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다룬 작품 검열에 오락가락 해명…“순수예술 아닌 상업 영화라 문제”

조직위, '사드', '세월호', 박정희' 작품 빼고 행사 진행키로

09:13

대구아트스퀘어 전시 준비 과정에서 일부 작가가 ‘사드’, ‘세월호’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검열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주최 측의 오락가락한 해명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앞서 대구아트스퀘어 행사 중 전시 행사인 청년미술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일부 작가의 작품이 배제됐고, 이에 30일 일부 작가들이 행사를 보이콧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검열 사태는 행사 조직위원회가 이달 13일에 열린 조직위 회의에서 사드 사태를 다룬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가 전시에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했다. 조직위 회의 직후 열린 전시 운영위원회 실무 회의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오갔다. 전시 실무를 담당한 한 큐레이터는 작품이 전시에 부적절하다는 조직위 회의 내용을 14일~16일 동안 박문칠 감독과 실무 회의에서 언급된 윤동희, 이은영 작가에게도 전달했고, 결국 박문칠 감독, 윤동희·이은영·김태형 작가가 30일 행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31일 오후 3시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가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31일 오후 3시. 시내 한 카페에서 조직위가 행사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검열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조직위는 일관되지 않은 해명으로 의문만 키웠다.

<파란나비>는 왜 배제됐나

<파란나비>가 배제된 것에 청년미술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대구미협은 전시의 대원칙이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작품은 안 된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병구 대구미협 회장(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은 “사전검열이라는 말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전시에는 정치적, 종교적인 것은 안 된다는 대원칙이 있다. 사드가 문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전시에 맞는지 거론됐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총괄하는 김이삭 감독은 “이 전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종교적·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는 기조가 있다. 사드에 대한 부분은 자칫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왜곡된 인식을 관람자에게 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사실 있었다”라면서도 “출품에 제약은 없지만, 형식은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박문칠 감독의 작품은 순수 예술이 아닌 상업적 영화였다. 형식상의 문제였는데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검열이라면서 보이콧했다”라고 말했다.

▲김이삭 감독

<파란나비>가 배제된 이유를 정치적인 작품으로써 대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면, 조직위가 적합하다고 본 다른 작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박경제 작가의 <삼평리>, 조진섭 작가의 <난민>은 각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의 송전탑 건설 문제와 빈곤 문제를 다뤘다. 또한 보이콧을 선언한 윤동희 작가의 <망령>,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도 정치적 요소가 있다.

<파란나비>가 다큐멘터리이고, 다큐멘터리는 형식상 전시에 적합하지 않아 배제했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남는다. 작가들이 작성한 전시계획안은 9월 중순께 모두 수합됐는데 전시를 3주 앞두고 작품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또한, 김이삭 감독은 “2017년 청년미술프로젝트에서는···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연환경을 관통하고 있는 불평등과 부조리, 소외와 무관심, 집착과 탐욕에 관해 이야기한다”라고 문서로 전시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뉴스민>이 30일 대구미협으로부터 받은 13일 조직위 회의 결과에는 <파란나비>가 배제된 이유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 내용 검토 후 권고”라고 적혀 있다. “다큐멘터리 작품이 이번 전시의 형식과 맞지 않는다”라는 간담회에서 해명은 문서상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공=대구미협

이날 간담회에서는 검열 문제 외에도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추가 검열 논란도 이어졌다. (관련 기사:정부 바뀌어도 대구시 주최행사에선 ‘사드’, ‘세월호’ 예술작품 안 된다?)

취재진이 검열 사태 해결책을 묻자 박병구 회장은 “몇몇 작가가 참여를 못 하겠다고 했지만, 전시는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고, 김이삭 감독도 “계속 참여하는 작가에 대한 책임도 있다. 전시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라고 답했다.

청년미술프로젝트는 11월 7일 오후 5시 대구엑스코에서 개막식을, 8일부터 12일까지 전시를 연다.

청년미술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된 전시회로, 작품 판매를 위한 ‘대구아트페어’ 행사와 함께 ‘대구아트스퀘어’ 행사 중 일부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회(6명),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회(6명), 조직위원장 총 13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