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원 노조, “분리‧해산 법적 근거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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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대구경북연구원(대경연) 분리 방침에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연구노조) 대경연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경연 분리와 해산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공론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며 “기관 해산으로 단체 협약이 훼손되고 구성원의 고용 문제가 벌어지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19일 오후 3시 연구노조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경연 분리‧해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19일 오후 3시 연구노조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경연 분리‧해산 관련 반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조합은 대경연 분리와 법인 해산에 반대하며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저성장 시대 도래와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 운명 공동체다. 이때 지역인구 역량을 쪼개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연구노조 대경연지부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신규 연구원을 설립하고 기존 법인을 해산하는 과정은 위법 행위”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방연구원법 제21조에 ‘지방연구원이 설립 목적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가 지속되었을 때 해산을 결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그간의 경영평가 결과와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법적으로 해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당사자 의견이 배제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연구노조 대경연 지부는 “양 시‧도는 구성원의 고용, 근무지 등 뻔히 예상되는 문제에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분리‧해산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득환 연구노조 대경연지부장

조득환 연구노조 대경연지부장은 “연구원 체제 내에서 독립채산제 형태로 대구와 경북본부를 나눠 운영해보자고 제안했다”며 “분리를 하더라도 기존의 연구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인을 승계하는 기조 아래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이 경우 시‧도연구원에 대한 기본 구상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지부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연구노조 대경연지부는 지역 시민사회와 연합해 해산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해산 금지 가처분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 제안에 덥석 분리 발표한 대구시

대경연은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출연을 통해 설립한 뒤 현재까지 대구‧경북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왔다. 대경연 분리에 대한 의견은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청사를 옮긴 뒤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8월 2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334회 경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자체 연구원 설립을 거론하면서 처음 공식화됐다.

당시 이철우 도지사는 임시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연구‧아이디어 산업이다. 대경연이 대구에 있다 보니까 (대구 연구만 한다는) 지적을 도의원들이 여러 번 했다”며 “통합을 하더라도 학교가 여러 개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연구원에) 실질적으로 바다, 농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적극 검토해 우리 자체적으로 연구원을 갖도록 해보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7일 경상북도는 대구시에 ‘경북 독자 연구원’ 설립 추진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대구시는 6일 뒤인 1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경북도가 제안한 대경연 분리를 전격 수용하고, 대경연 해체 후 대구시 자체 연구원(가칭 대구정책연구원)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대구시는 보도자료에서 “시‧도가 다른 환경 속에서 개별 특성에 맞는 연구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2016년 3월 경북도청이 안동시로 이전하면서 각기 다른 시각의 연구를 다루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분리 절차는 연구원 해산과 설립을 병행해 연구 공백을 최소화해 나갈 예정으로, 법인 해산에 따른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 실무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