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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부터 강령, 당헌·당규까지 싹 바꿀 지도부 선출 일정을 진행 중인 정의당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마지막 전국 순회 유세를 위해 대구에 왔다. 11일 저녁 매일신문 11층 매일좋은날에서 열린 유세에서 당 대표 후보자 5명은 당의 미래를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을 이어갔다.
지난달 17일 정의당은 정기 당대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재창당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내년까지 당명과 강령,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을 완료하고, 새 대표는 재창당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28일까지 대표 후보로는 김윤기, 이동영, 이정미, 정호진, 조성주(가나다순) 후보 등이 등록을 마무리했다. 2017년 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고,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이정미 후보가 1강으로 평가된다. 다른 후보 4명은 이정미 대세론을 견제하면서 자신만의 재창당 비전을 내보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의당 6기 부대표를 지낸 김윤기 후보는 제7공화국 건설 운동 구체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김 후보는 6공화국이 자본주의 불평등, 한반도 분단 등을 극복할 방안도 능력도 없다며 정의당이 헌법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건설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당 소속으로 2004년 대구 서구을 국회의원 선거에 첫 출마한 후 현재까지 7차례 공직선거에 나선 바 있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도 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당으로서 정의당을 강조하면서 7공화국 건설 운동을 주장했다. 김 후보는 “과감한 전망과 확실한 대안으로 2기 정의당을 열겠다. 우리 정의당이 겪는 위기는 정치의 위기다. 정책 한, 두개 바꾼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정의당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때문에 고통 받고 피해 받는 사람들의 정당이어야 한다“며 “그래서 저는 제7공화국 건설 운동을 시작하는 당 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이동영 후보는 한국적 사민주의로 제3지대 재창당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후보는 고 노회찬 전 대표의 6411 버스 연설이 가리킨 약자들이 있는 곳을 재창당의 시작점으로 지목하면서 3지대 재창당을 통한 한국적 사민주의의 길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구의원을 두 차례 지냈고, 2016년부터는 관악구갑 국회의원 선거에 두 차례 도전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도 3지대 재창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이 당을 어떻게 만들었나. 비록 시작점이 다르고 이견도 있었지만 더 큰 진보, 현대적 정당을 향해 나아가자고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의 창당 정신으로 뭉쳤다“며 “10년 전 창당대회에서 노회찬 전 대표가 6411 연설에서 가리켰던 그곳, 가난한 사람과 약자들의 삶이 있는 곳,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재창당의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당 대표를 한 차례 지낸바 있는 이정미 후보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재창당을 강조한다. 이 후보는 진보정치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고 부수진 않겠다며 자강에 기초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 후보는 2016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20년 인천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2022년에는 인천시장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기후위기에 해답할 제시할 능력있는 정당을 제시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화석 연료를 태우고 자연을 파괴하며 질주한 신자유주의의 종착점은 기후 재앙이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피해를 입히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우리의 더 나은 비전은 이 세상을 구원할 확고한 비전은 기후 정의“라고 강조했다.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정호진 후보는 대중정당으로서 연합정치를 제안한다. 정 후보는 정의당이 비호감 정당이 된 건 기존의 정의당 지도부가 당심,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자기 정치하는 과거와 결별을 주장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달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당원 투표를 주도했다. 2006년 민주노동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고, 2010년 진보신당 영등포구청장 선거, 2016년, 2020년 국회의원 비례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정 후보는 지역 현안인 10월 항쟁 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정 후보는 “대구오다가 문득 10월 항쟁이 생각났다. 75주년 위령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수, 순천, 제주는 희생이 인정되고 법적으로도 보장 받았는데, 10월 대구 항쟁은 아직 특별법 조차 제정되어 있지 않다. 정호진 당 대표 만들어주면, 특별법 제정에 목소리 내겠다“며 “내년 10월 1일 가창골에서 당 대표로서 대구경북 당원들과 서겠다“고 밝혔다.
류호정, 장혜영 의원의 지지를 받는 조성주 후보는 사회민주당을 당명으로 제안하면서 복지국가를 선도하는 정치세력으로서 거듭나는 정당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조 후보는 정의당을 부수고 한국 정치를 부숴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면서 주휴수당 폐지, 직무급제 도입 등을 구체적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조 후보는 2016년 국회의원 비례 후보로 나선 바 있고, 2022년에는 마포구청장 선거에 도전해 낙선했다.
조 후보는 자신이 내세운 7가지 아젠다 중 대구에선 페미니즘 정당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조 후보는 “노동자·서민을 외면하고 페미니즘만 하다가 정의당이 망했다는 평가를 어느 순간부터 받고 있다. 페미니즘 정당이라고 했지만 개별 사건에 대한 논쟁을 뒷수습해야 하는 무엇으로 보지 않았나 반성한다“며 “우리 안위를 놓고 페미니즘을 저울질하는 사이 동료 여성 시민의 절박한 삶에 몰두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정의당은 페미니즘만 해서 위기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부족해서 위기인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대구 유세를 끝으로 순회 유세 운동을 마무리하고,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온라인 및 ARS 투표를 진행한다. 5명 중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3일부터 28일까지 결선 투표를 진행해 당 대표를 확정한다.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선거에는 한민정, 엄정애 현 위원장이 단독 출마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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