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얽힌 권혁태 대구노동청장은 2013년 뭔 일을 했나

19일, 민주노총 '권혁태 사퇴' 점거 9일, 단식 3일째
권혁태 청장,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봐주기' 의혹
고용노동행정개혁위 보고서, "근로감독 권한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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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09:55 | 최종 업데이트 2018-10-29 12:34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권혁태(53) 대구고용노동청장실을 점거한 지 9일째다. 한사코 권혁태 청장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한 권혁태 청장은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노동부 노사조정과장, 공공노사정책관 등을 거쳐 2013년 4월부터 1년 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지냈다. 이후 근로개선정책관, 고용서비스정책관 등을 지냈고, 지난 7월 31일 대구고용노동청장에 임명됐다. 민주노총은 권 청장이 서울고용노동청장 시절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를 뒤집는 데 관여한 인물이라는 이유로 사퇴 요구를 하고 있다.

▲17일, 점거한 대구고용노동청장실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하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개혁위 보고서에 나타난 권혁태 청장의 활약
관할 지역도 아닌데 회의 참석해 감독 늦추자
회의 후 감독 연장되고 결과 뒤 바뀌어
개혁위, “근로감독관 감독 권한 방해”

지난 7월 31일 활동을 종료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가 발간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가 바뀐 과정이 드러난다.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을 맡았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고위공무원들이 참여한 ‘검토 회의’를 거친 후 감독 기간이 연장되고 결론도 바뀐다. 2013년 7월 23일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 관련 검토회의 결과’ 문서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당시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 관할청인 중부청, 부산청, 경기청장뿐 아니라 서울청장이던 권혁태 청장도 참석했다. 이날은 당초 계획상 감독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인천, 부산 AS센터가 근로감독 대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청장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감독 실무와 무관한 권혁태 서울청장이 배석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권 청장이 검토 회의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7월 23일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 권혁태 서울청장 등이 주도한 검토 회의에서 불법파견 결과가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토 회의’는 “정책실장 권영순, 근로개선정책관 임무송, 서울청장 권혁태는 공모”하여 열었다고 한다. 또, 개혁위 조사에서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은 권혁태 청장이 회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회의를 소집했다고 진술했다. 권 청장은 지방청장들이 회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진술한다.

▲2013년 7월 23일 ‘검토 회의’를 권혁태 청장이 제안했다는 내용(자료=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

권 청장은 당시 열린 회의에서 “엄정한 사실조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번 판단 결과에 따라 노사관계 악화 요인으로 확대되고 갈등 관계가 지속될 우려가 있으므로 판단은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는 등 의견을 냈다.

2013년 9월 6일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정한 차관 주재 회의에도 권 청장은 참석했다. 개혁위는 “정현옥 차관, 권영순 정책실장, 권혁태 서울청장은 직권을 남용하여 감독결과를 불법파견에서 합법 도급으로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명시했다.

근로기준법 제105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수사는 검사와 근로감독관이 전담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정부의 교체나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무원으로 되어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 훈령 근로감독관 집무규칙은 모든 감독 업무는 근로감독관과 지방관서장이 주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혁위는 고용노동부 정현옥 차관, 권영순 실장, 권혁태 서울청장 등을 명시하면서, 해당 사업장 감독에 직접적인 책임과 권한이 없는 이들이 근로감독관의 감독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대구고용노동청장실 농성자들이 청장실에 붙인 ‘대구삼성사용자청’

개혁위, 구미 KEC-경주 발레오만도 노조파괴
대구고용노동청, 대구·경북 지역 관할하는 수장
지역 노동사안 믿고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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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위가 조사한 노조파괴 사업장 12곳 중 경북 지역 두 곳도 이름을 올렸다. 구미 KEC, 경주 발레오만도다. 각각 2010년 파업 이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공모에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심지어 노조파괴에 가담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KEC 부당노동행위 과정에서 사측과 경찰, 시청, 노동부 등 관공서가 협조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또, 발레오만도는 포항지청이 작성한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법적 문제 검토’ 문건이 창조컨설팅으로 유출됐고, 발레오전장 노조파괴에 청와대가 관여하고 노동부 실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개혁위는 의혹만 나열할 뿐 조사권의 한계로 고용노동부 공무원의 위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았다.

대구고용노동청은 대구서부지청, 포항지청, 구미지청, 영주지청, 안동지청 등 대구·경북 지역을 관할한다. 대구경북에 소재한 업체 근로감독 계획과 지휘, 감독 실시, 보고, 결과 조치 등이 대구고용노동청장 권한이다.

지난 17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간부 5명은 청장실 점거 농성에 이어 단식을 시작하면서 “개혁위 조사 보고서대로라면 권혁태 씨는 노동청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점거 중인 대구고용노동청장실 앞

점거 농성을 시작하던 지난 10일 노조와 만난 권혁태 청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답변만 남기고 청장실을 나갔다. 대구고용노동청 역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농성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권혁태 씨는 노동청으로 돌아오지 않고, 노동부도 묵묵부답이다”며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위해 점거 농성에 이어 단식 농성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는 19일 국회에서 열리는 전국 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권혁태 청장을 쫓아가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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