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청년NGO활동가] (14) 생명평화아시아 이명은

15:10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9년에는 20개 단체와 20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수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명은이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명은 활동가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업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시민단체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다.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구에 여러 분야의 시민단체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2년 다녀오기도 했고, 사범대학을 나와서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는 어땠는지?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두 나라로 다녀왔다. 관심이 있긴 했지만, 처음부터 두 국가를 선택해서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결심하고 여러 군데 비자 신청을 했는데, 비자가 나온 곳이 뉴질랜드와 아일랜드였다. 뉴질랜드에 일 년 있다가 바로 지도상 상당한 거리가 있는 아일랜드로 이동했다. 가기 전에는 뉴질랜드 해변에서 매일 수영하는 삶을 약간 기대했었는데 그렇게 지내지는 못했다. 도착해서는 낯선 곳에서 일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다. 현지에 정착한 한국인 사장님과 일해보기도 하고, 도시를 옮겨서 각국의 워홀러들과 사과 포장을 했다. 아일랜드 한글학교에서 수업하기도 했다. 여러 일을 해보고 사람들도 다양하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어떻게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아일랜드에 있다가 작년에 한국에 왔다. 대구가 고향이지만, 대학 생활은 타지에서 한 터라 막 돌아왔을 때는 대구에 기반이 별로 없는 상태였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가 DMZ평화기행이 눈에 들어왔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에서 하는 1박 2일 탐방이었다. 아는 사람 없이 혼자 신청해서 갔다. 모둠을 정해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봤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후 기행을 주최한 단체의 상근자 분께 시민단체 활동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청년NGO사업을 추천해주셔서 신청하게 되었다.

원래 공익활동에 관심이 있었는지?
=원래는 잘 모르는 영역이었다. 중앙로 가운데 있던 민들레 영토 자리에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청년센터, 사경센터가 생긴 것을 보고는 ‘민들레 영토 자리에 들어온 저건 뭐지?’ 생각했었다.

생명평화아시아는 어떤 단체인가?
=많은 분들께 이런 질문을 들었다. 생명평화아시아가 오래 된 단체가 아니라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초반에는 나도 알아가는 단계여서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싶었지만, 점차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고 있다. 생명평화아시아는 사단법인이고 이름에 들어 있듯 ‘생명’, ‘평화’, ‘아시아’ 세 영역을 활동 범위로 하고 있다. 환경과 생태 관련 연구를 하고, ‘아시아’와 관련해서는 이주 노동 문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단체 내에는 연구·기획팀이 있고, 최근 영덕 반핵운동을 연구한 자료집을 발간했다. 경북 봉화군 석포에 있는 영풍제련소의 환경 파괴 문제와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영풍제련소 문제를 법률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11월쯤에는 필리핀 출장이 예정되어 있는데 ‘아시아 평화 대학’을 방문하려고 한다. 지역 마을 공동체의 역할과 아시아 연대 사업을 하는 곳이다. 활동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 곳이라고 하여 직접 눈으로 볼 게 기대된다.

단체의 분위기는 어떤가?
=아주 좋다.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적응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일반 직장에 있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사내 문화 없이 각자의 활동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다. 근무하는 곳은 ‘생명평화 나눔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요가 수업이 있다. 건물의 8층인데 생평평화아시아 뿐 아니라 몇몇 시민단체가 함께 입주하여 공간을 사용한다. 여러 단체 활동가가 모여 몸을 풀며 재충전을 하는 요가 시간이 늘 기다려진다. 방 하나가 좌식으로 되어 있어 그곳을 요가 수업 때 사용하고 있다. 요가 선생님께서는 생명평화아시아 회원이시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의 녹색소비자연대 부스에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고 아이스버킷챌린지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명은 활동가(왼쪽에서 세 번째)

생명평화아시아에서 이명은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을 시작할 때 저에게 어떤 영역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봐주셨다. 그와 관련하여 저에게 업무를 배분해주셔서 일을 하고 있고, 다른 단체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업무에 대해 많이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감사하다. 영풍제련소 연구 사업과 관련하여 관계자 인터뷰 녹취록을 작성하는 일을 했고, 이를 통해 영풍제련소 문제를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단체 활동을 하기 전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웠는데 그 능력을 살려서 단체에서 필요한 포스터 만들기도 하고 있다.

단체 활동으로 어떤 것들을 배우는가?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기 전 나의 삶의 영역에는 시민단체 활동이 겹치지 않았고,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는 없는 영역과 마찬가지였다. 청년NGO활동확산사업에 참여하는 청년NGO활동가들 중에는 원래부터 NGO에 참여해서 이어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지?
=지구의 날 행사 때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다 비우고 환경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했다. 활동하고 얼마 안 있어서 가게 된 행사였다. 그 전까지 소속 단체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였고 시민단체 활동을 해보는 게 처음이라,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 추상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지구의 날 때 행사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을 만났다. 플라스틱 컵 사용의 실태를 직접 설명해서 알리고, 텀블러 사용 서약을 한 분들께 텀블러를 나눠드렸다. 구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환경 문제를 시민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체감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지금 생명평화아시아에서 집중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영풍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과 경북도청에 기자회견을 다녀오기도 했고, 재판 참관도 할 수 있었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아연 제련 공장이 환경과 물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대구시민이지만 활동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온 분들과 관련 피해자 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위 지인들에게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실태를 알고 있는지 물어 봤는데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문제를 더 알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에 힘을 쏟고 싶다.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명은 활동가 [사진=녹색당]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는가?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리수거도 하는 시민으로 살아왔다. 지금은 주변에 계신 환경단체 활동가 분들을 보면서 생활 속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매번 느끼고 있다. 나는 지구를 지키는 일에 어느 정도 동참할 수 있을지, 그런 행동이 녹아든 삶을 살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남은 기간 활동 각오가 있는지?
=여러 시민단체가 함께 있는 공간을 사용해서 각 단체별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게 된다. 연대 활동도 하고, 옆 단체가 참가하는 행사에 함께 가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의 관심사를 찾고 확장해보고 싶다. 또한 ‘활동가보고대회’라는 사업을 맡게 되었는데 기획과 진행을 잘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