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빈민 직접 나서…“‘나쁜 정치’ 폐지당(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 창당 준비위 발족

14:17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 창당 준비위원회가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연 모습.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 창당 준비위원회가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연 모습.

제도권 정치가 내거는 주요한 가치 중 하나는 ‘국민을 위한 정치’다. 그러나 제도권 정치가 이야기하는 국민에 어떤 이들의 삶은 포함되지 않는 듯하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때문에 고통받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지난 3년간 이러한 제도를 폐지하고자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권 정치판은 이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이에 장애인과 빈민 등 소외된 사람들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을 맞아 직접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아래 폐지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제도권 정치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정치를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폐지당 창당 준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준비위원들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 정치’를 폐지”하겠다고 당의 창당 이념을 내세웠다. 이들은 소외된 이들이 직접 폐지되어야 할 악법과 제도 등을 알리며 바꿔나가겠다고 활동 방향을 밝혔다. 준비위원들은 “폐지당은 원하는 사람 모두가 당대표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포함해 일상의 요구를 가지고 참여하는 모든 이가 비례대표”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로 힘을 모아, 모욕과 수치를 받으며 살아온 역사를 단절하는 전선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선언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이런 점에서 폐지는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라며 “나쁜 정치를 폐지하고 정치가 무엇이고 또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직접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과 성소수자 단체, 민주노총 등도 함께 참가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폐지당과의 연대 활동으로 정치인의 당선이 우리 삶과 관련 없는 권력자들의 일이 아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하 공동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폐지당과 함께 장애인권리보장법, 소득보장, 기본소득 등의 논의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한울 노동당 부대표는 “전국 곳곳의 투쟁 현장에서 권력에 빼앗기는 것들을 되찾고자 많은 이가 싸우고 있다”라며 “폐지당이 중심이 돼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싸움을 함께해나갔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폐지당은 정식 정당은 아니나, 총선 기간에 전국 곳곳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등의 요구를 알리는 선거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폐지당은 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선거운동을 진행할 후보자들을 모집할 예정이며 오는 3월 10일 창당 대회를 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갈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