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아트페어 김이삭 전시감독, 검열 논란 입장 발표 “사실 아냐, 마녀사냥”

3일 입장문 내고, 검열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 발표

19:28
▲김이삭 감독

대구아트페어 검열 사태에 김이삭 전시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의 사드 관련 작품 배제 권고 결정이 정치적 사유의 검열 아니라 “배급사를 통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드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박문칠 감독이 다른 작가들에게도 보이콧을 종용하고 전시의 공신력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김이삭 감독은 입장문을 내고 “다수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국제전시에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된 사드 관련 단편영화가 배급사를 통해 전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자명하다”라며 “많은 갈등이 남은 대구에서 정치적으로 전시가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문칠 영화감독은 그의 최종 불참 결정을 전달받고 감독으로서 확인하고자 한 전화를 의도를 가지고 녹음하여 오해받을 만한 부분만을 짜깁기하여 언론에 배포했다”라며 “녹음 시점이 결정 초기임에도 전화녹음까지 하고 이 전시회를 그렇게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전시회를 공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2일 보이콧을 선언한 작가들은 김이삭 감독과 박문칠 감독의 통화 내용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사드만 아니면 다른 이슈는 다 괜찮아” 대구YAP 검열 과정 녹취록 공개)

끝으로 “어렵게 마련한 대구 청년미술 프로젝트는 주최 측인 대구시와 젊은 예술가들과 대구시민의 뜻을 담아 이제 불과 5일 후면 전시가 열리게 된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많은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전시회는 대구시민에 대한 도리다. 이 소중한 전시회가 끝나면 얼마든지 논의에 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김이삭 감독이 밝힌 입장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대구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감독 김이삭입니다.
요즘 사드관련 단편영화의 전시거부 파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론사에 저의 입장을 밝힙니다.여러분은 우리나라 문화의 수준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도 블랙리스트 또는 찍어내기 식의 반문화적 폭력적 거부행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박문칠 감독의 영화상영 건이 사드에 대한 정치적 사상 검증논란으로까지 전파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전시 기획의 방향과 맞지 않아 내리게 된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항의도 없이, 전시를 위해 제출된 개인 정보를 무단도용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들에게까지 불참을 종용하고 전시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며 전시진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많은 갈등과 아픔이 남아 있는 대구의 현실에서 정치적으로 전시회가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생각에 따라서는 굳이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작품이라 해도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 되겠지만 전시회는 현실이고, 특히나 그것도 다수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전시에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된 사드관련 단편영화가 배급사를 통해 전시되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은 자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시를 위해 자문하시는 조직위원회에서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제는 마치도 전시회 자체가 특정 정치집단을 대변이나 하는 것인양 매도를 하고 있으니 그러면 감독도 여기 참여한 작가들도 그리고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화시민 여러분들도 다 정치적인 사람들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대구시민의 문화수준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현재의 전시 시스템에서 감독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나, 세계에서도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사회적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순수예술의 장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감독의 주제설정에 대해 박문칠 영화감독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블랙리스트와 대구라는 지역의 보수성을 본인이 설정한 좁은 프레임 안에 가두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모든 적폐는 일방적인 편 가르기와 흑백 논리로 인해 발생하였습니다. 이것 또한 한국이라는 사회가 안고 있는 양분된 정치사회적 문제들로 인한 사회 구성원 개인의 안타까운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회적 예술’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감독은 어떠한 주제도 새롭게 정의내리고 그러한 명확한 정체성에 입각해서 전시를 기획하고 이끌어갈 갈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감독으로서 본 전시를 위한 ‘사회적 예술’의 범주를 만들었고 그에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였으며 기획의 방향에 맞게 전시하고자 내 자리에서 내 몫의 일을 충실히 하여왔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가책도 없이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여론몰이는 마치 사드에 대한 타인의 생각도 모르면서 그가 성주에 있지 않았다고 하여 정치적 사상을 검증하겠다고 단두대에 올리는 마녀사냥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기성세대와 다른 방법으로 우리주변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바라보는 만40세 이하의 청년작가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감독이 바라보는 ‘사회적 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 보고자 한 전시의 방향설정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은 비록 영화라는 타 장르에서 활동하는 감독일지라도 그쪽에서도 타당하지 않은 것임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오픈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피해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또한 박문칠 영화감독은 그의 최종 불참결정을 전달받고 감독으로서 확인하고자 한 전화를 의도를 가지고 녹음하여 오해받을 만한 부분만을 짜깁기 하여 언론에 배포하였습니다. 그 녹음 시점이 결정 초기임에도 전화녹음까지 하고 이 전시회를 그렇게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도데체 이러한 예술행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이것이야 말로 정치권의 비리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는 현재 어떻게든 이 전시회가 정치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작품 골라내기를 하고 있다는 매우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전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문화예술에서 가장 지긋지긋하고 생각지도 않은 ‘검열’이라는 단어를 마구 갖다 붙이면서 자신의 처지를 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는 저에게도 광주의 예를 들며 전시회를 중단시키고 자신의 편에 합류할 것을 요청 하였지만 저는 전시회 자체의 순수성과 다른 작가들을 지키기 위해 감독으로서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바 있습니다. 녹취의 전체 내용을 들으면, 적어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감독으로서 전시 불참을 결정한 작가에게 조직위원회의 결정을 알리며 위로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매우 일반적이고 예의를 갖춘 상식선의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을 이런 식으로 편집해서 왜곡 전파하는 것은 또한 무엇 때문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친엄마는 아이를 죽이느니 차라리 그냥 가져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예술을 지원하려고 애쓰는 대구시와 조직위원회 그리고 감독을 일방적으로 모독하고, 사회와 분리시키고, 그럼으로써 전시회를 죽이는 공모를 할 것이 아니라 설령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전시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멀쩡하게 당연한 본인의 일을 하고 있는 감독은 물론 전시회의 주최측인 대구시를 향해서 이렇게 까지 블랙루머를 생산하고, 감독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해외작가들에게까지 대구는 예술을 찍어내기 하는 몰상식한 곳이라는 루머를 확산시키는 소동을 부려서 국가와 우리 모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전시회를 황폐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말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회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보고 그 맥락을 상식선에서 이해하여 보면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을 것이 분명한데 이 또한 일부만을 발췌해서 표적으로 삼는 것은 그 의도가 예술 이외의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예술가들조차도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영화기법을 통해 사회적 이슈만을 끌어내려는 사람들로 비춰지지 않겠습니까?

누차 강조했지만 지금 어렵게 마련한 대구 청년미술 프로젝트는 주최측인 대구시와 젊은 예술가들과 대구시민의 뜻을 담아 이제 불과 5일 후면 전시가 열리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많은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또한 그렇게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대구시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이 소중한 전시회가 끝나면 얼마든지 논의에 응하겠습니다. 언론을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흘리지 말고 전시가 끝나고 공론의 장에서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부디 세계의 청년작가들의 전시참여와 이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기대가 더 이상 무차별적인 분노로 훼손되는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어떠한 모함이 있어도 지금은 전시회에 집중하기 위해 일문일답은 하지 않겠습니다. 끝나고 난 다음에 명명백백 밝히겠습니다.

전시감독 김이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