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4~16살 어린 소녀·소년 노동자들이 하루 15시간을 일하고도 각성제를 먹으면서 일하던 시절, 하루 임금은 당시 커피 한 잔 값인 50원. 열악한 작업환경,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폐렴에 걸리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해고를 당했다. 현실을 보다 못한 전태일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근로환경 개선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참담한 묵살뿐이었다.
2015년. 그로부터 45년이 흘렀다. 그러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은 차별과 배제로 일하는 모든 사람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일할 곳 없는 청년은 마른 꽃처럼 시들어가고, 일자리를 잃은 노인들은 남은 삶을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전태일이 목 놓아 부른 대학생 친구는 높은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탓에 채무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분신한 청년노동자 전태일. 그의 고향 대구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를 연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위 결성과 대구시민문화제를 연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6일부터 31일까지 270여 명의 시민과 단체가 추진위원으로 참여했고,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노태맹 <뉴스민> 대표, 정중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허은영 씨가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추진위는 전태일 열사 45주기가 되는 오는 11월13일을 전후로 12일부터 21일까지 대구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다. 12일에는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우리시대의 노동’ 토론회와 ‘전태일을 기억하고 상상하라’ 집담회를 열고, 13일 2.28공원에서 ‘대구시민문화제’를 연다. 또, 21일에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와 함께 발자취를 답사하는 ‘전태일 삶의 자취를 찾아서’, ‘전태일의 정신, 문학의 길’이라는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12일부터 21일까지 오오극장 갤러리에서는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와 대구지역 시인의 시화전이 열린다.
추진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암담한 현실은 전태일을 다시 불러왔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료애를 놓치지 않았던 사람,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쳤던 사람, 불의에 맞서 불꽃의 실천을 해낸 사람 전태일을 다시 기억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이어 “대구는 네 명의 대통령을 낸 권력자의 고향으로만 기억됐다. 그리하여 보수와 수구의 도시라는 원치 않는 낙인이 찍혔다”며 “이제부터라도 대구는 전태일과 같은 저항 정신에 대한 기원과 기억을 대구가 지켜야 할 정신으로 불러와야 한다”고 밝혔다.
전태일대구시민문화제는 ‘대구참여연대’와 ‘뉴스민’이 공동제안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한다. 1만원 이상의 기금을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이라면 오는 21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소셜펀치를 통해서 크라우드 펀딩에도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