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의 세대별 노동조합입니다.”
대구청년유니온(청년유니온 대구지부)을 소개하며 수없이 했던 말이다. 청년들을 만나 단체를 소개할 때마다 그들에게 노동조합이 여전히 낯선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 그럴까?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조건이 개선된 경험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저해 하는가?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면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이 규정하는 노동자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택배, 학습지 노동자 등 특수고용형태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몇 년간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또한 조합원 중 해고자·구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교사·공무원 노동조합은 법외 노동조합이 되기도 했고 청년유니온은 약 3년간 설립 신고를 하지 못했다. 노조법에 행정관청이 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부당노동행위 신고 건수는 617건이었는데 이는 2016년에 비해 약 100건이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신고 건수 중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어간 송치율은 20%고, 이 중 검찰이 기소한 비율은 2018년도에 12.2%까지 줄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8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협약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올해 7월 국무회의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안과 함께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노동3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곳곳에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항들이 있다.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지만 노동조합 임원 자격은 조합원으로 한정한다. 교섭대표 노조 결정·파업 찬반 투표 시 조합원 산정에서도 제외된다. 이는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규약을 제정하고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ILO 제87호 협약에 위배된다.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했지만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 중 하나인 근로시간 면제한도제도(타임오프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생산 및 그 밖의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에 대해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내용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협약 취지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결성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모든 조항에 노동조합 활동을 막는 족쇄와 같은 조건이 달려있다. 자율성을 잃은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ILO 협약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