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에 기회 꼭 온다···중요한 건 당의 자강”

정의당 당 대표 후보 인터뷰
“몇 년간 정의당 내부 시스템 너무 많이 무너져”
“최대 정파에 취약 지역 기반 다지는데 선두 서달라 요청”
“'페미정당 공격' 위축될 문제 아냐···추모 정치를 넘어서야”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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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당 대표 후보는 1강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다. 민주당 의존론 실패, ‘페미정당’, 안정론 등이 그를 향하는 비판의 날이다. 11일 오후 <뉴스민>과 만난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불안하고 위태로운 당을 강하게 뭉쳐 존재감을 부각시키 위해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청년 당원들과 만난 직후 테이블만 바꿔 인터뷰를 진행한 이 후보는 청년 당원들에게 “많이 혼났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무엇보다 자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영국 전 의원의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 승리를 예로 들면서, 민주당과 연합도 민주당을 압도하고 국민의힘에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당의 실력과 힘을 기른 후 필요에 따라 연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른바 ‘페미정당’ 낙인에 대해서도 실제로 정의당이 당 차원에서 노력해 입법으로 성과를 낸 것은 페미니즘 의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골이 깊은 젠더 갈등의 구조에서 정의당이 갖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페미정당이라고 공격받는다고 위축될 문제가 아니라 추모의 정치를 넘어 대안적인 해결을 위한 길에 힘을 가질 수 있는 당 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당 대표 후보

Q. 대구‧경북에 오면 떠오르는 정치인을 1명만 꼽자면?

오늘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떠오른다. 최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대구‧경북 지지율 1위를 했다고 들었다. 향후 정국에서 누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다.

Q. 당 대표 선거 마지막 유세다. 정의당 선거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의당의 존재감이 굉장히 약해져 있다는 점이 당 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제3당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양당 체제 안에서 우리의 독자성을 정확하게 어필하지 못한 과정을 이번 선거 준비 기간에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갑자기 이념 논쟁까지 나오고 있는데, 특정 이념의 깃발을 들지 않아서라기보다 제3당 정치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잘 뚫고 나가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Q. 지방선거에서 진보당과 당선자 차이는 어디에서 왔다고 보는가?

정당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에게 평가받는다. 그 평가는 일상의 축적을 통해 나타나는 건데, 지난 몇 년간 정의당의 내부 시스템이 너무 많이 무너졌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움켜쥘 수 있는 힘이 준비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이 역대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대선 이후 지선이 곧바로 이어졌다. 여러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한다.

Q. 지난 지방선거 대구‧경북에선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대구 서구의원 3선을 지낸 장태수 전 정의당 대변인이 “내 역할은 끝났다”며 정치 은퇴를 밝혔다. 당 대표가 된다면 대구‧경북에서 지역 집권 전략은 무엇인가?

영남권에서 민주당보다 진보정당이 부각됐던 시절도 있었다. 많은 걸 한꺼번에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지역에 후보를 잘 선정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모든 지역에서 정의당이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곤 보지 않는다. 한두 명의 대표적인 정치인을 통해 ‘정의당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존재감을 가질 수 있네’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Q. 얼마 전 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포함한 원내정당이 정치개혁법을 발의했다. 이 후보가 생각하는 선거제도, 정치개혁(지역정당 등) 방향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의견으론 이상민 의원이 낸 정치개혁안도 좋다고 본다. ‘정의당의 상황에선 그 법안이 통과되면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데 모든 활동가가 전력투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구 따로, 비례명부 따로 있는 현행 선출 방식이 정의당에게는 양날의 칼이 됐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비례 몇 석이라도 가지면서 정의당이 원내정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여진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결국 우리가 원내에 진출하려면 저 문을 뚫고 들어가야 된다’며 활동가를 몰아넣은 측면도 있다.

이상민 의원의 안을 통해 중대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석패율제까지 간다면, 정의당도 더 깊숙이 지역으로 파고들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대표가 되면 당론으로 논의를 해야 할 문제다.

Q. 정의당의 문제 중 하나로 민주당과 차별점이 없다는 게 꼽힌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연합정치를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과 연합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적 없다. ‘자강 없이 독자노선만 얘기하면 등대 정당이 되고, 자강 없이 연합정치만 얘기하면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중요한 건 당의 자강이다. 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즉 자기 방향성이 뚜렷해야 하고 그 방향성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체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연합정치를 하지 말자는 건 정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일각에서 선거연대 없이 우리가 이길 수 없다고 말할 때, 경남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연합을 성취해낼 수 있었던 건 민주당을 압도할만한 지지율을 갖는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합을 통해 민주당이 밀어줘도 국민의힘을 못 이길 후보와 누가 연합을 하겠나.

결국 당의 힘이 없는 상태에서 연합은 이뤄질 수도 없을뿐더러 결국 정체성 상실로 가게 된다. 또한 어떤 정당과도 연합하지 말자는 건 정치를 하지 말자는 뜻이다. 국회에는 다양한 연합정치에 대한 요구가 있고, 그게 국민의 이익과 부합하는 방향이라면 해야 한다. 심지어 국민의힘과도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면 연합할 수 있다고 본다.

