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어진 포스텍, 학생·시민단체 ‘위드유’ 선언

총여학생회 등 학내 6개 단체와 포항여성회 지지선언
"포스텍 협소한 공동체에 피해 사실 고발 어려워"
성폭력 재발 방지와 독립적인 인권센터 운영 요구
포스텍, "진상조사 중...2차 가해 우려에 조심스러워"

19:00

포스텍(총장 김도연)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단체와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미투’ 지지 선언에 나섰다.

지난 26일 포스텍 커뮤니티 ‘포스텍 라운지’에는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 동료입니다”라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라고 밝히며, 지난 2015년 A 교수가 소개해 준 고위 공무원 B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투운동을 보며 3년 전 겪었던 기억으로 수면장애와 위장병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며, 지난달부터 B 씨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A 교수에게 연락했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A 교수를 비롯해 저를 동료 교수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거나, 저의 고용 불안정을 악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학내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저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27일에는 여자 선배, 동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남학생의 미투가 담긴 글이 2건 올라왔다.

이에 포스텍 총여학생회, 학부총학생회장단, 대학원총학생회장단,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 포스텍 페미니즘 등 학생단체와 민주노총 대학노조 포항공대지부, 포항여성회 등은 29일 12시 포스텍 무은재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 지지 선언에 나섰다.

▲최수연 포스텍 총여학생회장(가운데)

최수연 총여학생회장은 “우리는 가해자 규명 및 처벌을 넘어서 미투 운동 기저에 있는 권력 관계를 살펴야 한다. 또, 미투 운동을 단순한 성별 간 문제로 축소하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공론화와 지지가 필요하다. 총여학생회도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문제 제기하고, 연대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는 지난 3월 초부터 카카오톡 1:1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익명 제보를 받고 있다. 또, 학내 상담센터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학생은 물론 시간 강사, 외국인 강사를 포함한 교수, 직원, 연구원 등 포스텍 구성원 모두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규모가 작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스텍 여성주의 연구회 ‘포스텍 페미니즘’ 회원 변서현 씨는 “포스텍은 협소한 공동체 규모와 불균형한 성비로 그동안 끊임없이 성폭력이 발생했지만, 이를 고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학 상담센터가 있지만 센터장이 피해 교수님의 학부 직속 정교수인 상황이라, 직접 고발하기가 어려웠던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상담센터

변서현 씨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해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들이 더 쉽게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도록 포스텍 모든 구성원에게 연대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인권센터 운영 ▲추가 제보에 대비한 대응 메뉴얼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을 위한 체계화된 기구 마련 등을 대학 측에 요구했다.

대학 측도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다. 포스텍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현재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익명 게시글이기 때문에 당사자를 찾아 (조사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 될 것”이라며 “학교 규모가 작다 보니 조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우려되는 2차 피해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담센터나 총여학생회, 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익명 글이 나오면 제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익명은 조사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조금 더 용기 내어준다면, 학교에서 가능한 부분은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포스텍 미투 지지 선언을 지켜보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