 단계에서 완료해야 한다. 사드는 배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적어도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성주에 와서 성조기를 흔드는 극우단체가 잡을 줄은 목줄일까 썩은 동아줄일까. 자유당과 언론이 주민들을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어느 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