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11월 11일 36R. 대구FC vs 광주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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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토) 오후, 옐로우 군단 광주FC가 DGB대구은행파크에 도착했다. 광주팬들은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대한 열망을 걸개로 표현했다. 홈 응원석엔 우리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걸개가 걸렸다. 4시 30분 광주의 선축으로 K리그1 36라운드 경기가 시작됐다. 2분이 되기 전 에드가가 상대 문전으로 침투했다. 겹겹이 둘러싼 수비를 벗겨내기엔 연륜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어진 찬스에서 속공으로 쇄도하던 고재현 발밑으로 볼이 갔지만 수비가 한 발 앞섰다.

광주가 반격에 나섰다. 게임메이커 정호연이 우리 문전을 바쁘게 만들었다. 김승우의 슛을 오성훈이 선방했다. 11분 두현석도 흘러나온 공을 슛까지 연결했다. 18분 광주의 조직적인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볼 흐름 끝에 베카가 있었다. 강력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우리보다 우수한 개인 기량으로 경기를 지배한 그들의 전리품으로 걸맞은 성과였다.

목표가 뚜렷한 광주는 한 골에 만족하지 못했다.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몸을 날렸다. 대구의 중장거리 패스는 비격진천뢰의 정밀도를 닮은 듯했지만 광주는 짧은 패스를 자기편 가랑이 사이로 뒤편 선수에게 연결될 만큼 세밀했다.

최원권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실점했지만 전술 변화를 주지 않고 15분을 더 버텼다. 32분 바셀루스를 대기시켰다. 교체 상대는 이근호였다. 전략이 주효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닭장에 뛰어든 강아지 같았다. 분위기를 탄 40분경 홍철이 코너킥을 올렸다. 김강산이 뛰어올랐다. 동점골을 만들었다. K리그1 데뷔골이다. 크게 포효했다. 홈팬들도 호응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용병 3인방이 브라질 축구를 선보였지만 골문 근처에 있던 국내파 선수의 예측이 미치지 못했다. 전반을 1대1로 마쳤다.

후반이 시작됐다. 교체 선수는 없었다. 바셀루스가 활동을 이어갔다. 연이어 골문을 향해 슛을 날렸다. 이정효 감독의 샘이 복잡해졌다. 광주 벤치가 부산해졌다. 12분경 토마스와 이희균을 출전시켰다. 베카와 이강현이 축구화를 벗었다.

24분 황재원이 쓰러졌다. 근육 경련인 듯했다. 중원에서 많이 뛰었다. 홈팬들의 걱정을 아는 듯 그만 뛸 의사는 없었다. 에드가도 속공 찬스에서 미끄러졌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광주는 공격수 두 명을 교체했지만 반전이 쉽지 않자 남아 있던 허율마저 이건희로 교체했다. 26분경이었다. 곧바로 우리 골문 근접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었지만 슛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도리어 경합을 이겨낸 고재현이 바셀루스를 향해 전진 패스를 넣었다.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지만 광주 골키퍼 이준의 발에 걸렸다.

양 팀은 상처 입은 잔디의 풀냄새가 관중석에 번질 만큼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전반만큼 박진감은 없었다. 36분경 최원권 감독도 박세진을 대기시켰다. 지친 기색이 엿보였던 장성원을 불러냈다.

승점 3점이 필요했던 이정효 감독은 예비 전력을 전부 쏟아 공격력을 강화했다. 하승운과 신창무였다. 아사니와 엄지성을 아웃시켰다. 광주는 높고 촘촘한 대구의 중앙 수비를 우회해서 좌우 외곽에서 기회를 엿봤지만 정호연을 닮고 싶은 박세진이 비축된 체력으로 광주의 침투를 한 발 앞서 저지했다.

추가 시간 김강산이 끊어낸 공을 공격수에게 속공으로 연결했지만 광주의 중앙 수비수 김승우와 안명규의 잔여 체력이 우리 공격수보다 우위에 있었다. 추가 득점 없이 1대1로 경기를 마쳤다. 12,222명의 홈팬들은 최선을 다하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선수들의 노고를 박수로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