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호 중대재해 재판] ‘구체적’ 작업 지시 여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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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구·경북 첫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선 피고 중 원청 현장소장을 상대로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사고 당일 작업 지시가 구체적으로 없었다며 원·하청과 현장소장의 책임을 물었고, 현장소장 측은 작업 지시와 상관없는 곳에서 재해자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추락사고 방지 장치인 안전대가 없었고, 현장소장은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은 걸로 확인된다.

21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4형사단독(재판장 김수영)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DS산업개발 대표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높이 12.5m 고소작업대에 올라 지붕 철골보에 볼트를 체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노동자는 전날 못 끝낸 작업을 당일 업무 시작 전에 끝내려고 하다가 추락해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

검찰은 같은해 10월 원청인 LDS산업개발(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하청업체(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원청 대표(중대재해처벌법 위반)와 각 업체 현장소장 2명(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을 불구속기소했다. (관련기사=대구·경북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재판 시작(‘23.01.27.))

첫 공판 이후 5개월여 만에 열린 2차 공판은 2시간 가량 원청 현장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LDS산업개발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유형 9가지 중 4가지(▲안전보건 경영 방침 마련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처 준수 여부 판단 기준과 절차 마련)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봤다.

검찰은 현장소장 등이 사고 당일 정확한 작업 지시가 있었는데 재해자가 엉뚱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를 반박하는 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석에 앉은 현장소장은 “전체적인 작업 상황은 (작업자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상세한 일정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면서도 “작업 계획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작업장의 지형 등을 조사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검찰은 사고가 난 작업 현장이 준비되어 있던 고소작업대를 통해 작업이 용이하지 않고, 볼트 체결도 완전히 되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해자는 고소작업대 계단참(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을 디딜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부분) 부근에서 돌아오다가 실족한 걸로 추정된다.

검찰은 “사고가 난 곳은 특이한 작업 장소다. 고소작업대가 닿기 힘든 부분이고, 안전대를 거는 로프가 설치된 곳하고 굉장히 멀어서 작업자가 부담을 느끼는 곳”이라며 재해 전 충분한 안전사고 예방이 이뤄졌는지, 원청으로부터는 안전보건관리 체계상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 부여 조치를 받은 내역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현장소장은 “해당 계단참은 볼트가 완전히 조립되기 전이라 (재해자가) 계단참에 올라간 것을 알지 못했다”며 “내역상에는 안전관리 항목이 책정돼 있다. 철골 쪽 안전 관리는 간단한데, 난간대, 난간대를 연결하는 PP 이 두가지를 가장 많이 보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계단참을 이용해서 다른 H빔으로 건너가서 작업할 필요가 있었다면 계단의 작업이 완료되고 안전 난간이나 로프가 설치된 이후에 작업하면 되는 것이지 않나”라며 재해자의 작업이 예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피고인 신문과 증인 신문 등이 예정된 다음 공판은 9월 6일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