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를 측정한 라이고 실험

[기고] 중력파의 검출

10:58

2016년 2월 11일 레이저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인 라이고(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ion)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성공적으로 측정하였다고 발표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견한 중력파를 100년 만에 검증하는 개가를 이루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은 시공간(spacetime)을 휘어지게 하고, 이런 시공간의 뒤틀림이 곧 ‘중력’이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보자기를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그 위에 구슬을 올려놓으면 보자기는 아래로 쳐진다. 추가로 다른 한 개의 구슬을 보자기에 얹어놓으면 두 번째 구슬은 당연히 아래로 쳐져있는 장소 즉, 첫 번째 구슬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시공간도 질량에 의해 아래로 오목해지고 다른 물체들은 시공간이 뒤틀린 장소로 움직이게 된다.

이제 물체가 왜 아래로 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구는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구 주위의 시공간은 많이 뒤틀려 있는데, 뉴턴의 사과가 시공간이 아래로 쳐져있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사과가 아래로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중력은 질량에 비례하므로 질량이 크면 클수록 시공간도 상응하게 뒤틀린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우주공간에서 운동을 하면 물체가 위치하는 장소에서 시공간의 뒤틀림도 함께 따라 변화한다. 만약 이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시공간의 뒤틀림은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는데, 이를 중력파라고 부른다. 추운 겨울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으면, 따뜻하게 느낀다. 이것은 빛이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중력파도 빛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광속으로 전파된다.

서로 마주보고 돌고 있는 두 개의 별(이번에 발견한 중력파는 태양의 질량에 29배와 36배 정도 무거운 두 개의 블랙홀에 의해 발생함)을 쌍성계라 부른다. 궤도 운동은 가속운동이므로 서로 돌고 있는 별들은 중력파를 발생하면서 점차 에너지를 잃는다. 실제로 쌍성계의 별들이 수십 억년에 걸쳐 서로 점차 가까워지고, 공전 주기도 짧아진다. 마침내 두 개의 별이 너무 가까워져 충돌할 때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의 어느 먼 곳에서 발생한 강력한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우리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

그런데 촛불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희미하게 보이듯, 중력파 효과도 거리가 멀어지면 감소한다. 비록 쌍성계가 발생하는 중력파가 매우 강력하다 하더라도,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할 때 중력파의 세기는 극도로 미약해진다. 따라서 지구에서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정밀한 측정 장비가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킵 손(Kip Thorne)과 로날드 드레버(Ronald Drever) 그리고 MIT의 래이너 바이스(Rainer Weiss)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대형 연구 장비인 라이고 개발을 제안했다. 라이고는 마이켈슨 간섭계와 매우 유사하다.

▲그림 라이고 중력파 검출 장비. (a) 길이가 4 km인 “L”자 형태로 배치된 2개의 팔은 중력파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파브리 페로 공진기를 추가하는 성능향상 작업을 통해 안테나의 길이가 1600 km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b) 미국 워싱턴 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톤에 두 개의 라이고의 사진
그림1. 라이고 중력파 검출 장비. (a) 길이가 4km인 “L”자 형태로 배치된 2개의 팔은 중력파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파브리 페로 공진기를 추가하는 성능향상 작업을 통해 안테나의 길이가 1,600km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b) 미국 워싱턴 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톤에 두 개의 라이고의 사진

그림1과 같이 길이가 4km나 되는 “L”자 형태로 배치된 2개의 팔은 중력파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레이저에서 발사된 광선은 수직과 수평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거울에 반사되어 되돌아와 서로 만나게 된다. 만약 중력파에 의해 공간이 뒤틀려져 레이저가 진행하는 거리가 미세하게 변화하면 레이저 광선의 간섭무늬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미국 워싱턴 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톤에 두 개의 라이고를 설치하여 2002년에서 2010년 사이에 라이고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시도를 하였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수년간에 걸쳐 라이고의 성능을 개선시킨 후 2015년 재가동을 하면서 실시한 첫 번째 실험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중력파가 성공적으로 검출되었다.

▲그림2. 두 개의 라이고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중력파의 효과가 서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2. 두 개의 라이고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중력파의 효과가 서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와 같이 2015년 9월 14일 두 개의 라이고가 독립적으로 측정을 한 결과를 비교해 보면 파형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개의 라이고에는 0.007초의 시간차이로 중력파 신호들이 측정되었는데, 이는 중력파가 지구의 남극방향으로부터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공간에 위치하는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로 하늘의 별들을 관측하기 시작하면서 우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중력파 측정을 통해 우주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인류는 새로운 차원의 망원경을 얻게 된 셈이다. 이제 중력파의 검출을 통해 우주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