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천지 비교인 한마음아파트 입주민, “대책 없는 코호트 격리가 문제”

대구시-신천지 유착 의혹보다는 구멍 난 방역대책 문제
입주 시 종교 묻는 것은 공동생활 특성 때문
“본인이 신천지라고 밝힌다면 아마 입주 힘들었을 것”
코호트 격리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 받을 수 없었다

15:31

대구시 여성노동자 전용 임대아파트, 한마음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46명 발생했다. 입주자 137명 가운데 94명이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으로 확인됐고, 확진자도 모두 교인이었다. 이 때문에 임대아파트에 왜 신천지 교인들이 다수 입주해 있느냐, 대구시가 신천지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동안 대구시는 도대체 뭘 했느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로 인해 신천지 교인이 아닌 아파트 입주민들도 의혹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한마음아파트 (뉴스민 자료사진)

<뉴스민>은 한마음아파트에 2018년 입주해 살고 있는 A(30대) 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9일 0시 자가격리 해제된 A 씨는 “그렇게 확진자가 많고, 신천지 교인이 많은지도 7일 권영진 시장님 브리핑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된 코호트 격리 관리 문제였는데, 그런 부분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극적인 내용만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거나 어떤 특혜를 받아서 입주해 있는 것처럼 방송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했다”며 “모든 35세 이하 여성만 입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소득수준도 확인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시설들이 존재하는데 마치 대구에서만 이런 시설을 만들어 세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A 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구시-신천지의 유착 의혹보다는 구멍 난 대구시의 방역대책이 더 문제였다. A 씨는 2월 21일 문자를 통해 아파트 내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4일 저녁 현장 역학조사 진행 소식을 들었고, 코로나19 검사도 받았다. 외부출입이 5일부터 제한됐지만, 코호트 격리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받을 수 없었다. 또, 방역을 한다면서도, 구호물품을 공동현관 앞에 둘 테니 직접 가져가라는 등 허술한 대응을 경험했다.

A 씨는 “실제 코호트 격리라는 건 3월 6일 오후 3시쯤에 문자를 통해 알게 됐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택배와 배달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때부터는 모두 불가하다는 걸 확인하고 복지회관에 문의했는데 이렇다 할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A 씨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Q. 한마음아파트에는 언제 입주했나요?
=2018년에 했습니다.

Q. 한마음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시설에 대한 장/단점이 있다면요?
=장점은 교통이 편리하고, 임대료가 저렴합니다. 단점은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합니다. 화장실이 많이 노후해요.

Q. 입주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셨나요?
=당시 저는 경북에서 대구로 출퇴근하고 있었습니다. 출퇴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고, 종합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듣던 친구 중 한 명이 복지회관 내에 있는 한마음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줬습니다.

Q. 입주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입주 문의는 종합복지회관으로 했고, 제가 원했던 1인실(같은 규모이나 혼자 사용하는 세대)는 자리가 없어 추후 퇴소자가 있으면 연락준다고 했습니다. 퇴소자가 발생하자 저에게 연락을 주셨고, 시설을 볼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에 있는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아파트 관리자분과 함께 시설을 확인했습니다. 필요한 서류(종합복지회관은 대구에서 일하고 있는 대구 외 지역 거주자들을 위한 것이므로) 제가 일하는 회사가 대구에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업자등록증과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언론에서는 종교를 물어봤다는 이유로 신천지와 대구시 공무원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면담은 제가 입주 대상자인지 서류상 내용을 확인하고, 기본적인 호구조사를 비롯해 부모님께서 어떤 일을 하시고 가족들은 어떤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개인적인 건 물론, 제 종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긴 했어요. 근데 그게 특정 종교인이냐를 가늠하기 위함이 아니고, 실제 낯선 두 사람이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2인 세대도 있기 때문에 입주자의 멘탈 상태가 동거인은 물론 주변 입주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만약 본인이 신천지라고 밝힌다면 아마 입주가 힘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신천지인들은 본인 종교를 교회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입주하기 전에 2달치 월세를 보내고 입주를 합니다. 12시까지 항상 통금시간있고요. 차량 통제는 저녁 10시에 합니다.

