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돋보기] “인권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학부모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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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5:41 | 최종 업데이트 2019-05-07 16:58

“인권, 인권 요새 이 인권 때문에 애들 교육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구구단도 못 가르치고 받아쓰기도 못해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달콤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힘들어도 어른들이 시키는 것을 해야 하는데 힘들다 그러면 안 하게 하는 게 인권입니다. 어머니들 인권 너무 좋아하지 마십시오.”

학부모 연수 중 아이 학교 교장선생님 이야기였다. 인권에 대한 오해가 노골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장선생님께 안타까움을 전달했다. 단지 인권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움에 오해를 풀고자 전화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마음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제가 마음이 상하지 않았고, 교장선생님께서 인권이라는 가치에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오해를 조금이나마 푸는데 인권을 업으로 하는 제가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재차 말을 건넸지만, 막무가내로 사과를 하셨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런 오해는 우리 동네 교장선생님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29일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은 <"부모 신고하라"는 인권교육>이라는 글을 썼다.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 "부모가 설거지를 딸에게만 시키거나 자녀 이메일을 열어보면 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고 돼 있다고 한다. 한 학부모 단체가 "부모의 가정교육을 인권침해로 규정했다"며 법원에 교과서 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4월 29일 조선일보 만물상 '"부모 신고하라"는 인권교육' 기사

이런 교육이 섬뜩하며,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언젠가부터 ‘인권’이라는 딱지를 도깨비방망이처럼 여기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고도 했다. ‘학생인권조례’도 문제 삼았다.

글을 업으로 삼는 논설위원의 글을 매도할 생각은 없다. 교육에 평생을 헌신하신 교장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신고하라’는 내용은 맹세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단 한 번도 받아쓰기를 금지하거나 구구단외우기 금지를 강제한 적이 없다. 받아쓰기와 구구단외우기 그 자체로 인권침해나 차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은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여성에게 설거지를 시켰거나, 구구단외우기 수업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 단지 구구단외우기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나타났는지 조사할 수 있다. 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면 조사할 수 있다. 신고한다고 ‘너는 잘못이니 혼내줄게’라는 행정 처리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논설을 쓰기 전에 한 번 살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그랬더라면 권리 구제 절차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교과서를 혼냈을 텐데 말이다.

학생인권조례도 마찬가지다. 학생이기 때문에 건들지 말고, 교사의 권리는 찜쪄먹는 내용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가 언제였냐고 질문하면, 군대나 학교라는 답변이 많다. 학생이라는 조건이 불합리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사의 권리에는 수업권, 노동권 같은 기본권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인권에 대한 오해는 여전할 것이다. 인권이 대한민국 교육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에게 대들기 좋은 ‘도깨비방망이’정도로 생각하는 이상 인권이 앞으로 나아갈 길도 멀어 보인다.

불과 백 년 전,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던 시절이 당연했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그 시절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비난받았다. ‘인권’에 여성은 없었다. 여성이라는 조건을 차별했기 때문에.

인권을 ‘도깨비방망이’나 ‘지옥으로 가는 길’로 오해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학생이라고, 여성이라고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 지옥으로 가는 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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