Q. 이정미 후보는 정의당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 출신이다. 정의당 지지율 고전의 원인에 인천연합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대표단 토론회에서도 얘기했지만 당내 모든 정파, 특히 최대 정파의 자기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위 최대 정파들에게 우리 당에 가장 취약한 지역 기반을 다지는데 선두에 서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있다. 구체적으론 총선 전략 지역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Q. 이정미 안정론에 대해 묻고 싶다. ‘지금 정의당 상황을 냉정하게 본다면 안전하게 망하자는 이야기’라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안정론은 새로운 도전자들이 씌운 프레임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 앞서가는 후보는 안정론으로 대표되고 도전하는 이는 변화, 혁신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이 당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나 스스로 말한 적 없다. 다만 지금 시민이나 당원이 현재 이 당에 요구하는 리더십이 무엇인가 묻고 싶다. 지금 당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당의 국회의원 6명과 흩어져 있는 당원의 마음을 강하게 뭉쳐 존재감을 부각시키 기 위해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당 대표는 새로운 무대가 아닌, 당을 지키고 키우는 무대에 서야 한다. 이런 요구를 받아 출마했다.

Q. ‘심상정-이정미를 묶어서 해석하는 건 맞지 않다. 심상정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이정미의 도전은 진행 중’이라고 했는데, 심상정 체제와 이정미의 그림은 어떤 차이가 있나?

대중적인 리더십 교체는 대선을 통해 이뤄진다. 큰 당의 대표자 교체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차기 대권주자가 되느냐, 마느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교체는 사실상 그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 당의 대선후보는 계속 심상정이었다. 심상정, 이정미 둘을 묶어서 보려면 지난번 대선 경선을 내가 극복했어야 한다. 대중적 리더십의 대표성은 심상정이 이어왔다.

내가 지난 당 대선 경선에서 추구하려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업그레이드판인 ‘돌봄혁명’에 대해선 국민과 충분히 소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한 진보정당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면을 겪는 대중의 마음을 보듬는 모습으로 어필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다. 심 의원과 차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

이 상황에서 어려워진 당을 수습하고 일으켜 세우러 나왔다. 일각에선 지난 10년의 심상정-이정미 체제가 민주당 의존론의 실패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당 대표였을 때를 돌아보면 탄핵연대를 입법개혁연대로 발전시키자는 제안, 원내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 개혁에 정의당의 목소리를 내자는 제안, 노회찬 전 대표님이 돌아가신 뒤 창원 성산에 내려가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고 ‘여긴 정의당이 승리해야 하는 곳’이라고 설득한 과정 모두 국민과 당원에게 박수받은 결과물이다.

심상정, 이정미의 민주대연합을 두고 뭉뚱그려서 10년의 실패라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 없다. 이 둘을 묶어서 ‘10년의 무엇’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이정미 정의당 당 대표 후보

Q. 정의당이 젠더 이슈에 함몰돼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모든 정당이 여성주의 정당이 돼야 한다’는 기치에는 공감하지만 세대 간, 성별 간 간극을 좁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이런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이 질문 때문에 지난 2년을 되짚어봤다. 그간 당이 총력을 기울여 싸웠던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 코로나 손실 보상법, 차별금지법과 노란봉투법 등이다. 모두 개별 의원을 넘어 당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젠더 이슈가 이런 걸 다 덮어버렸다. ‘너희는 페미정당’이라고들 하는데, 오히려 당은 페미니즘과 거리가 있는 이슈로 성과를 내왔다. 젠더갈등이 사회적으로 골이 깊다 보니 찬반 대립구도가 강하게 그어져 있다. 작은 젠더 이슈도 최대로 부풀려져서 사람들에게 활용되는 것 같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다섯 개의 의제를 제출했는데, 기자회견 후 기사를 쓴 수십 개의 언론 중 2/3 정도가 ‘대한민국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제목으로 뽑았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그동안 정의당은 피해자 곁에 서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다만 피해를 폭로하고 분노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당역 추모공간에 아직 가지 않았다. 추모하고 폭로하고 화내는 것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이런 피해 여성이 양산되는 구조, 여성이 차별받는 구조에 깊숙이 들어가서 정치적 대안을 내고 실현 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페미정당이라고 공격받는다고 위축될 문제가 아니라 추모의 정치를 넘어 대안적인 해결을 위한 길에 힘을 가질 수 있는 당 대표가 되고 싶다.

Q. 양당 지지율이 대선 시기와 비교하면 제자리 또는 하락세 임에도 정의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22대 총선 전략은?

정의당에게 기회는 꼭 온다. 그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당의 상황에서 12~13곳의 전략 지역구를 선정해 강력한 존재감을 갖는 총선 후보를 준비하는 것, 이게 1번 과제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