Q. 함께 거주하는 분들 가운데 신천지 예수교회 포교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본인에게 포교한 적이 있나요?
=저는 포교하는 활동을 본 적은 없고, 저한테 말씀해주시는 분도 없었어요. 간혹 퇴근길에 동 앞에 서서 같이 이야기하는 입주자들을 보고 많이 친한 사이거나, 입주 전부터 알고 있거나 아니면 같이 일하는 분들인가보다 하고 부러워했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분들이 같은 신천지 교인일 수 있겠다 싶어요. 왜냐하면, 다들 출퇴근 시간도 달라서 바로 옆집에 살아도 얼굴을 보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같은 세대 입주자가 아닌 이상 친하게 지내는 건 좀 어렵지 않았나 싶네요. 가가호호 방문하는 포교 활동은 없었습니다.

Q. 주변 지인들에게 아파트 입소를 권유하신 적이 있나요? 권유해봤다면 대부분 반응이 어떤가요?
=입소를 권한 적이 있습니다. 임대료가 저렴한데 매력을 느꼈지만, 12시 통금시간이 있고, 외부인들이 아파트 내 들어오거나 상주할 수 없다는 데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더라고요.

Q. 대구 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 가운데 신천지와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지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복지관 건물과 한마음아파트 자체가 분리되어 있고, 출입구가 다르기 때문에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거나 면담하는 건 입주할 때랑 연말에 진행되는 한마음입주자의 밤 빼고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일 많이 대면했던 분은 아파트관리실에 계신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저희에게 전혀 포교활동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한마음아파트 입구 (뉴스민 자료사진)

Q. 아파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언제 어떻게 처음 알게 됐나요?
=아파트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시지는 2월 21일 문자를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2월 27일에는 관리실앞에 많은 쌀과 물이 있는걸 봤어요. 그때 이게 뭔가 싶기도 했는데 저녁 6시 30분쯤 아파트 방송을 통해 자가격리자에게 직접 쌀과 물을 가져가라는 방송을 해서 기겁한 적은 있어요. 바로 복지회관 사무실로 전화를 드려서 이건 아니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매일 방역작업을 하고 있으며, 제가 제기한 문제는 추후 협의해보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음날 출근 전까지 방역활동은 없었고, 출근할 때 굉장히 조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2월 말~3월 초에도 몇 번 방송하면서 자가격리자 중에 실제 확진을 받은 사람들은 관리사무실로 알려야만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방송했었어요.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안내 문자를 통해 코로나 의심증상이나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일치하는 사람은 검사에 대해서 안내했고, 19일에는 전체 방역을 진행한다고 공지했습니다.

Q.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 격리됐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 들으셨나요?
=3월 4일 저녁 10시 40분쯤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따른 현장 역학조사가 있어 협조부탁한다는 문자가 있었고,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대구시 보건 담당자가 직접 저희 아파트에 확진자가 많아 본 건물 전체가 자가격리 및 역학조사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어요. 라인 2개 사이에 한 개 테이블을 두고 검사하는 분 4분, 전화주시면 집에 있다가 내려가서 검사받았어요.

신분증을 들고 가서 검사받았고, 내려갈 때 마스크를 끼지 않은 입주민들이 많아서 마스크를 끼라고 방송했습니다. 검사는 새벽 1시 전후로 끝이 났고 다음 날부터 모두 외부 출입은 중단되었습니다.

