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XX, 패 죽일까” 대구 북구의회 폭언 논란

폭언 피해 의원, “심각한 스트레스, 고소 고민”
폭언 의원, “순간적으로 감정 격해져···공개 사과 고려”

10:34

대구 북구의회에서 한 의원이 동료의원에게 ‘패 죽인다’는 폭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폭언을 들은 당사자는 폭언으로 인해 심한 모멸감과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며 폭언 의원을 모욕죄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북구의회는 264회 임시회를 종료하는 2차 본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종료된 직후 의원들간 언쟁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폭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사단은 김지연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의 구정질문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배광식 북구청장을 상대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주제로 구정질의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배 구청장이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추가적인 보충 질문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김 의원 질문이 마무리되고 본회의가 끝난 후 최수열 북구의원(국민의힘, 태전2·구암동)이 김 의원에게 다가가 ‘품격이 없다’는 취지로 지적을 했다. 최 의원의 지적으로 김 의원과 최 의원 간 언쟁이 벌어졌고, 이를 목격한 김기조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 태전2·구암동)이 끼어들어 최 의원을 제지했다.

김 의원은 “여성 의원을 상대로 남자 의원이 고압적인 모습을 보여서 우리 당 의원이기도 한 김 의원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다른 의원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지연-최수열 의원 간 언쟁은 김기조-최수열 의원 간 언쟁으로 옮아졌고, 이때 최 의원의 입에서 “이XX, 패 죽일까”라는 폭언이 터져 나왔다. 김기조 의원은 위협감을 느끼고 다른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부의장실로 숨었다. 김 의원은 “덩치도 있는 사람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해서 위협을 느껴서 다른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나는 급하게 부의장실로 숨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당시 본회의장에 아직 나가지 않은 공무원들도 다수였고, 방청객도 있었는데, 나이도 내가 10살 연장자인데 그런 폭언을 들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고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의원은 평소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한 김지연 의원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이야길 하는 과정에서 김기조 의원이 삿대질을 하며 도발해 순간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김지연 의원과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의 좀 갖출 수 없느냐고 했는데 발끈해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하더라”며 “구청장을 내세워 놓고 비아냥대듯,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건 잘못 아닌가 했다. 그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데 김기조 의원이 김지연 의원과 하는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길 하면서 삿대질을 하면서 도발을 했다. 너무 황당해서 감정이 격해졌다”며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당 의원들도 놀란 분들이 있더라. 제가 과하게 한 것도 있으니까 모레(15일) 의원 전체 간담회가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과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반론 추가(9. 13 14:05)) 한편, 김지연 의원은 보도 이후 최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왔다. 김 의원은 “제가 먼저 발끈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사실과 다르다. 최 의원이 구청장을 쥐잡듯이 한다며 화를 먼저냈고, 나는 그것에 대응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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