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10) 교육공동체 희년, 이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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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교육공동체 희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비산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공동체 희년 대표 이숙현이라고 합니다. 교육공동체 희년은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방과 후 공부방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얼마 전에 공간 리모델링을 통해 교육문화공간 틈으로 새로 열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변화하는 지역사회에 맞춰 새로운 비전을 논의하던 중 지역의 다양한 주민들의 모임을 만들고, 어린이, 청소년 활동에 지지기반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Q. 희년은 빈민운동에서 시작하지 않았나요?

비산동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네입니다. 예전에 희년공부방은 ‘가난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학원 간다면서 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활동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 수 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이후 지역사회 공부방 운동에 대해 좀 더 고민하며 우리 활동 방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동을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환경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성찰과 속도 조절도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리하고 비전을 세우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2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교육공동체 희년은 어땠나요?

새롭게 공간 열림식을 하고 이런저런 계획이 있었는데 바로 코로나가 찾아왔고, 여기도 모든 게 완전 스톱이었습니다. 모두의 공간으로 열고, 공개적으로 오게 하는 건 할 수 없게 되었지요. 대신 동네에 사는 회원 엄마들은 매일 왔습니다. 밥도 해 먹고 같이 놀기도 하고 뭐할지 작전도 짜구요.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신천지 아니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서 엄마들끼리는 더 붙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팀워크는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일도 못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서 답답하고···. 그래서 기획한 것이 수요일 ‘만나데이’입니다. 매주 하루 아이들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Q. 타 지역에서 나눔의 손길도 많이 있었는데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간식 꾸러미 나눔을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전교조 선생님들에게서 온 연락이었습니다. 전교조 세월호 교사 모임에서 300만 원 정도 기금을 모았는데 코로나 상황에 학생들을 위해 뭘 좀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다들 집에 머무르고 있으니 식료품이나 간식을 준비해서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60박스를 만들어서 나누기로 결정했고, 북구에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연결해 물건을 받아서 엄마들이 직접 포장해서 나누었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보낸 물품과 기금으로 그 이후에도 4차례 더 간식 꾸러미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만든 마스크, 건빵, 지역특산물 등 다양한 지원 물품이 왔습니다. 매번 정말 풍성한 박스가 만들어졌고 동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나눴습니다.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또 연결이 되고 연결이 되고···. 세월호 가족모임에서도 세월호 당시에 국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웃들이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성금을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눔 할 때 ‘세월호 가족 모임에서 보낸 겁니다’라고 안내를 했고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감동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구시민센터에서 모금한 기금과 전남마을공동체, 서울마을센터 등에서 보내주신 물품, 그리고 신안에서 보내주신 튤립꽃 등 여러 차례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동네에서 간식 나눔 프로그램은 지금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아동센터 등에 가지 않는 어린이가 꽤 있습니다. 그렇게 사각지대가 생기는 곳에는 우리 활동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대상자들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이웃해서 살고 있는 엄마들이 동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집은 할머니와 산다’, ‘어느 집은 어떻게 어렵다’ 등등 정보가 취합되어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차상위 계층이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을 찾는 데는 엄마들 역할이 컸습니다.

Q. 많이 바쁜 나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소회 같은 것이 있다면요?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서 물품선정도 하고 직접 만나 전달하면서 이야기 나누며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것 같아 다들 즐거워했습니다. 할머니들이 꾸러미 박스를 받아 가시려고 수레 를 끌고 오셔서 고마워하실 때는 다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존중감 없이 전달될까 봐 엄마들이 조심도 많이 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우리에게는 얻는 게 많은 작업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만난 아이들과 새로운 인연도 만들었고, 새롭게 관계가 열리는 계기가 되었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답답하기는 했지만, 우울한 코로나 정국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Q. 코로나 이후에 공간 ‘틈’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공간 ‘틈’은 코로나 시국에 처음 일을 하였습니다. 계기가 하나 생긴 거죠. 관심 갖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익숙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내부적으로는 엄마들끼리 좀 더 단단해졌다는 것. 그리고 활동하는 엄마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 아는 사람의 관계망이 점점 넓어지면서 이곳을 찾고, 소개하고, 차 한잔하며 얘기하는 일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습니다.

Q. 재난 상황 시 정부나 지자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대구에서 심각했던 것 중 하나가 병상 부족이었지요. 병상이 없어서 광주까지 가기도 했으니까요. 의료민영화는 재난 상황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공적영역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공적영역을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상황에도 대비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비자가 없는 사람을 코로나가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동네에도 남편이 외국 사람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 배분할 때 빠졌습니다. 그런 것 하나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국민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러한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나온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 빈 부분이 없도록 채워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료급식 받던 사회적 약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더 큰 문제들에 부딪혔을 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시민사회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시국에 일어났던 다양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행정이 해야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보조기관 같은 역할만 했었는데 오히려 시민사회는 혼란의 시기에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코로나 확진자든, 전파자가 되었든 그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들은 없습니다. 인권 감수성의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재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인권 의식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를 두고 환경, 문화 등에 대해 각자 의제별로 고민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각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모여서 갑론을박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의제에서 더 전문성을 가지고 대안과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