5일 아침 저희에게 확진자는 몇 명인지, 자가격리 규칙은 무엇인지 공지된 것은 없었고, 나오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던 거 같네요. 아침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출근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 대구시청 관계자가 와서 회사 관련한 문제를 정리해준다는 그런 방송을 했던 것 같은데, 저한테 회사에 대한 문의를 주는 분도 없었어요. 회사에 전화했다고는 들었는데 제가 출근을 언제까지 했는지 혹시 함께 있는 사람 중에 발열이 있는 사람은 없는지 물을 뿐, 방송을 통해 말했던 회사에 내려가는 공문 이야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한마음아파트에 살고 있는 A 씨가 3월 4일 역학조사 협조 관련 문자메시지를 대구시로부터 받았다. 8일 저녁에는 달서구보건소로부터 9일 0시 자가격리 해제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대구시청에 전화했으나 담당부서는 통화가 되지 않았고, 종합복지회관에 전화했을 때는 이게 코호트 격리인지(실제로 코호트 격리인지 물어봤습니다만) 모르고, 다만 위에서 시키는 대로 격리할 뿐 본인들도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호트 격리라는 건 3월 6일 오후 3시쯤 문자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택배와 배달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때부터는 모두 불가하다는 걸 확인하고 복지회관에 문의했는데 이렇다 할 답변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마음아파트 담당자와 통화하기도 어려웠고, 다른 복지회관 직원과 통화했을 때 본인들도 지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오후에 아파트 안내방송을 통해 구호물품을 준다고 했는데 문 앞에 두는게 아니고 아파트 공동 현관입구에 둘테니 각자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쓰레기는 직접 버리지 말고, 집에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쓰레기 수거차량이 방문하면 방송할테니 그것도 공동현관 1층으로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저는 이때 정말…할말을 잃었어요. 왜 아무도 언제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 말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1층 공동현관으로 물건들을 가지러 내려오고, 쓰레기를 버리러 오면 다 만나잖아요. 결국 자가격리라는 게 의미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거죠. 그리고 6일 저녁에 제공된다고 했던 구호물품은 7일 전달되었고, 다행히 모두 집 앞까지 옮겨주셨어요. (당연하지만 참 당연하지 않은 처리들이었습니다.)

Q. 지금 현재 대구시가 지원하는 곳에서 격리 생활 중인가요? 주거와 직장 출퇴근은 어떤 상황인가요?
=저는 자가격리 하다가 9일 0시 기준으로 해제됐습니다. 제가 생활하는 주거공간이므로 생활에 불편함은 없으나, 택배와 배달이 불가능해서 기본적인 식재료 공급이나 물품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거 말고는 불편한 것은 없었습니다. 기본 구호 먹거리와 위생용품(마스크, 손소독제, 쓰레기봉투, 소독스프레이)가 제공되었습니다.

Q. 일명 ‘신천지 아파트’로 몰리는 것에 대해 본인께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요?
=불편합니다. 실제로 친구부터 가족들까지 연락 와서 제가 신천지인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신천지인이 아니더라도 이곳을 출입하고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게 좋지는 않습니다. 기사를 통해 심지어 복지회관 메인 입구에서 항의한 주민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출입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주홍글씨처럼 한마음아파트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도 좀 걱정되네요.

▲한마음아파트 (뉴스민 자료사진)

Q. ‘신천지 아파트’로 몰아가는 언론 보도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요?
=사실 그렇게 확진자가 많고, 신천지 교인이 많은지도 7일 권영진 시장님 브리핑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제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된 코호트 격리 관리 문제였는데 그런 부분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극적인 내용들만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거나 어떤 특혜를 받아서 입주해 있는 것처럼 방송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했습니다. 모든 35세 이하 여성들이 입주할 수 있는게 아니고, 소득수준-가정에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 같은 기본적인 소득수준을 확인하고 입주합니다. 저는 이게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니고 여성직장인(제가 입주당시에는 대구 외 거주자 중 대구 내 직장에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사회적인 방어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시설이 존재하는걸로 아는데 그런 내용을 쏙 빠지고 마치 대구에서만 이런 시설을 만들어놓고 세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네요.

실제 여기 월세는 54,000원(1인 1세대 기준)이지만, 그 외 세금(가스, 전기)은 모두 세대별로 부담하고 있고, 잡종금으로 매달 6700원의 관리비도 지불하고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데, 뭔가 손가락질 받는 게 아쉽네요. 사실 이런 시설을 대구시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면서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인가 싶기도 한데, 지금은 뭔가, 다 나쁘게만 보는 거 같아서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