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반납신청서’ 쓰라고? 최저임금으로 내몰린 시내버스 운전사

대구시-버스조합 표준운송원가 재산정…노조 "단체협약 위반"

14:52

대구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지원금 규모(표준운송원가)를 재산정하면서 신규 채용한 시내버스 운전자 임금을 줄여 일방적인 고통 전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과다한 재정 지원을 재산정한 것이며 “임금은 개별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에서 가장 만만한 노동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았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될 표준운송원가를 합의했다. 새로운 표준운송원가는 신규 채용 운전자에게 최저임금 수준 호봉제를 적용했다. 지원금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노동자 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 또, 버스업체는 노사간 단체협약을 어기게 됐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고자 신규 채용자에게 임금 ‘반납신청서’를 쓰게 하는 문제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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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 버스 노동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임금이원화’를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버스사업조합은 지난 2월 각 버스 업체로 “새로운 표준운송원가가 적용되는 기간은 연도별 표준총액을 초과하는 운전직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신규채용 운전기사 임금을 2015년 임금협정서 기준으로 지급하게 될 경우 재산정 인건비 원가를 초과하게 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과 함께 첨부된 ‘임금 지급 시 참고사항’에는 신규채용자가 월 24일 일했을 때 199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주휴수당, 연장수당 포함). 기존 노동자보다 70만 원가량 적은 금액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시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임금단체협약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미 석 달 동안 신규채용자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인데 알바 수준의 시급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조합은 단체협약 위반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신규채용자에게 임금 ‘반납신청서’를 받기도 했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금보다 부족한 금액은 사업조합으로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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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합이 버스 업체에 보낸 공문 일부.(자료 제공-대구버스노동자협의회)

이 관계자는 “회사가 교묘하게 임금반납각서를 받았다. 우리 조합원만 약 70명, 다른 노조 소속까지 합하면 80여 명 신규 운전사가 당했을 것”이라며 “업체에 각서 취소와 미지급 임금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9개 업체는 나머지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버스노조는 이에 임금체불과 임금단체협약 위반으로 노동청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표준운송원가에 인건비가 포함돼있지만, 대구시는 재정 지원을 할 뿐이다. 개별 임금은 개별 회사와 노동자 간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작년에 준공영제 혁신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표준운송원가를 재산정했고, 그 원가 수준에 따라 재정을 지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대경버스지부와 대구버스노동자협의회도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지난 3월부터 매주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광혁 대구버스노동조합 사무차장은 “대구시와 사업조합이 단체협약조차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았다”며 “재정 지원이 과하다고 지적받으니까 비용 절감하기 제일 쉬운 노동자 임금을 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사업조합은 오는 19일 회의를 열어 신규입사자 미지급 임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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