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의회, 신청사 부지 매각 찬성 선회?···반대 단체 간담회서 집단 퇴장

'부지 매각 불가' 주민단체와 '매각 해서라도 빨리 짓자'는 구의회 갈등
15일 간담회 자리 마련됐지만, 의원들 이견 밝히며 퇴장
주민단체, "이게 무슨 '개판'인가···주민 대표인 구의원이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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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중단된 대구 신청사 건립을 두고 달서구 내에서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던진 신청사 부지 일부 매각안을 두고 한 목소리로 반대했던 달서구의회와 주민단체가 이견을 노출했다. 주민단체 주도로 열린 간담회에서 구의원들은 매각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것 등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집단 퇴장했다. 주민들은 의원들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1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달서구청 충무관 민방위대피실에서 ‘시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주최로 달서구의회와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장 정면 벽에는 ‘꿈과 희망을 담은 시민 신청사 건립! 대구시민 동의 없는 신청사 부지 매각, 결사 반대’, 오른쪽에는 ‘달서구 국회의원, 시·구의원, 구청장은 대구시 신청사 부지 전체 개발을 사수하라’는 현수막이 각 내걸렸다. 현수막이 잘 보이도록 맞은편에 구의원들의 자리가 마련됐다.

김해철 달서구의회 의장(상인1·2동), 김기열 부의장(이곡·신당동)을 비롯해, 박정환(본리·송현·본동), 고명욱(본리·송현동·본동), 서민우(죽전·장기·용산동), 황국주(죽전·장기·용산동), 손범구(성당·감삼·두류동), 정창근(성당·감삼·두류동), 이진환(상인3·동원동), 정순옥(상인3·동원동), 이선주(상인1·2동), 권숙자(이곡·신당동), 강한곤(월성1·2동), 장호섭(진천·유천동), 도하석(비례, 이상 국민의힘), 박종길(이곡·신당동), 서보영(진천·유천동), 김정희(본리·송현·본동), 임미연(비례, 이상 더불어민주당) 박왕규(무소속, 월성1·2동) 의원 등 달서구의원 24명 중 20명이 간담회장에 모습을 보였다.

시민연대 측에서도 김차섭 회장, 이병호 간사 등이 1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 외에도 주민 60여 명이 간담회를 지켜보기 위해 참석했다.

▲ 15일 ‘시청사 바로 세우기 시민연대’ 간담회장에 참석한 달서구의원들(사진 왼쪽 상단 일군)이 간담회 시작 전 모여 긴급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는 시작되지 않았고, 의원들은 따로 모여 긴급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이 긴급하게 의견을 나눈 이유는 이진환 의원을 통해 전달됐다. 이 의원은 “토론을 하러 왔는데, 어떤 성격의 자리냐”고 물었고, 이병호 간사가 “토론회 맞다”며 “이렇게 모이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의원님들이 자리를 마련하는데 앞장서 주셔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참석 의원 일부를 중심으로 간담회 적절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시민연대가 마련한 성명서부터 현수막 등을 언급하며 간담회가 자칫 ‘원안 고수 자리’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

박정환 의원은 “시민연대와 의원들이 소통을 통해 빨리 신청사를 지을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로 생각했다. 계속 노력 중인데, 그것에 역행하는 자리가 아닌지 고민이 된다”며 “(시민연대가 준비한) 성명서조차 저희와 소통이 안 된 상황이다. 언론 취재도 많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범구 의원도 “달서구의회가 원안을 주장하고, 매각에 반대한다고 언론에 비칠 수 있다”며 “이 자리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의원들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우 의원도 “의원들 전체가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다. 개인 의견이 아니”라며 손 의원 의견이 손 의원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고 힘을 실었다.

▲ 대구 신청사 건립에 대한 이견으로 주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달서구의회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는 모습. 김정희 의원만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병호 간사는 “현수막이 뭐가 중요한가, 개개인 의견을 하나하나 표출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현수막은 시청 후보지에도 이미 많이 붙어있으니 양해를 좀 해달라”며 “의회에 행사 주관을 부탁드렸지만, 시민연대가 하게 됐다. 행사나 현수막이 불편하면 자리를 떠도 좋지만 신중하게 고려해달라. 시청사 바로 세우기에 구민을 대표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 간사의 말이 끝나자 남아 있던 19명(장호섭 의원 사전 이석)은 하나, 둘 퇴장하기 시작해 김정희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의원들이 대거 퇴장하자 주민들은 “우리 손으로 뽑은 구의원들 아닌가, 민의를 대표하지 못하는 행동”이라며 “시작도 전에 나가는 건 경우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홀로 남은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한 마음을 대신 전하고 싶다. 이런 자리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며 “신청사가 원안대로 지어져야 한다는 주민의 뜻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남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의원들이 퇴장한 뒤 1시간 가량 간담회를 이어갔지만 주로 의원들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김차섭 회장은 “여러분이 보다시피 이게 무슨 ‘개판’인가 싶다. 주민 대표인 구의원이 나몰라라 하며 나간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반대하면) 공천 받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구의원들이 나간 것이 아닌가. 부지 매각 반대 의견을 철회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 후에 ‘시청사 바로 세우기 시민연대’ 측은 달서구청 마당에서 성명서 발표를 했다. 김차섭 회장이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간담회 후 준비한 성명서도 발표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민주적 공론화와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이뤄낸 시민의 소중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순간 대구 시민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250만 대구시민의 희망과 노력, 고민과 갈등, 100년 대계를 위한 인정과 합의의 역사가 ‘왔다가 떠날 한 사람’으로 의해 부정되고 홀연히 사라지고 있다. 대구시민의 보물 같은 땅이 곧 남의 땅이 될 처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장은 대구시민과 약속한 신청사 건립을 중단 없이 추진하라”며 “두류공원과 연계해서 부지 전체 개발전략을 수립하라. 대구시장은 개인 치적에 매달려 즉흥적으로 결정 말고 시민과 소통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갈등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원안대로 신청사 건립을 촉구하는 주민단체와 달리 최근 달서구의회에서 신청사 부지를 일부 매각해서라도 조속히 건립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신청사 부지를 일부 매각해 신청사를 짓겠다고 말하면서 달서구 측의 반발을 샀다. (관련기사=달서구의원, “신청사 부지 매각 하자···홍준표 생각 누가 돌리겠나”(‘23.02.10), 달서구민 700명 모여, ‘개가 짖어도 신청사는 지어라’, ‘4년 뒤에는 여기 없다매?’(‘22.09.30))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