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투표소 가라” 막힌 참정권…장애인 차별 집단진정

123건 차별 사례 인권위에 진정, “실질적 장애인권 보장하라”

18:26

뇌병변장애인 김정호(가명) 씨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 사전투표 기간 권리 행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대구 달서구의 한 투표소를 방문했다. 그런데 투표소는 2층에 있었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선거사무원에게 문의하니 “다른 동네로 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청각장애인 제정훈(가명) 씨는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주행연습을 했다. 하지만 주행연습 내비게이션이 음성언어로만 지원돼 제 씨는 운전면허 취득에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지체장애인 박정민(가명) 씨는 금호강 둔치에?갔다가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큰 낭패를 봤다. 결국, 1km 떨어진 지하철역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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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8년을 맞았지만, 장애인의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문턱은 여전하다. 이에 15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차별 사례 총 123건을 모아 집단 진정에 나섰다. 이들은 장애인 차별을 부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420장애인연대가 진정한 내용을 보면 시각·청각장애인의 요구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요구가 제기됐다. 또, 장애로 인한 시설물 접근제한, 장애비하 등 고전적인 차별도 여전했다.

김시형 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되었지만 교통, 의료, 문화, 금융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물들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 장애가 고려되지 않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20장애인연대는 “국가인권위 조사권이 지역사무소까지 확대되었으며, 대구시 장애인인권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8년이 지난 후에야 조금씩 장애인 권리옹호 체계 모습을 갖추고 있다”며 “국가인권위가 인력확대를 통해 차별시정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집단진정서를 직접 전달받은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도 진정 내용에 대한 발빠른 조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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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권조례가 제정된 대구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대구시 장애인인권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장애인 권익옹호에 나서게 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계획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발달장애인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