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연대, 실종 장애인 사망 사건 국가인권위에 진상 규명 진정

시설, 관할 구청, 경찰 사건 처리 과정 의문 제기

15:25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10월 실종된 후 11월 숨진 채 발견된 시설 거주 장애인 정 모(23) 씨 사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420장애인연대는 12일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시설 장애인 실종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대구 동구 소재 A 시설에서 2015년부터 거주한 정 씨는 지난해 10월 1일 또 다른 시설 거주인 A 씨와 함께 시설을 벗어났다가 실종됐다. 11월 27일 정 씨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시설 반경 2km에서 발견됐고, 12월 19일 DNA 감식 결과 정 씨로 최종 확인됐다.

420장애인연대는 “수차례 구청과 시청, 경찰서를 방문해 A 시설의 지적장애인 실종 사망 사건에 대한 경과와 대처에 대해 관계 당국에 확인한 결과 우리는 이 사건을 명백한 ‘죽음에서조차도 장애인을 차별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다”면서 명명백백한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설과 관할 구청 및 경찰이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고, 정 씨 실종 사건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씨에 대한 보호 책임이 있는 시설은 실종 직후부터 변사체 발견과 처리 과정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420장애인연대에 따르면 정 씨가 A 시설을 벗어난 시각은 10월 1일 오전 9시 59분경이지만, 시설 측에서 실종 신고를 한 건 오후 1시 40분경이다. 420장애인연대가 경찰 협조로 관련 CCTV 자료를 열람한 결과, 실종 1시간쯤 후(오전 11시 6분경) 시설 인근 대로변 버스정류장에서 또 다른 시설 거주인 A 씨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실종 직후 1시간까지는 대로변에 있었기 때문에 실종 신고만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큰일 없이 사건을 수습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시설 측은 아침 식사 시간에 한 차례 인원 점검을 한 후 12시 35분경 점심 식사 무렵 2차로 진행한 인원 점검 과정에서 정 씨가 없다는 걸 인지했다고 해명한다. 시설 측은 1시 40분까지 시설 내부에서 정 씨를 찾다가 뒤늦게 CCTV를 통해 정 씨가 시설을 벗어난 걸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420장애인연대에 따르면 시설 측은 정 씨 시신이 발견된 후에도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11월 27일, 정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시설 반경 2km 안 산에서 발견됐지만, 경찰과 구청이 시신을 무연고로 처리하는데 개입하지 않은 것이다.

420장애인연대는 “정 씨가 가족이 있는 사람임을 시설은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무연고로 시신이 처리될 때 개입조차 하지 않은 것은 생활인 사망 이후 A 시설이 후속 조치를 얼마나 허술하게 하는가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구청과 경찰이 정 씨 시신을 신원 확인을 하기도 전에 무연고자로 화장 처리해버린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경찰은 정 씨 추정 시신을 발견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이어서 경찰은 12월 8일 시신을 무연고자로 구청에 이관해 화장처리 해버렸는데, DNA 감식 결과가 나온 12월 19일보다 열흘 이상 앞서 시신을 처리한 것이다.

경찰은 하루 10만 원 정도인 시신 보관 비용이 발생하는 게 부담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해명하지만, 관련법에 따른 절차들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의문을 낳았다.

420장애인연대는 “시설 장애인 실종 사망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상규명과 조치를 요구하는 바이다”라며 “진실이 규명되고 제대로 된 대책이 수립되는 날까지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