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회 총장재선출 투표 결정에 반발 확산

교수 20명 총투표실시금지가처분 신청···교수회, “임시평의회 열어 의견수렴”

13:42

rytnghl

경북대학교 교수회가 총장 재선출 여부를 묻는 총투표를 결정하자 학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자율성수호를위한경북대교수모임(교수모임) 소속 교수 20여 명은 대구지방법원에 4일 총투표 실시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총학생회도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교수회 총투표 결정이 규정을 어겼으며, 적법한 절차로 추천된 총장 후보자가 있는 상황에서 재선출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18차 평의회에서 교수회는 ‘경북대학교 총장부재사태 문제 해결방안’을 두고 교수 총투표 실시를 결정했고, 29일 26차 임시평의회에서는 총투표 내용으로 ▲총장임용제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인지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할 것인지를 묻기로 결정한 바 있다.(관련기사)

29일 임시평의회 결정의 절차와 내용 모두 논란이 됐다. 당시 임시평의회는 평의원 57명 중 35명(위임장 8명)이 참석해 의사정족수(29명)를 채웠지만, 총투표 문구와 방식을 결정한 표결에서는 16명이 참석(14명 찬성)했다. 교수회 규정상 출석 평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하는데, 표결 인원 자체가 과반수(18명)에 못 미친다.

교수회 규정 제10조 2항에는 “평의회와 분과위원회는 재적 평의원 또는 분과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평의원 또는 분과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한편, 같은 규정 제9조에는 “평의회는 특별히 전체회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안건은 총회에 부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평의회가 아니라 교수총회에서 교수 총투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모임은 “29일 개최된 임시평의회에서 재투표를 묻는 문구를 정했는데, 교수회 규정 10조 2항 의결정족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총투표를 강행하고 있다”며 “교수회규정 제9조에 따르면 교수총투표를 결의한 교수평의회는 업무 범위 밖의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4차례나 임용제청을 거부당하고 나서야 친박계 인사를 추천하고 임용된 한국체육대학교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투표 실시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도 “총장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교수회가 어찌하여 재선거를 운운하는가”라며 “진리가 숨 쉬고 정의가 살아있어야 할 이 나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대학에서 교육부의 억지 아래 무릎 꿇고 재선거를 실시한다면 대학생은 더 이상 정의를 논할 수 없고 자유를 부르짖을 수 없을 것이다. 돈으로 대학을 협박하고 억압하는 교육부의 비상식적 행위 앞에 무너질 수 없다”고 밝혔다.

교수모임 소속 이형철 교수(물리학과)는 “총투표를 하는 의미는 결국 교수회가 재선출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추천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교육부가 위법하게 임용 제청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수회가 재선출 결정을 하게 되면 위법 행위에 앞장서게 되는 것”이라며 “법적 이해당사자인 총장 후보자와 총장추천위원의 의사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행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교수회의 총투표 결정으로 총장 임용제청 거부 문제가 교수회와 교수의 분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계완 교수회 의장은 “과거 함인석 총장 불신임 투표, 법인화 관련 투표 등 교수회가 총투표 결정했을 때도 평의회에서 결정했다. 교수회 규정에 따라서도 평의회에서 총투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회규정 제9조 1항 4번에는 “입학전형기준, 교수업적평가 기준 등 학내 중요정책”이 평의회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문계완 의장은 “관례적으로 실제 출석인원(위임장 제외) 중 과반수로 해 왔다. 앞선 총투표 결정도 마찬가지다. 하자는 없을 것이지만 해석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내 구성원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임시평의회를 다시 열어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수회는 오는 9일 관련 임시평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북대는 총장직선제 폐지?이후?지난해 10월 선거를 치러 김사열 교수를 총장 후보자 1순위로 선출했다.?하지만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총장 공석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김사열 교수는 지난 1월 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8월?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가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