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경상북도 남북교류 준비 얼마나 했을까?

대구시-경북도, 남북교류협력사업 현황
대구시, 국제마라톤대회 북측 선수단 초청 추진 중
경북도, 경제협력 계획 많지만 통일부와 협의 아직

12:11

‘4.27 판문점선언’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국무회의에서 비준하고, 29일 관보에 게재해 공포 절차를 마쳤다. 자유한국당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지만, 남북관계 개선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단체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통일정책 기초연구를 완료했고, 경상북도는 올해 9월 남북교류협력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대북제재가 유효한 현재는 문화 교류를 시작으로, 이후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남북교류 준비 어디까지 했을까?

▲4월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대구시, 내년도 전담 부서 설치
마라톤대회 북측 선수단 초청
국채보상운동 남북 공동 연구도 추진 중
태조 왕건, 독립운동 유산 등 교류

대구시는 오는 2019년 1월 남북교류 관련 정책 전담 부서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 통일 관련 단체들과 ‘대구 지역 남북교류협의체(가)’를 구성해 상시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해 본격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준비한다.

대구시는 지난 2005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07년부터 민간단체와 ‘북한 어린이 내복 보내기 운동’과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내린 ‘5.24조치’로 모든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한 후, 2015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을 시작했다. 2015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폐지한 경상남도를 포함하면 전국에서 14번째였다. 올해 9월 기준, 50억7천4백만 원을 모았다. 목표 금액 50억을 넘겼다.

지난해 대구시는 ‘대구시 통일정책 수립 기초연구’를 통해 남북관계 상황에 따른 정책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전담 조직 확충, 시민 참여 통일 프로그램 등 기반을 다진다. 문화,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대북제재 해제 후 인도적 지원과 개발 협력을 위해 북한 관련 기관과 소통 창구를 마련한다. 북한 도시와 경제협력 계획도 있다.

판문점선언 이후 대구시는 5가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발굴했다. ▲대구국제마라톤 북측 선수단 초청 ▲국채보상운동 남북 공동 조사 연구 ▲물 부족 지역 간이 정수 시스템 설치 ▲정수장/하수처리장 에너지 고도화 사업 ▲메디시티 대구 의료 봉사 나눔 등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국제마라톤 북측 선수단 초청과 국채보상운동 남북 공동 조사 연구 사업은  통일부와 사전 협의를 마쳤다.

내년 개최되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북측 선수단을 초청하기 위해 대구시는 북한과 체육 교류를 해 온 민간단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북측 선수단 초청이 성사되면 대구시가 마련한 기금을 처음 쓰게 된다. 대구시는 예산 1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열린 대구국제마라톤(사진=대구국제마라톤 홈페이지)

국채보상운동 남북 공동 조사를 위한 작업도 추진 중이다. 우선 중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를 통해 공동 조사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통일부와 승인한 대북지원 지정단체와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가 당사자로 나서서 추진할 수 없다. 또, 통일부와 사전 협의 후 남북 간 사업 협의와 합의서 작성이 끝나면, 통일부에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권영진 시장은 지난 11일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와 인터뷰에서 “지방도시라고 해서 통일 문제에 변방으로 있을 수 없다. 적극 나설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지방에 남북관계 관련 권한도 빨리 분산해줘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구시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한 ‘대구시 통일정책 수립 기초연구’에 따르면, 섬유산업, 신재생에너지, 도시개발, 물 산업(상하수도 정비) 등 개발 협력 사업이 가능할 거로 보고 있다. 또, 고려 태조 왕건 관련 문화 자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국채보상운동 등 문화유산과 연계한 협력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안도 있다.

특히 북한 라선, 청진, 함흥, 원산, 신의주, 남포 등을 교류협력이 가능한 도시로 꼽혔다.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받은 청진시와 함흥시는 동해안 중심 도시로 경제협력과 역사문화 교류,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 가능성도 크게 평가됐다.

대구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지난 4월 이후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제협력 분야 사업 발굴을 많이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협력 분야는 아직까지 단순 계획 수준이다”며 “추가로 사업을 계속 발굴하는 중이고, 실현 가능성이나 정책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주엑스포에 북한 노동당 비서 참석하기도
경북도, 영일만항 특화해 물류·관광 활성화
경제협력 분야 사업 계획 대부분
통일부와 사업 협의는 아직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남북교류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지사는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곧바로 “적극 환영”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 현수막도 내걸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9월 평양공동선언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없는 공허한 선언이라고 비난하고 있을 때다. 이 지사는 환영 메시지와 함께 ‘경북도 남북교류협력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경북도는 2008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3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했다. 올해 9월 기준 35억을 모았고, 오는 2025년까지 1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북한관을 운영해왔다. 2000년에는 김용순 당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남북농업협력 농장인 개성 송도리 협동농장에 사과원을 조성하는데 경북도가 사과나무 7천 그루를 심었다.

경북도는 우선 문화 교류 사업으로 예천국제양궁교류전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고 전지 훈련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안동국제탈춤축제에 북한 공연단을 초청하고, 남북 탈 문화에 대한 학술회의, 전시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양파 종자, 농기계 지원 등 인도적 지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경북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간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2013년 한국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지난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잠정 중단됐다. 경북도는 하산-나진을 거쳐 나진항에서 포항항으로 러시아산 유연탄을 수입하는 통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포항 영일만항을 특화해 포항 영일만항-북한 나진항-러시아 자루비노항을 잇는 운송로를 구축하고, 국제여객부두도 조성할 계획이다. 바닷길이 열리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환동해 크루즈’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경북도 ‘남북교류협력 추진계획’ 중(자료=경북도)

특히,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이 언급되면서 경북도는 포항과 울산을 잇는 동해남부선 개통을 2020년까지 조기 개통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동해선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잇는 교통망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또, 포항과 함흥, 하산을 잇는 ‘아시안하이웨이 6번’ 연결을 위해 포항-영덕 간 도로도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대구시보다 남북교류협력사업 계획이 비교적 많지만, 현재까지 통일부와 협의된 사항은 없다. 경북도 내에서 철도, 도로 건설은 조기 완성할 수 있지만, 계획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질적인 경제협력은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행할 수 없다. 이철우 지사가 새마을운동을 북한에 전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경북도 미래전략추진단 남북교류협력팀 관계자는 “대북제재 때문에 사업 계획만 수립한 단계다. 앞으로 통일부와 협의하고 승인받는 과정이 남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