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의 촛불일기] 끈질긴 투쟁, 적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2)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13) 2016.11.11~11.23

17:37

[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성주촛불일기-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은 8월 15일 문예미학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11월 11일(금) 122일째
촛불집회에서, 내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릴 제6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할 연설을 주민들에게 미리 선보였다.

반갑습니다. 한반도 남쪽, 변방의 작은 고을 성주에서, 산 넘고 물 건너 한양 땅을 밟은,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위원장 김충환 입니다. 아직도 성주에서는 사드배치철회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123일 동안, 비바람이 불어도, 소나기가 내려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김천에서도 81일째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평화의 종교, 원불교가 늘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사드배치는 최순실의 작품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드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100조원에 가까운 무기를 우리나라에 팔아먹었답니다. 국방부를 배제하고 비선에서 결정한 탓에 핵심기술이전과 같은 우리의 조건은 거의 관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드는 무용지물입니다. 허수아비를 세워놓으면 참새라도 쫓지만 사드는 미국 무기만 팔아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드를 반대합니다. 그것이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국방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합니다. 사드배치와 한일군사협정은 같은 것입니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일 뿐입니다. 미국이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일군사협정은 법적근거가 없습니다. 국회의 비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한일군사협정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위험을 높일 것입니다. 일본 군대의 합법적인 한반도 출병의 길이 될 것입니다. 중국과의 대결을 격화시킬 것이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것입니다. 국민의 주권을 제약할 것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에 맡기는 꼴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우리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에 맡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청와대도 정부도 새누리당도 모두 한 통속입니다.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5%가 95%보고 빨갱이라고 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러니 최순실이 설치고 장시호가 설치고 정유라가 설친 것 아닙니까? 박근혜 뒤에 정윤회가 있고, 정윤회 뒤에 최순실, 그 뒤에 정유라, 최순득, 장시호까지, 까도 까도 끝이 없습니다. 이건 양파가 아니라 양배추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검찰은 우병우 조사 하랬더니 접대를 하고 있고, 국방부는 사드철회 하랬더니 한일군사협정을 맺으려하고 있고, 박근혜는 퇴진 하랬더니 아직도 아몰랑 나대고 있고, 새누리당은 해체 하랬더니 친박비박하며 박박대고 있습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습니다. 모든 막장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야 끝이 났습니다. 끝까지 까서 이 막장드라마를 끝내야 합니다.

짐이 곧 국가다라며 나대다가 국가의 큰 짐이 된 박근혜는 이제 즉각 퇴진해야 합니다. 나라를 이 꼬라지로 만들어 놓고, 국민을 이렇게 고생시키면서, 뭔 사이비 무당의 굿이 더 필요합니까? 근혜가 해외나들이하고 패션쇼 하는 것이, 순실이가 돈 챙기고 딸 챙기는 것이 국정 운영이라면, 하야든, 퇴진이든, 구속이든,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병신년이 가고 있습니다. 이 해가 갈 때, 사드고 박근혜고 반드시 같이 보내버립시다. 감사합니다.

-주민들이 성주종합운동장 개장식에서 사드반대 피켓팅과 선전물 배포를 했다.

11월 12일(토) 123일째
14:00 성주와 김천, 원불교가 주최한 “사드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서울역광장에서 개최됐다. 성주 주민들은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상경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주한미군이 급해졌다. 새로운 정부가 사드를 재검토하기 전에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겠다고 엄청나게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지금 롯데그룹과 국방부가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사드배치 연장선에서 다음 주에는 한일정보보호협정도 가서명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드와 정보보호협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이야기했다. 성주에 사드가 들어오면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이 들어오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들어오고, 한미일 미사일방어 무기들을 전부 합쳐서 새로운 지휘체계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만드는 접착제가 사드라는 거다. 그러니 정보공조가 중요해서 다음 주에는 정보보호협정까지 체결하겠다는 거다.

