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 10년 독자회원을 만나다] “대구가 새로운 세상으로 확장되도록, 방향을 이야기했으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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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결정하는 것. 그 누구도 나의 의지 앗아갈 수는 없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결정하는 것. 빼앗길 수는 없네.” 내내 유쾌하던 그가 힘겹게(?) 주최측의 동의를 얻어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구슬펐다. ‘T4’로 이름 붙여진 노래 가사는 그가 직접 썼다. T4는 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나치가 전쟁 수행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독가스 생체실험 대상으로 이용한 작전명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도 당시의 나치와 다를 것 없는 인식으로 장애인을 대우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전국적인 관심 인물이 된 박 대표는 <뉴스민>을 10년째 후원하는 독자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장차연)에서 진행된 <유언을 만난 세계> 북콘서트 이야기 손님으로 초청된 그와 10년차 <뉴스민> 독자회원으로서의 평가와 기대를 들었다.

Q. 대표님이 <뉴스민>을 10년째 후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저희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계기가 있을까?

기억을 못하죠. 누군가가 하라고 아마 강압적(?)으로 했을거예요.

Q. 누군가가 누구인지 기억은 안 나세요?

아마 <비마이너>(진보적 장애언론) 이쪽에 관련됐을 거 같아요. 대구였을 수도 있구요. 제가 또 대구 사람이라서. 저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뉴스와 관련해서 진보적 의제를 담는 곳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뉴스민>은 대구장차연 투쟁 관련해서 가장 많이 접하기도 하고. 저도 요새 보수 언론에서 마치 이상하게 나가는 것도 있는데. 언론 환경, 결국 운동은 말을 해야 되는 건데, 많이 담아주어야 하고, 이야길 들어줘야 해요. 몸만 있어선 안 되죠. 몸은 실천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기존 언론에 기댈 것이 전혀 없었어요. 단편적이고, 매우 시혜적이거나, 어떤 관점도 없이, ‘무개념 상팔자’의 방식으로 다뤄왔어요.

Q. 최근 지하철 투쟁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좀 하셨을 것 같은데요.

2001년도에 이동권 투쟁할 때 지하철로 내려가고,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등장할 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파편적이고 단편적이었어요. 그냥 왜 저럴까라고 생각해 주는 것만 해도 관심이라고 생각했을 때, 언론에서 이 주제를 100분 토론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20년 전 언론을 바라봤던 시각이었구요.

20년 동안 투쟁하면서 주류 언론이 장애인 문제를 나쁜 방식이든 좋은 방식이든 제대로 다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대로’라는 말은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깊고, 넓은 이런 방식의 시야를 갖고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 것들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비마이너>나 <뉴스민> 같은 언론이 등장한 의미기도 한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지하철 투쟁하면서 다루는 방식은 갑자기 ‘아, 뜨거워’ 이런 거예요. 장애인 이동권, 특히 우리는 장애인 권리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싸우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 다루기 시작을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주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가다가 일부 심층 보도도 하고. 그러면서 언론도 입장에 따라서 갈라지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뭐 불쌍했든지 간에 좀 우호적인 ‘왜 저럴까’였는데, 좀 지속되니까 이제 불특정 다수를 발목 잡는 아주 악질적인 단체라고 갈라치고, 유튜브나 이런 데서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고, 한편으로는 좀 더 깊이 있는 보도나 이런 걸 통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느낀 게 90%가 우리를 욕하더라도 무관심보다는 낫더라. 장애인이 어떻게 죽든 아니면 중증장애인의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해하고 또 죽어가는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그냥 ‘안 됐다. 오죽했으면’ 이런 방식인데 왜 죽이게 만드는가 라는 구조들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잖아요. 그래서 90%가 넘게 대한민국 사회가 우리를 욕할 때 진짜 본질적인 대한민국 사회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처음에 대구 사람이라고도 하셨는데, <뉴스민>은 대구경북을 주로 해서 보도를 하고 있어요. 지역언론으로서 <뉴스민>은 어떤 보도를 해야 대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느데 일조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소위 정상이라는 기준을 보면 서울 어느 대학, 어느 기업, 이런 방식으로 거기에 가지 못하면 다 일탈하는 방식이잖아요. 기준, 가치가. 지역조차도 그런거 아닌가요. 저는 대구는, 뭐 지역은, 이런 언론은 거길(소위 정상이라는 기준)을 떠나버리면 좋겠어요. 미련 없이 떠나서 여기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면 좋겠어요. 근데 그 새로운 세계가 그냥 독자적인 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 하나의 확장, 이 세상의 가치들을 확장시키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그렇지 않죠. 오히려 더 중앙 정치에 기여하고 이런 아픔은 있지만 여기서 갈아야 될 이런 환경은, 밭은, 새로운 세상의 확장 방식이었으면 해요. 대구가 갖는 어떤 특성이 ‘인권이 존중되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이런 이야길 하듯, 대구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뉴스민>은 어떤 매체가 됐으면 하시나요?

새로운 세상을 확장하면, 거기에 방향을 제시한다기보다 “날 따르라”, 이런 ‘팔로우 미(follow me)’보다 이런 것들에 대한 방향이 있다라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죠. 언론은 이야기를 해줘야죠. 객관적인 사실을 취재하는 것도 있지만, 또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세상에 대한 제시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세상에 대한 제시를 해주시면 그걸 가지고 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겠죠.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