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강행 문명고 신입생 2명 '입학 포기', '전학' 신청

"불통과 독선이 문제", "다른 부모님과 함께 못해 미안하다"
문명고대책위, "법사위 심의 때까지 연구학교 중단해야"
대구⋅경북 41개 단체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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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4:32 | 최종 업데이트 2017-02-27 14:33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을 고수하자 입학 예정 신입생 2명이 각각 '입학 포기', '전학'을 신청했다.

27일 오전 문명고 입학 예정자 학부모 A 씨(48)가 자녀를 입학시키지 않겠다며 학교 행정실을 찾아가 입학금 반납을 요구했다. A 씨는 "(연구학교를 강행하려는) 불통과 독선" 때문이라며 이유를 취재진에게 밝혔다.

A 씨는 지난 22일 학교 측에 입학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학교 측 만류로 27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A 씨가 자퇴 의사를 밝힌 후에도 학생,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나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고수했다.

A 씨는 "반발이 심하니까 일주일 안에 철회될 줄 알았다. 우리 아이가 이런 학교에 돈 갖다 주지 말자고 하더라"며 "박근혜가 싫어서가 아니라 (국정교과서가) 아닌 건 아니다. 아이들이 먼저 알고 있다. 학교가 대화를 해보려는 게 아니고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불통과 독선이 문제다. 이런 학교에 우리 아이가 3년을 산다고 생각하면···"이라며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또 다른 신입생 학부모 B 씨(40대)는 전학 신청을 했다. B 씨 역시 이번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 때문에 전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B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우린 신입생이라서 기사를 통해서 (연구학교 선정) 소식을 알았다. 더 충격이 컸다.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예전부터 아이 공부를 위해서 대구로 나가야겠다고 고민은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전학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 선생님이 소통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문제인 것 같다. 우리 아이 친구들도 아직 남아 있어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아이들과 남아 있는 엄마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문명고에서 전학을 가거나 자퇴하는 학생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문명고 학생, 학부모 등 50여 명은 학교 교문 안쪽에서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등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 신입생 학부모는 "자퇴하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실제로 자퇴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내일모레면 입학식인데 그 전에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학생,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문명고 대책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역사교과용도서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국정교과서 금지법) 심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연구학교 추진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명고 입학 예정 신입생은 모두 187명이었다. 문명고가 제출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계획서에 따르면, 신입생이 교육 대상이다.

대구⋅경북 41개 단체 '문명고 대책위' 꾸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전교조 대구⋅경북지부, 정의당 경북도당 경산시위원회, 경북역사교사모임 등 대구⋅경북지역 41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 명은 문명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김명동 전교조 경북지부장, 김헌주 민주노총 경산지부장, 신현자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장, 엄정애 정의당 경산시의원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이들은 "문명교육재단과 경북교육청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문명고 연구학교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혁 경북역사교사모임 회원은 "역사교사로서 (이 사태에) 책임이 무겁고,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역사는 읽는 사람이 해석하는 것이다. 아무리 오류가 없는 교과서라도 (국정교과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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