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입원 ‘첩첩산중’

시행규칙 개정됐지만…에이즈감염인, 요양병원 입원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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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16:56 | 최종 업데이트 2016-02-24 17:01

“HIV/AIDS감염인(HIV감염인)도 요양시설에 입원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권리 요구도 ‘현실의 벽’은 막막했다.

24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의회에서 HIV감염인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와 대구시의회가 주최한 간담회에는 HIV감염인·법조계·의료계 관련 종사자 등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관련 시행규칙 개정 이후 실질적인?HIV감염인의 요양병원 입원방안을 토론했다.

24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간담회
▲24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간담회

이 자리에서는 “HIV감염인의 의료권·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이 강조됐으나, 관련 시설 종사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HIV감염인이 법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고, 전염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같은 병원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의 전염 공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앞서 12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HIV감염인은 요양병원 입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전염 공포에도 불구하고 HIV감염인의 의료권 보장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HIV감염인 9,615명 중 60세 이상이 1,135명(11.8%)으로 나타나 HIV감염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HIV감염인의 고령화가 진행되며 요양병원 필요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김난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입원을 못 해 집에서 산소호흡기를 다는 HIV감염인도 있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요양병원이 입원 거부를 할 수 없게 된 만큼 요양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HIV감염인 인권 보장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노인병원 등 현장 종사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창호 대구시서부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은 “우리 병원은 감염병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할 시설이 없다. 전염성이 낮다고 해도 일반 병실에 입원시킬 경우 감염 환경은 조성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나 정서가 무르익지도 않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민 홍보에 나서야 한다. 시행규칙 개정만으로는 전문가 외에 시민들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성환 대구시시지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은 “우리 병원은 간병인 한 사람이 6~8명을 돌본다. 이용자 평균 연령은 81.9세인데 (노령이라) 감염에 약하다”라며 “HIV감염인이 입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 다수가 병원 이용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병원도 운영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직원도 퇴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형 대구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는 “의료인은 법적으로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다. 병원에서 환자를 차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환자가 가면 치료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위험한 질병이라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 법률적으로 환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예외적 사항이다. 진료 거부 행위는 고발하고 처벌해서라도 일반인에게?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은 “편견과 공포에는 사실 합리적 이유가 없다. 오해와 편견 때문이다. 정서적 동의를 먼저 얻고 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해나가자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라며 “의식의 문제라면 대대적 개선도 필요하다. 건강과 생명 문제에서 입원할 곳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간담회 이후 관련 병원과 협력 체계를 만들어 HIV감염인 입원 가능 병원을 확보하고, 강사단 등을 운영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경북대학교 감염내과에 따르면 HIV 바이러스는 HIV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땀, 소변, 대변을 통해서는 감염이 어렵다. 일상생활을 통해서 감염·전파가 어려워 비감염인과 화장실·목욕탕·수영장을 함께 이용해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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