우리가 최순실 정국으로 거의 무정부상태, 정부가 마비된 상황에서 우리 국권의 일부를 일본에게 조금씩 조금씩 떼어주고 장차 일본 자위대가 평양을 폭격할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사드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고 일본에서 미국과 공동개발한 스탠다드 미사일이 곧 개발이 끝난다. 그러면 성주 사드와 일본 이지스함에 있는 스탠다드 미사일이 연계되고 통합돼서 공동 작전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그 공동 작전체제는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결속이 돼서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맞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철의 삼각지대를 구성하게 된다.

우리가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성주의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이제 동아시아가 불타고 있다. 장차 강대국 간에 가파른 긴장으로 대치하는 강대국 정치에서 우리의 주권, 우리의 운명은 지금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달째 국무회의에 참석도 못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의 총리가 몇 사람인지 모른다. 총리가 세 명, 네 명 있는 나라에서, 국무회의도 한 달째 열지 못하고 있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 사드를 일본이나 미국의 결정에 절대 맡겨놓을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민주정부에서 재검토하고 다시 결정해야 한다. 당장 돌려보내야 한다. -<발언 중에서>

-16:00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6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했다.
-18:00 광화문에서 제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했다(100만 명 참가)

▲2016년 11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11월 13일(일) 124일째
팩트tv에서 성주촛불집회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중계했었다. 그동안 무진장 고생을 했다. 팩트tv 덕분에 성주촛불투쟁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더욱 빛났다. 고맙고 감사했다. 11월 1일, 팩트tv가 광화문 촛불집회를 취재하려고 철수했다. 그 후, 11일 동안 성주촛불집회는 생중계되지 못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고립될 것이다. 고립되면 길게 싸울 수 없고, 이길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을 알려야 했다.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광화문 탄핵 촛불집회로 사드문제가 묻혀버릴까 걱정이 컸다. 지역 인터넷 언론 ‘뉴스민’과 협의하고 준비과정을 거쳐, 오늘부터 다시 생중계를 시작했다.

촛불 집회에는 일본에서 온 AWC일본연락회 평화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11월 14일(월) 125일째
비가 왔다. 촛불집회는 투쟁위원회와 주민들의 ‘톡투유’ 형식으로 진행됐다.

약한 세력이 강한 세력과 싸울 때, 최고의 전술은 유연함이다. 강한 세력은 늘 길고 복잡한 준비와 절차를 거치는데 반해, 약한 세력은 유연성만 확보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다. 전략적 선점과 전술적 유연성, 이것이야말로 약한 세력의 가장 큰 무기이다. 무모한 정면충돌은 약한 세력에게는 쥐약이다. 늘 강한 세력의 약점을 찾아내 그곳을 집중 공격해야 한다.

-13:30 민주당 사드대책위원회 원혜영 위원, 김현권 위원, 김영호 간사가 롯데골프장을 방문하고 소성리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11월 15일(화) 126일째
가야산 북쪽을 올랐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힘들여 산을 올랐다. 1)목표는 같은데 방법이 다르다고 방법을 놓고 싸우다 보니, 목표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2)전선이 어떻게 그어졌는지 모르니, 아군에게 총질하는 놈들도 가끔 있다. 본인도 모르고 하는 일이라 더 문제다. 3)싸울 줄은 알지만 이기는 방법을 모른다. 그대, 싸우기만 할 것인가? 이기고 싶은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할 때다.

-소식지 촛불 제16호를 발행했다.

11월 16일(수) 127일째
서문시장에서 두터운 승복을 샀다. 이 옷을 입고 겨울을 버틸 작정이다.

참된 부처는 형상이 없고
참된 도는 실체가 없고
참된 법은 모양이 없다.
이 셋은 곧 하나이다.

