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계약학과 신설 논란 왜? 교수회 의결권 인정 여부가 핵심

대학본부, "총장 가진 권한으로 진행, 문제 없어"
교수회, "의결권 무너트리고 나면 총장 독재"

0
2019-03-19 18:50 | 최종 업데이트 2019-03-19 18:58

경북대가 계약학과 신설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교수회(의장 이형철)는 학칙과 규정을 어겼다면서 강하게 반발하며 교수 총회를 열기로 했고, 대학 측은 총장이 가진 권한으로 진행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동 총장 체제 이후 경북대가 교수회의 대학 운영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 11월 8일 대학원 계약학과 신설 절차에 들어갔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국가나 지자체, 기업 등과 계약을 통해 개설하는 특별 수업이다. 경북대 규정상 학과를 신설하려면 개학 9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지난해 6월 1일 접수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측은 ‘훈시정 규정’일 뿐이며 교육과 대학 운영 목적에 부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학칙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학 절차를 진행한 점도 문제가 됐다. 오용석 교수회 사무처장은 “11월 8일 학과 신설 요청을 받은 본부는 같은 달 28일에 모집요강을 냈다. 계약학과 신설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를 어겼다”라고 설명했다.

교수회는 학칙 재·개정시 교수회가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데 대학 측이 독단적으로 학과 신설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경북대는 학과 신설 절차를 진행하며 교수회에 올해 1월 22일 학칙 개정안 심의를 의뢰했다. 교수회는 2월 28일 교수회 평의회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그런데 경북대는 교수회가 부결한 학칙 개정안을 같은 날 원안 그대로 공포했다.

이에 대해 정형진 경북대 교무처장은 “학칙을 개정하고 나서 학생을 뽑기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칙개정과 학과 신설 절차는)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의회처럼 의결권을 가진 다른 조직이 있다면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총장에게 학칙재·개정과 교무 통할권이 있기 때문에 동시 진행도 가능하다”라고 교수회 주장에 반발했다.

이어 정형진 교무처장은 “학칙에 따라 학칙 개정안은 개정안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교수회가 심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학칙 위반은 정확히 말해 교수회가 했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가 내건 현수막

교수회는 “교무 통할권이 학칙과 규정을 어겨가며 학사행정을 하는 총장 독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본부는 1월 22일 학칙개정안 공문을 보내기 전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본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알았다면 임시평의회 개최라도 요청했어야 한다. 공고일 기준 60일 운운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수회는 앞으로 교수총회를 열고 총장에 대한 요구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 감사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경북대 본부와 교수회 갈등의 핵심은 교수회 의결권 인정 문제다. 교수회는 계약학과 개설 과정에서 대학 측이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은 사건이 향후 학사 운영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용석 교수회 사무처장은 “교수회 평의회가 반대하고 재상정을 요구했는데도 총장이 그냥 공포했다”며 “교수회 의결권을 무너트리고 나면 앞으로 총장이 결정하면 뭐든지 되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는 2000년 학칙 개정을 통해 교수회에 의결권을 학칙에 부여했다. 당시 교육부는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학칙 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경북대에 행정·재정 제재를 가하면서 학칙에는 ▲학칙, 규정의 제정 개정 ▲예산과 결산 ▲대학원장 및 본부 처장의 임명 ▲학내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결 시 ‘교수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는 다소 모호한 조항으로 개정됐다. 당시 박찬석 총장은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했다.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