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린이날 파업 앞둔 라이더, “배달수수료도 지방차별”

배달노동자들이 어린이날 파업을 하는 이유?
수도권 3,000원 받을 때 지방은 2,600원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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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5월 5일 어린이날 배달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당일 비조합원을 포함해 전국 배달 라이더 3,00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조합원 60여 명과 비조합원 일부가 파업 동참 의지를 밝혔다.

배달의민족을 포함한 배달 플랫폼은 일시적으로 배달 단가를 올리는 프로모션으로 어린이날에 부족한 라이더 수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마침 5월 5일은 비 소식이 예고돼 있다. 주문량이 늘고 배달이 어려운 날일수록 배달 플랫폼은 프로모션(추가금)을 통해 라이더를 유인한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전업 배달원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 배달을 주로 수행한다.

현철관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대구지회장과 김용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지방조직위원장을 만나 파업의 배경부터 엔데믹 이후 배달 시장 상황, 그리고 배달 라이더의 노동 환경을 두루 물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도 5월 5일 주문 파업으로 동참을 부탁했다.

▲5월 5일 파업을 앞두고 대구노동청 인근 카페에서 현철관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대구지회장(사진)을 만났다.

Q. 5월 5일 파업의 배경은 뭔가?

김용석 지방조직위원장: 4월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간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4,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어도 9년째 기본배달료 3,000원을 동결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기본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본배달료 차별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알뜰 배달 개선, 라이더 전업 중심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배달료가 적용되는 건 배민 서비스 중에서도 ‘배민1’ 뿐이다.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배달은 자영업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배달대행업체와의 계약을 통한다.)

현철관 대구지회장: 배달의민족은 지방차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배민은 지방에서도 자영업자에게 동일한 6.8%의 중개수수료와 배달료 6,000원(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의 기본배달료는 3,000원인데 지방은 최저 2,600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거리에 따른 할증, 날씨 등의 프로모션이 추가로 붙지만, 이 또한 지방이 현저히 적다. 여러 차이로 인해 지방의 라이더는 서울에 올라가서 성수기 몇 개월간 바짝 벌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젊은 친구들은 한 번 올라가면 단가 차이를 느끼곤 잘 안 내려오고,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서울과 지방을) 왔다 갔다 한다.

Q. 작년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배달플랫폼 시장 상황은 어떤가?

현철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수입이 반 토막이다 . 물량이 적은 것도 있지만 배민이 점유율을 완전히 잡으면서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지는) 라이더의 배달료가 오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배민의 점유율은 전국 기준 75% 수준이다. 쿠팡이츠가 견제 세력이 됐는데 그마저도 기세가 꺾이면서 배민을 통한 주문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대구 등 지방에선 요기요, 쿠팡이츠, 대구로 주문 수가 배민에 비해 많이 적다. 그래서 배민과 교섭이 중요하다.

김용석: 배달 수는 줄어드는데 라이더는 떠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은 라이더의 평균 연령대가 수도권에 비해 높다.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렵거나, 다시 직장에 매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서울은 최근 쿠팡이츠가 와우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배달료를 할인하는 전략을 일부 지역에서 펼치면서 다시 경쟁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라이더들 입장에선 플랫폼끼리 경쟁할 때 배달료가 오르기 때문에 반갑다. 복지나 보험 등을 무기로 플랫폼이 라이더를 유인하기 때문에 (경쟁이) 필요하다고도 본다. 플랫폼 간 경쟁이 있을 때 교섭도 쉽다.

▲김용석 지방조직위원장은 “배달 수는 줄어드는데 라이더는 떠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은 라이더의 평균 연령대가 수도권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Q. 노동조합 요구사항 중 핵심은 뭔가?

현철관: 기본배달료 인상이다. 현재 배민1의 서울 및 수도권 기본배달료가 3,000원이면 대구는 2,700원, 나머지 경북은 2,600원이다. 우리끼린 아래로 내려올수록 배달료가 떨어진다고 한다. 프로모션으로 붙는 금액 차이도 크다. 비나 눈이 와서 날씨가 궂거나 파업 등으로 라이더 수가 부족할 경우 서울은 기본 단가가 6,000원부터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대구 등 지방은 1,500원 추가가 끝이다.

김용석: 배경을 살펴보면 서울에서도 콜이 가장 많은 강남은 라이더들이 멀리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강남에 집이 있는 경우가 잘 없으니 강북, 혹은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한다. 날씨가 궂으면 이들은 잘 안 나온다. 그럼 배민 같은 플랫폼은 시간제 배달원인 배민커넥트를 유인하기 위해 프로모션가를 올린다. 반면 지방에는 낮은 단가와 프로모션가에도 나올 전업라이더가 충분하기 때문에 금액에 차등을 둔다.

▲알뜰배달은 배민이 최근 새로 내놓은 서비스로, 대구지역은 오늘 서비스를 시작했다.

Q. 신규서비스인 ‘알뜰배달’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은 라이더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하던데.

김용석: 알뜰배달은 배민의 신규 서비스다. 4월 25일 서울 관악구에서 먼저 시행돼서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대구는 오늘 알뜰배달을 달서구, 남구, 서구, 중구, 수성구에서 시작했다. 라이더 앱에선 ‘구간배달’이라고 뜨는데, 쉽게 말하면 ‘묶음 배달’이다. 여러 개의 배달을 묶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AI가 추천하는 식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지방 차별이 있다. 건당 배달료가 서울은 2,200원, 대구 등 지방은 2,000원이다.

현철관: 알뜰배달 도입과 함께 ‘배민1’은 앱에서 ‘한집배달’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라이더가 알뜰배달 주문을 수락하면, 동선이 맞지 않을 경우 한 개의 배달이 선택될 수도 있다. 더욱 낮은 기본배달료가 책정되는 것이다. 콜 수에 비해 라이더가 적으면 내가 여러 개를 알뜰배달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플랫폼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두는 것에 라이더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노조는 “묶어서 가더라도 기본배달료 개념이면 여러 구간의 배달비를 받아야하는데 알뜰배달 요금체계는 한 구간에 대한 배달비만 받는 구조다. 결국 기본배달료만 27%가량 낮추게 된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