-국방부가 롯데와 남양주 군용지-성주골프장 맞교환을 합의했다.
-16:00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21:00 여성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11월 17일(목) 128일째
승복을 입고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갔다. “대한불교 사드타파종 가야산 사철사” 스님이라고 자칭(自稱)했다. “사드타파”를 외치면서 합장하고 절을 하니 사드타파종이고, 사철사란 사드철회사의 약칭이다. 그럴 듯 했다.

이것들이 죄를 짓고 검찰청 포토라인에만 서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구나! 전혀 성실하지 않는 놈들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철저하게 나라 말아먹은 것들이 나라 걱정하는 척은 더합니다. 속지 말아야 합니다. 샅샅이 털어서 비리를 밝혀내고 모조리 감옥으로 보내야 합니다. 더 이상 정치판에 발을 붙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해충은 박멸이 곧 자비(慈悲)입니다.”

11월 18일(금) 129일째
상경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옛 청와대 비서관실 동료들과의 모임에 다녀왔다. 다들 생활에 쫓기고 있다.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자본권력의 통제 수단이다. 도시는 늘 빠르게 살고 있고, 산골은 늘 느리게 살고 있다.

11월 19일(토) 130일째
날씨가 추워졌다. 월동을 위해 화분을 집안으로 들였다. 평화나비광장에서 프리마켓이 열렸다. 석명수표 하수오 술, 김형계(월항면)표 표고버섯, 허기택(선남면)표 도자기 그릇을 샀다.

촛불집회에서 “블랙리스트 촛불문화제, 전국 팔도 풍물굿쟁이전”이 펼쳐졌다. 성남 임인출의 평화 비나리, 김포 박희정의 진도 북놀이, 김포 하애정의 고깔 소고놀이, 원주 김원호의 정화수 의례굿, 충주 권재은의 통일 비나리, 청주 라장흠의 앉은반 사물놀이, 광양 양향진의 바꾸놀이, 영광 최용의 우도 부포놀음, 문경 유대상의 설장구놀음, 대구 김언중의 12발 상모놀음, 성주 차재근의 금회북춤이 이어졌다.

25년 전, 같이 문화운동을 했던 전주 김원호를 만났다. 막걸리 한 사발 나누었다. 지금은 원주에서 활동한다고 했다.

-14:00-17:00 제3차 촛불 프리마켓 & 사가소 벼룩시장을 열었다.
-17:00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도착하여 성주촛불과 만났다.
-제4차 광화문에서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했다.

11월 20일(일) 131일째
강아지 5마리를 모두 분양했다. 동안거(冬安居)를 위해 집안 정리를 했다.

世事琴三尺 세상사 거문고 석 자
生涯屋數祿 먹고 사는 데는 집 몇 칸
誰知眞境樂 참 즐거움의 경지, 그 누가 알리
秋月照寒淵 가을 달 쓸쓸히 연못을 비치네.
<월담(月潭) 정사현(鄭師賢)의 시>

11월 21일(월) 132일째
대가야신문 박장호 대표가 주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형식을 갖추지 못했으니 주민총회를 개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하다. 늘 새로운 내용이 새로운 형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정의평화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촛불집회를 찾아왔다.

11월 22일(화) 133일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주를 방문했다. 촛불투쟁과정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러 왔다고 했다.

독립군은 자기 돈 내고 힘들게 싸우는 백성들이었고, 친일파는 돈 받으며 호의호식하는 관료들이었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성주에서는 백성들이 싸우고 있고, 관료들은 먹고 살기위해서 도망갔고 투쟁을 방해했다.

-소식지 촛불 제17호를 발행했다.

11월 23일(수) 134일째
배추를 뽑았다. 박철주 기획팀장 모친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 이재동 부위원장도 얼굴에 부상을 입었다. 다들 액땜이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을 체결했다. 2015년 12월 28일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었다.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한반도 사드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로서 사드배치 후 사드 레이더 정보는 한국의 것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정말 멍청한 박근혜 정부의 멍청한 외교부, 멍청한 국방부다.

-16:00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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