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년 끌다 ‘패킷 감청’ 심판 종결

당사자 사망으로 위헌여부 판단 없이...“헌재 소임 방기”

09:30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회선의 전자신호를 활용한 수사기관의 ‘패킷 감청’ 사건에 대해 청구인 사망에 따라 위헌 여부 판단 없이 심판절차를 종료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헌재가 사실상 소임을 방기했다며 규탄했다.

헌재는 전직 교사인 고(故) 김모 씨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과 그에 따른 절차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7호, 제5조2항, 제6조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25일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심판절차 종료 선언은 청구인이 사망했거나 청구를 취하했을 때 내린다.

김씨는 국정원으로부터 2010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자신의 인터넷 전용회선을 이용한 패킷 감청과 인터넷 전화통화 내역을 감청 당해 2011년 3월 29일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비밀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민변은 “헌재가 아무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9월 청구인이 사망하자, 2016년 2월 11일 청구인 사망사실을 전북 김제시 진봉면장이 발신한 사실조회를 통해 공식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어 “만 5년 동안 헌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는 패킷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해 침묵을 지키다가 청구인이 사망하자 부랴부랴 심판종료선언이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결정을 짓고 절차를 종료하고 만 것이다”고 헌재를 비판했다.

민변은 “헌재에 집적되어 있는 사건의 규모나 그 성질에 비추어 접수일로부터 180일 내에 종국선고를 기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5년은 너무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민변은 “헌재가 사실상 이 결정에 관해 헌법적 소임을 방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게다가 이번 패킷 감청 사건은 당사자의 권리구제도 중요한 요점이지만, 과연 패킷감청이 헌법적 원리에 부합하는가 하는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어 예외적으로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고, 또한 본안판단을 해야 마땅한 사안인데도 그 판단을 회피한 점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조만간 패킷 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