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예고,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평가···교육청 감사 착수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 맡고 평가, 공정성 소실 우려
방과후 학교 참여 강요 의혹
시설 낙후된 기숙사, 사생활 보호 안된다 지적도

10:45

대구 소재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을 평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방과후 수업 참여를 강제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재학생들이 기숙사 안전설비·사생활 보호의 허술함을 지적하자 대구교육청이 현장 감사에 나섰다.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 학생 평가까지

경북예고는 미술과 정규 교과목 수업에 미술학원강사가 정규 수업의 강사로 채용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 측은 법규를 어기거나 자격이 없는 강사를 채용한 적은 없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2019년부터는 현직 학원강사를 모두 정규 수업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한다.

학원강사의 정규 수업 문제는 2018년 국민신문고에 신고됐다. 학원강사가 정규 수업을 하면, 학생으로서는 해당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대학 입시에는 내신과 추천서가 중요한데, 평가 권한이 있는 학원강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학생 A 씨는 “방과후 수업을 학원강사가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전공 수업을 하는 건 문제”라며 “전공 수업에 들어오는 학원강사를 인지하면 교체하고 있지만, 방과후 수업에는 여전히 학원강사가 있기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그 학원에 많이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졸업생 B 씨는 “작년 특정 과에 서로 다른 화실 선생님이 두 명 있었다. 학생들도 몇 명 빼고는 그 두 화실로 나뉘어 다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종진 경북예고 교감은 “당시 학원 하던 선생님 중에 방과후 학교 수업을 맡으면서 주간 수업도 맡는 경우가 있었다. 생활기록부 보고서나 특정 대학 추천서도 쓰게 됐다”라며 “자격은 있었지만, 학원에 다니는 학생을 유리하게 적는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올해부터는 모두 배제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정규 수업 중인 학원강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교감은 “학원과 겹치는 사람이 없도록 선발했는데 해당 선생님은 학교에 학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4월 2일부로 사임했다”라고 설명했다.

▲경북예고

“방과후 수업 강제 등록 압박”

방과후 수업도 문제로 지적됐다. 원하지 않는 수업에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과 안에서도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마다 입학 전형이 다르기 때문에 수요도 다양한데,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학교가 레슨 등록을 강제한다는 주장이다. 학교 측은 사교육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편이며, 강제가 아닌 권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실상 강제 등록이며, 레슨을 듣지 않는데도 레슨비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다른 과(음악, 무용)와 달리 미술과는 그룹 방식으로 레슨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레슨을 듣는 학생 숫자가 적어지면 한 학생당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종진 교감은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가능한 한 저렴하게 레슨을 받을 수 있게 강요가 아닌 권장을 한 것”이라며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 강사 급여도 문제가 된다. 권장도 하지 않으면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레슨 신청을 안 하는 학생도 있고 중간에 빠지는 학생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졸업생 B 씨는 “레슨 하는 선생님들도 특정한 입시 유형만 하시는 분들이다. 다른 유형을 해야 하는 학생은 그걸 배울 이유가 없다”라며 “빠지려는 학생은 대부분 유형이 다른 경우인데, 못하겠다고 해도 강요한다. 돈 내고 빠지라고도 한다”라고 반박했다.

교육청 감사관실은 11일부터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관내 학교에는 인권 침해 관련 제보자를 찾거나 인권 침해를 하지말라는 공문도 보냈다.

스쿨미투 대구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일부 교사가 제보 학생을 색출하는 행위가 나타나고 있고, 제보자에게 대해 징계를 주겠다는 협박이 있었다는 상황이 들려온다. 일부 교사는 확인되지도 않는 사실을 근거로 특정 학과 학생들을 비난하거나, 편가르기 행위 등의 비교육적 행동까지 제보되고 있다고 한다”라며 “용기내어 제보했던 학생들은 입시에 대한 권한을 가진 일부 교사의 횡포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으며, 학교 측이 이같은 상황을 묵살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종진 교감은 “이야기 불거지는 내용이 1~2년 만의 일은 아니다. 오랜 기간 거친 문제고 레슨 문제 등에서 발 빠르게 대처 못 한 아쉬움 있다”라며 “학교도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숙사 시설 낙후, 사생활 침해 문제도

학원강사의 정규 수업, 레슨 강요 등 문제로 여론이 조성되자, SNS를 중심으로 경북예고의 다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낙후된 기숙사 시설 문제도 그중 하나다.

재학생들은 SNS에 기숙사 시설 사진을 공개했다. ▲두 명이 나란히 서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 샤워기가 밀집한 사진 ▲앉아서 다리도 펴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화장실 사진 등이다.

▲경북예고 기숙사 샤워실 [사진=트위터 경북예고공론화계정 제공]
▲경북예고 기숙사 화장실 [사진=트위터 경북예고공론화계정 제공]

이들은 기숙사비가 상당하고 기숙사 증개축 공사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데 시설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북예고 기숙사비는 분기(3달) 당 105만 원(조식·석식비 포함)이다. 또한, 경북예고 2019학년도 세출예산명세서에는 기숙사증개축 공사 항목에 8억 원이 편성돼 있다.

경북예고 기숙사는 5관까지 있다. 1관은 2004년 건립돼 정원 30명 중 20명이 사용한다. 2관은 1997년 건립돼 정원 25명 중 22명이 사용한다. 3관은 2005년 건립돼 정원 102명 중 95명이 사용한다. 4관은 2008년 건립돼 정원 26명 중 21명이 사용한다. 5관은 1967년 건립된 건물 일부를 임대 받아 기숙사로 활용 중이며, 정원 76명 중 64명이 사용 중이다.

한 졸업생은 “기숙사 2관에는 정수기가 없다. 물을 마시러 3관에 가야 한다. 2관에는 안전용 완강기도 없었는데 2018년 12월에서야 설치됐다”라며 “완강기 설치도 아무런 통지가 없어서 속옷이나 양말을 빨래건조대에 널어 놓고 갔는데 학교 마치고 와 보니 건조대가 옮겨져 있고 옷들이 떨어져 있었다. 부끄러웠고 항의했다”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4월 들어 기숙사 화장실, 샤워실 등 보수공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