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친구 따라 학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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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16:15 | 최종 업데이트 2018-06-22 16:16

요즘 우리 딸 최대 고민은 친구 관계다. 엄마아빠에 대한 서운함은 항상 여전하고 말이다.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선생님 놀이하는데 맨날 한 친구만 선생님 하려고 해.”, “나 빼고 친구들끼리 귓속말해.”, “자꾸 자기들끼리만 놀아.” 섭섭한 이유도 가지가지다. 뭐 이렇게 사소한 것을 가지고 저러나 싶지만 자기 딴에는 너무 속상하고 세상 진지하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상담프로그램에 손을 번쩍 들고 지원할 정도이니 나름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친구들에게 선물로 환심을 사고 편지로 애정을 표현했지만,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딱하고 애처로워 혼잣말하듯 “쟤는 누굴 닮아 사람 욕심이 많고 저렇게 연연해?”라고 물으면 아내는 지긋이 날 바라본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는 무언의 응답이다. 그래, 나도 안다. 날 닮은 틀림없는 내 딸이다.

딸의 애달픈 친구 찾기 여정은 여섯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엄마아빠를 둔 덕분에 아이는 딱히 친구를 만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 집은 흔치 않게 아빠와 주로 다니는 집 아닌가. 유치원에서 같은 반 친구 몇몇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다툼이 잦았고 나쁜 말(너랑 안 놀아 등)을 해서 상담을 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 문제인지, 다른 아이의 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팽팽한 주도권 경쟁 속에 배려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관계 맺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고 상처받고 또 상처주면서도 항상 친구를 갈망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랬던 아이가 본격적으로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은 유치원 근처에 있는 미술학원을 가게 되면서부터이다. 미술학원은 유치원에서 걸어서 1분 거리. 가까워서일까? 대단한 영업비밀이 있을까? 유치원에 다니는 꽤 많은 아이들이 그곳에 다니고 있었다.

딸은 그 미술학원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벌써 무슨 학원이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매일 같은 성화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시설 좋고, 프로그램도 다양한 다른 곳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반드시 그 학원이어야만 했다. 뭘 배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 또래의 친구들이 있는 꼭 그곳이어야만 했다.

아이의 간절한 요청에 학원을 등록했다. 드디어 학원가는 첫날, 어느 때보다 밝고 기대에 찬 모습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진작 보내줄 걸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다행히 그곳에서 무리를 형성하고 친구를 만들었다. 친구들과 생활패턴이 비슷해지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원을 마치고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 시작했고, 동네 언니들과도 어울려 놀았다. 마침내 그렇게 바라던 동네 주류에 편입된 셈이다. 한동안 그 분위기에 취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신나게 어울려 다녔다. 아이가 적응을 잘할수록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적응을 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같은 학원에 묶여 한동안 원만하게 잘 지내더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단짝 친구들 사이에 균형의 추가 무너진 것이다. 하필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우리 딸을 포함해서 3명. 누구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친해질수록 더 집착하고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신경을 쓰고 예민해졌다.

서운한 점이 생기고 때로는 소원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딸은 그 과정에서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제법 속앓이를 한 모양이다. 어려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 덩달아 나도 속상해졌다. 항상 똑같이 지낼 수 없고 친구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으니 다른 친구들과도 어울려 보라고 이야기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몇 년째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겠다고 결정을 한 것이다. 괜찮겠냐고 몇 번을 물었지만 굳은 결심은 여전했다. 일단 한 발짝 떨어져 있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어쩌면 인생 최초로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힘든 결정이 아닐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대견했다.

고민 끝에 한껏 성장한 모습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을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학원을 옮기고 아직 만족스러워 보인다. 친한 친구들과 약간 떨어져 있으니 오히려 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려면 학원을 갈 수밖에 없다. 생업에 바쁜 부모들이 챙길 여력도 안 될뿐더러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을 간다. 낮 시간 놀이터와 공원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그렇게 원하는 친구들은 온통 학원에 있다. 결국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학원비가 부담도 되고 어린아이들을 벌써 내돌리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딱히 별 수 없다. 요즘에는 ‘친구 따라 강남간다’라는 말 대신 ‘친구 따라 학원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학원을 마치고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였다. 학원에서 방금 전에 만났는데 또 뭐가 그리 반가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상 무엇보다 친구가 제일 좋을 시절이다. 친구를 따라 학원을 갔던 우리 딸이 몇 달 뒤에는 또 어떤 학원을 가겠다 할지 모르는 일이다. 기왕이면 잘 놀고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지난주에는 친구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 그렇게 우리 딸의 친구 찾기는 계속된다. 대단한 친구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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