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위한 페미니즘”…두 번째 대구 미투 집회 열려

대구·포항서 '미투' 집회 이어져..."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21:09

대구와 경북 포항에서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지지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21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중앙파출소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렸다. 지난 7일에 이어 대구에서 두 번째 열린 미투 집회에는 시민 30여 명이 참가해 발언과 ‘홍벽서’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했다.

▲대구시 중구 중앙파출소 앞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첫 집회에 참석했던 김은서(16) 씨는 이날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집회 시작 2시간 전 모르는 남성에게 받은 페이스북 메시지 내용을 읊었다. “페미는 없어져야 한다”, “여혐”, “나랑 하자. 남친 생기면 할 거면서”.

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 은서 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 은서 씨는 “그 메시지를 받고 여기에 꼭 와야 할지, 대리 발화로 바꾸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며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그런 협박에 우리가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서 씨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며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을 이야기했다. 상의를 탈의한 사진을 보여주던 택시 기사, 아는 언니 자취방 앞에 ‘뭐해’라고 물으며 서 있던 모르는 아저씨, 전 남자친구, 야동 얘기를 하다 걸렸을 때 여학생만 혼내던 선생님까지.

▲발언하는 김은서(16) 씨

은서 씨는 “저는 시험을 당장 일주일 앞둔 고등학생이다. 내신은 대학에 갈 때 당장 필요한 거지만, 페미니즘은 앞으로 세상에 살면서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기로 했다”며 “어머니께서 제가 이렇게 서서 발화하는 것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엄청 걱정하신다. 이런 운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부모님이 제 신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한쪽에 마련된 ‘홍벽서’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적었다. “ㅇㅇ고등학교 선생님들, 시집가라고 그만 하세요”, “수업 때 야한 사진 스크린에 띄우고 농담하던 정ㅇㅇ 선생님, 성희롱 불편했습니다”, “좌석 버스 창가 자리, 갑자기 뒤에서 손이 쑥 나와 가슴을 만졌다. 나는 이제 창가 자리에 앉지 못한다”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나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가해자는 감방으로”,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벽서’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붙이는 시민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지난겨울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이후, 우리는 지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곳에서는 예외 없이 피해가 폭로되고 있다”며 “대구미투특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경험을 상담하고 필요하면 법률 지원, 의료 지원도 하고 있다. 피해 경험자가 끝까지 치유될 때까지 남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북 포항시 북구 북포항우체국 앞 사거리에서도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열려, 5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포항여성회는 ‘위드유(#with_you, 피해자와 함께하겠다) 캠페인 선포식’을 열고, “미투 운동은 피해자의 폭로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제 우리는 성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여성회는 이날 선포식 이후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도 위드유 서약을 제안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집회는 대구, 포항, 서울, 광주, 전주, 김해 등 전국 6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포항시 북구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사진=포항여성회)
▲포항시 북구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사진=포항여성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