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 논란

노조, “인원 줄어도 업무량 그대로...인력 감축 계획 백지화해야”
대학, “재정 상황 좋지 않아...고통 분담해야”

16:31

대구가톨릭대(총장 김정우)가 향후 2년(2018년, 2019년) 동안 청소노동자를 18명(현재 81명) 줄이는 계획을 두고 노동자와 대학본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일방적인 인원 감축으로 높아지는 노동 강도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학은 재정 상황이 나빠져 교직원도 고통 분담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소업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는 2015년부터 매년 정년(67세) 퇴직자가 발생해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2015년 2명, 2016년 6명, 2017년 1명이 줄어들어 현재는 81명이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2019년에도 정년퇴직자 18명이 떠난 자리에 인원 충원 계획이 없다.

대구가톨릭대 청소노동자

인원이 계속 줄면서 노동 강도는 점점 늘어났다. 최광옥(58) 대구지역일반노조 대구가톨릭대시설지회장은 “3명이 담당하던 구역에 1명이 줄어 2명이 일하게 됐다. 늘어난 업무에 청소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하자 시말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또, 늘어난 업무량으로 병원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업무량이 늘어나더라도 추가 근무 수당은 없다. 대학이 용역업체와 계약한 낙찰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을 다 마쳐야 한다. 대학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책임을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뿐만 아니다. 경북 경산시 다른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구가톨릭대, 경일대, 대구대, 영남대, 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 50여 명과 대구지역일반노조는 20일 12시 대구가톨릭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가톨릭대 청소노동자

이들은 “유독 경산지역의 대학들만이 인원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정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면서도 재단적립금은 계속 쌓고 있다. 일방적인 고통 강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대학본부는 지속된 등록금 동결과 대학 재정 상황 악화 이유를 들었다. 대구가톨릭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교직원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업무량이 늘어나는 부분과 관련해 이를 해소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학본부에 인력감축 계획 중단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구가톨릭대의 적립·이월금은 879억 원이며 모 재단인 학교법인 선목학원(이사장 조환길)의 적립·이월적립금은 332억 원이다. 재단·법인의 적립·이월금 총액은 1,211억 원으로 전체 사립대학 가운데 27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