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인권유린 희망원 다시 민간위탁?…시민단체 “책임 방기”

새 수탁 기관 공모...희망원대책위, "더 이상 가두지 말라"
시 1명 경징계 등 시, 달성군, 희망원 관계자 24명 징계

15:27

민간 위탁 업체 재선정 등 내용을 담은 대구시 대구시립희망원 혁신대책 발표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 36년 동안 천주교유지재단이 민간 위탁하며 생긴 인권 유린, 비리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11시 30분, 이경배 대구시 감사관은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실시한 대구시립희망원 특별감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 관계자 20여 명은 발표를 시작하는 이경배 감사관을 막아서며 “대구시립희망원을 또다시 민간 위탁하는 것은 대구시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지난 36년간 민간 위탁 폐해가 분명히 드러났다”며 “즉각적인 위탁을 철회하고, 대구시가 혁신적인 방안으로 시설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탈시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들어보이며 반박하는 조민제 공동집행위원장(오른쪽)

조민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반년 동안 대책위에서 절실하게 대책 마련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대구시가 대책위와 함께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도돌이표만 돌아오는 협의는 의미가 없었다”며 “대구시에서 설치한 시설을 왜 이런 식으로 방기하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희망원대책위는 그동안 희망원 사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과 함께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운영권 즉각 반납 ▲희망원 공적 운영 ▲향후 희망원 폐쇄 및 기능 전환 ▲생활인 탈시설 및 자립 지원 등을 요구해 왔다.

이날 대구시가 발표하려던 ‘대구시립희망원 혁신대책’에 따르면, 3월 중 새로운 민간 위탁 업체를 공모하고, 4월 협약 체결, 5월 인수⋅인계 후 6월부터 민간 위탁을 시작한다. 새로운 업체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현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계속 운영한다.

또, 생활인 인권침해 근거가 된 희망원 내부규정을 일제 정비하고, 인권 옴부즈만 제도와 인권지킴이단 운영, 종사자 인권교육 의무화로 생활인 인권을 보호한다. 희망원 CCTV를 137개 새롭게 설치하고, 매월 회계처리 상황 보고, 급식위원회(가) 설치하도록 한다. 희망원 내 4개 시설에서 나타난 장애인 편의시설 부적합 111건에 대해서는 오는 하반기 전수조사 후 연차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오는 4월까지 생활인 탈시설 욕구 심층 조사를 마치고, 자립 의지가 있는 생활인은 탈시설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오는 2020년까지 장애인 100명을 우선 자립 지원하고, 장애인 거주시설(글라라의 집)은 2020년까지 탈시설, 전원을 통해 기능을 전환한다.

또, 대구시는 현 1,091명 생활인을 2030년까지 200명까지 줄여 시설 규모를 최소화하고, 도서관 등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해 ‘시민을 위한 열린 종합복지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 복지재단 설립을 검토하고, 오는 2018년 용역을 실시한다.

이에 조민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시설에 다시 가두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함께 온 대책위 관계자들도 “더 이상 가두지 말라”, “우리도 사람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반발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위탁 철회 공식 선언 ▲대구시의 즉각 위탁 해제 후 직접 또는 출자⋅출연기관을 통한 운영 ▲권영진 시장 임기 내 100명 탈시설과 장애인 거주 시설(글라라의 집) 폐쇄 등 가시적인 대책 이행을 요구했다.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시립희망원 혁신대책'[자료=대구시]

대구시 경징계 1명, 훈계 4명
희망원대책위, “솜방망이 처분”

이날 대구시 감사관실은 감사 결과에 따라 대구시 보건복지국장 1명 경징계(견책 또는 3개월 이내 감봉), 4명 훈계 처분을 요구했다. 또, 달성군 경징계 3명, 훈계 3명, 시립희망원 중징계 5명, 경징계 5명, 경고 3명 등 모두 24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 ▲시설운영 규정 37건 시 승인 미이행 ▲달성군 ‘입퇴소심사위원회’ 미이행 ▲생활보장위원회 심의 미이행 등 모두 45건이 지적됐다.

이에 희망원대책위는 13일 논평을 내고 “인권 침해와 비리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대구시는 경징계 1명, 훈계 4명으로 검찰 기소 23명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하나 마나 한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 퇴진 운동 등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또,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오는 14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추진 등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요구안’을 대구시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