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학생 특성화고,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칼럼] 구체적 계획, 교원 확보 없는 대구교육청, 교육권 기초에 충실해야

13:23

대구시교육청은 201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가칭 ‘장애학생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우동기 교육감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장애학생의 취업 및 진로를 위한 특성화고 설립 추진을 밝혔고, 그해 5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를 통과했다. 최근에는 학교 부지 확보를 두고 해당 지주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 ‘전국 최초’의 장애학생 특성화 고교는 단일 고등학교 과정 특수학교다. 정원은 30학급, 210명이며, 개설 학과는 원예과, 식품가공과, 애니메이션과, 바리스타과, 화장미용과, 클리닝과 등 10개다. 개별화된 맞춤형 직업교육으로 100% 취업을 목표한다고 교육청은 말한다.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와 장애인교육 정책 협약을 맺었다. 내용은 ▲성인장애인교육지원 전면 확대 ▲특수교육 실무원 증원 ▲치료지원 확대 ▲방과 후 활동지원 확대 ▲특수교육종사자 안전대책 마련 등 이다. 사진은 2014. 5. 16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와 장애인교육 정책 협약을 맺었다. 내용은 ▲성인장애인교육지원 전면 확대 ▲특수교육 실무원 증원 ▲치료지원 확대 ▲방과 후 활동지원 확대 ▲특수교육종사자 안전대책 마련 등 이다. 사진은 2014. 5. 16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우선은 반길만한 일이다. ▲단순하고 편협한 직종 선택 ▲낮은 취업 관련성 ▲직업교육 교원의 전문성 ▲교내 중심의 교육으로 인한 낮은 현장 연계성 ▲부족한 지역 인프라 및 교육설비의 낙후성 등은 장애학생의 직업교육에서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온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09년부터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내실화 방안’을 수립하고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대구의 경우, 서부공고)’, ‘특수학교 학교기업(대구의 경우, 남구 5개교 통합 기업)’ 설치를 골자로 직업교육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이번 장애학생 특성화고 역시 그 연장이자, 새로운 시도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장애학생 특성화고’의 개념 문제다. 교육부의 제4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13~2017)에는 기존의 일반 특성화고 인프라를 활용한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정책의 강화, 특수학교 학교기업의 확대 및 운영 내실화 부분들을 제외하고서는 특정 장애유형의 특수교육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학생 특성화고’ 설립에 대한 계획은 없다.

대구시교육청의 학교시설사업 시행계획 고시문에 따르면, 이번 학교의 설치 목적은 ‘기존 고등학교 특수학급 수가 적어 고등부 특수학급 증설이 필요하나 교실사정으로 학급증설 곤란하여 특성화 고등학교를 신설하고자’ 한다는 것이 최우선의 이유이다.

즉, 만성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기존 고등학교 특수학교(급)의 과밀문제 해소를 말한다. 물론, ‘기존 종합 특수학교(유․초․중․고․전공과)에서의 직업교육 한계를 극복하여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으로 사회적 비용 경감을 하고자’ 한다는 목표가 덧붙여져 있지만, 특수학교를 하나 더 설립한다는 것을 넘어 ‘무엇을 특성화하는 것인가’에 대한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교육청 역시 사업의 추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교육부의 ‘장애학생 진로ㆍ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진로의 다양화 및 취업률 향상(진로-직업교육)’ 부문이 아닌 단순 ‘특수교육기관 확충’ 부문이다.

다음은, 교원 확보문제다. 2015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특수교사의 법정 정원 확보율은 전국 평균 62.8%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대구는 61.3%로 평균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교사가 없다. 교육청은 직업교과 자격증 소지자 또는 직업 전문 기관에 교사를 위탁연수 실시 후 배치할 예정에 있다고 하나, 법정 정원 확보에 대한 계획이 없는 가운데 실효성이 의심된다. 교육청이 교육부의 ‘기간제로 하면 괜찮아’라는 생각을 그대로 갖진 것일까.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원된 교원 15,280명 중 13,058명이 기간제로 채워졌다. 2015년 한 해에만 2,856명의 기간제 교사(정교사 480명 증원)가 증원되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2011년 약 6만5천 명에서 2015년 7만1천 명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기간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사 1명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해야 하거나, 내년에도 고용이 될지 안 될지 불안한 상황이라면, 책임은 누가 지고, 교육청에서 말하는 개별화된 맞춤형 직업교육은 누가 하는 것인가.

세 번째, 접근방법에 대한 우려다. 집 근처 학교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명목상 ‘거주지에서 쉽게 접근하여 현장중심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학생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확대’하는 것을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교육청은 그것이 ‘명목상’임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대구의 사립 고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단 한 곳도 없다. 대구에 특수학급이 있는 고등학교는 28곳에 불과하며, 학급당 인원은 7.4명으로 법정 정원 초과치가 전국에서 2번째로 높다. 대구 일반고 1,743학급 중 특수학급은 30학급(1.7%)에 불과하고, 특목고는 158학급 중 1학급(0.6%), 마이스터고 72학급 중 1학급(1.4%), 특성화고는 609학급 중 12학급(2.0%) 등과 같은 수준이다.

기존 특성화 고등학교에서의 특수교육대상자들에 대한 배제도 문제다. 전국적으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대다수에서 특수학급은 폐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해 대구에서도 자연과학고등학교가 교실과 실습실이 부족하다, 교육상 차질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2017년부터 특수교육대상자들의 입학을 받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해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장애학생 특성화고 설립이 또 다른 분리교육의 전초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반가운, 그러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지금의 장애학생 특성화고 설립 과정을 지켜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집이 아무리 좋아도 기초공사가 허술하면 곧 무너진다. ‘특성화’라는 이름이 아무리 보기에 좋더라도 결국 그 성패는 교육의 기초 토대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약속하고도, 2016년 예산을 오히려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여버린 교육감,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하고도 유가초 등 소규모 학교를 1년 안에 통폐합하겠다는 교육청의 모습을 보며 장애학생은, 학부모는 지금의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굳이 ‘장애학생 취업 100%’를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교육청이 10회 연속 장애인 고용 저조 기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부디 대구시교육청이 장애학생 특성화고의 제 자리 찾기, 제 기능하기를 위해서라도 교육권 보장을 위한 기초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