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자료 틀린 ‘예산 대구 패싱’ 강효상 주장 받아쓴 언론

강효상 의원 제시 지자체 국비 예산 현황이 ‘대구 패싱’ 근거
중앙정부 제시 자료 없고, 지자체별 발표 예산 항목 달라

17:07

지난 12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은 ‘집권여당이 도둑질한 내년도 정부 예산, 대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대구신문, 경북일보 등 대부분 지역 일간신문은 강효상 의원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

▲12월 13일 지역 일간지의 ‘대구 패싱’ 관련 보도

강효상 의원 제시 지자체 국비 예산 현황이 ‘대구 패싱’ 근거
중앙정부 제시 자료 없고, 지자체별 발표 예산 항목 달라

강효상 의원은 “대구의 국비 예산은 고작 1.9%(3조 1,330억 원) 증가에 그쳐,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며 “불법적으로 이합집산한 이 ‘4+1’ 협의체는 대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반면,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핵심기반인 광주와 교두보 확보가 필요한 PK에는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강효상 의원이 제시한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별 2020년 국비 예산 현황’이다.

강원 6조 7,958억 (전년대비 11.6% 증가)
경기 15조 8,249억 (전년대비 12.2% 증가)
경남 5조 8,888억 (전년대비 16.8% 증가)
경북 4조 4,664억 (전년대비 21.1% 증가)
전남 7조 1,896억 (전년대비 5.6% 증가)
전북 7조 6,058억 (전년대비 8.1% 증가)
제주 1조 5,118억 (전년대비 11.4% 증가)
충남 7조 1481억 (전년대비 11.9% 증가)
충북 6조 854억 (전년대비 11.6% 증가)
광주 2조 5,379억 (전년대비 14.8% 증가)
대구 3조 1,330억 (전년대비 1.9% 증가)
대전 3조 3,529억 (전년대비 9.5% 증가)
부산 7조 755억 (전년대비 12.9% 증가)
서울 6조 7,252억 (전년대비 13.1% 증가)
세종 4,950억 (전년대비 29.7% 증가) 행특회계 제외
울산 3조 2,715억 (전년대비 28.2% 증가)
인천 3조 7,001억 (전년대비 20.1% 증가)
정부예산 512조 2,504억원 (전년대비 9.1% 증가)

2018년 기준으로 인구가 190만에 미달하는 전남도 예산이 7조를 넘는데 인구 246만인 대구 예산이 3조 규모라면 심각한 차별이다. 하지만 실상은 각 지자체가 발표한 예산 범위가 달라 생기는 차이다. 전남이 발표한 자료는 기초노령연금, 복지 지출 비용을 모두 포함한 예산이다. 전북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대구시가 발표한 3조 1,330억 원은 대구시가 건의한 사업 예산 가운데 반영한 예산 총액이다.

인구가 대구 절반이 되지 않는 울산도 예산이 더 많다. 울산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고보조사업과 국가시행사업 예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국가시행사업은 전국 모든 지자체가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시 발표 자료는 이런 경상적 복지비와 교부세는 제외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동일한 기준에서 발표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주장한 ‘대구 패싱’은 사실일 수가 없다. 적어도 ‘대구 패싱’이 사실임을 입증하려면 다른 지자체도 신청사업 대비 반영된 국비 예산을 갖고 비교해야 한다.

대구시 신청 금액 반영률은 91%
전년대비 21.1% 증가했다는 경북은
신청 금액 반영률 71.3%

복지비와 교부세는 인구 비례에 따르니, 그래도 대구 예산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구시가 얼마나 사업을 신청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시에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반영을 안 해줬다면 ‘대구 패싱’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0년 국비 신청 예산은 3조 4,454억 원이다. 이 가운데 3조 1,330억 원이 반영돼 반영률은 90.9%다. 반면 2019년보다 21.1% 국비 반영 예산이 늘어난 경상북도는 요청한 금액 대비 71.3%만 반영됐다. 반영율로만 보면 경북이 ‘패싱’당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경상북도는 미반영된 예산도 많았지만, 애초에 많은 예산을 신청해 전체 국비 예산 규모가 늘어났다. 반면, 대구시는 신청 사업이 적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남칠우)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체로 2019년 예산에 비해 2020년 예산 신청액이 많을수록 2020년 최종예산 확보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합의조차 거부해 놓고 지역의 예산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남칠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확정된 2017년 대구시 예산 증가율 마이너스 5.52%는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언론이나 일부 지역 국회의원의 TK패싱 논란에 대해 같은 당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미 여러 차례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3월 13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 TK 패싱이 있다’고 한 도의원이 지적하자, “언론에서는 소위 ‘경북 홀대’나 ‘경북 패싱’이라는 말로 경북의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략) 언제까지 정부의 온정에만 기다리는 ‘천수답 행정’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재차 제기된 TK 패싱에 대해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예산에 못 따면, ‘TK 패싱’이라는 말은 없다. 우리 실력이다. 실력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이라며 “그렇게 하고 지금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