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당 독재 부추기는 언론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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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1월 10일 대구 동구 주민으로 소개한 뉴스민 독자 김현 님께서 기고해 온 글입니다. 뉴스민은 언제든 독자 기고를 기다립니다. 기고는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사실 오류, 오타, 비문 등을 체크한 후 뉴스민을 통해 소개될 수 있습니다.

1. 尹, 與보다 野대표 먼저 호명 ‘예우’… 與 32차례 박수 野 침묵 (‘23.10.31. 세계일보)
2.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국민의힘 33%, 민주당 32% (‘23.11.8. 대전일보)

위 두 기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눈에 띄는가? 아마 잘 모르겠다면 당신도 매체의 양당 정치 프레임에 길들여져 있을 수 있다.

여당은 사전적 의미로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을 의미하므로 하나다. 현재 기준으로 국민의힘이다. 야당은 여당의 반의어다. 즉, 현재 정권을 잡고 있지 아니한 정당. 이것이 야당의 사전적 정의다.

헌법이 국가의 정당은 두 개만 둔다고 규정해두지 않은 이상 야당은 하나일 수 없다. 하지만, 위 기사 헤드라인에서도 그렇지만 매체 대부분이 헤드라인에 야당 혹은 ‘野’ 표현을 쓸 때는 특정 정당을 가리키는 목적으로 쓰인다. 실제 내용도 그렇다. 바로 우리가 연상하는 그 정당이다(더불어민주당).

언론의 이런 표현은 복수정당제를 표방하는(헌법 제8조 1항) 헌법 정신과 배치된다. 복수정당체제를 표방한 국가에서 미디어가 자꾸만 원내에서 의석수가 제일 많다는 이유만으로 늘 두 당만 노출시키고 선거 기사도 양 당의 대결 구도로 모든 사안을 다룬다. 언론이 사실상 양당 독재를 부추기고, 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선 이를 독과점이라고 하고, 우리 정치도 양당 독과점 체제다.

이럴 거면 굳이 국민 혈세를 들여 선거를 치를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원내에서 의석수가 제일 많은 이 당 아니면 저 당인데. 선거를 폐지하고 잘하든 못하든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사회에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있다. 그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두 정당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정작 몸집이 커진 두 정당은 상대방의 실책에만 기댄 채 반사 이익만 추구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지난해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 당시에도 거리 곳곳에는 특히 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건 현수막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역시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우리나라 정가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집권한 대통령 성씨를 따서 ‘○심’, ‘친○’하는 이런 구호가 판친다. 이 역시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대통령과 친분을 앞세워 자신이 지자체장이 된다면 중앙정부에서 더 많은 예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식의 구호로 지역민의 표를 호소하는 정치인은 군사정부 시절에나 어울리는 구태정치인이다. 얼마 전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보도만 보더라도 우리 선거보도는 정책이나 의제 보다는 정당, 이념에 치우친 일색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연관어분석 (키워드:강서구청장 / 기간:9.11.~10.12. / 분석 뉴스 건수:300건 / 데이터 유형:기사 건수) (사진=김현 제공)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총선과 결부 짓는 것도, 정권에 대한 심판과 연관 짓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보도 관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역 현안, 정책 의제가 아닌 진영 다툼 등 소모적인 주제와 결부지어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관행은 민심의 반영인가? 언론의 선동인가?

내년 총선 만큼은 일제히 모든 언론이 ‘야당’이라는 표현 대신 해당 정당 이름을 쓰고, 정권심판론을 키워드로 쓰는 것을 금지하며, 원내 1, 2당이 아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먼저 보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언론이 먼저 솔선수범한다면 충분히 정책과 의제로 승부하는 정책 선거, 정당이 아닌 인물로 승부하는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 대중 매체가 대중 정서와 관점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언론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기들의 포퓰리즘 보도 관행을 ‘여론’, ‘민심’이라는 무책임한 단어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