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니#45:친절한 김기자]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그리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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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지난 18일 토요일은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여러 추모일정이 진행됐는데요.
 저는 지난주 수요일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대구를 찾아 진행한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일곱 명이 자리해, 참사 당일 밤 가족 소식을 들은 이야기부터 지금의 상황까지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유가족 한 분이 “아내와 딸을 잃은 지하철참사 유가족을 만났는데,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오히려 본인이 죄송하다 했다”고 언급한 게 기억에 남아요.
 이런 연대의 움직임 건너편에선 순수성 시비가 일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하철참사 추모행사를 두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나 시민단체 참여 등을 꼬집으며 ‘정치 투쟁’이라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인데요.
 참사 이후 2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무엇이 해결되고 무엇이 해결되지 못했을까요? 대구지하철참사를 대하는 ‘대구시’의 입장과 책임에 대해 이상원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식이 진행됐습니다. 유족과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 3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이상원 기자님. 이번 주 ‘친절한 김 기자’가 PICK한 기사는 2월 15일 자 기사 👉홍준표, 대구지하철참사 추모행사 순수성 시비···“정치 투쟁과 다름없어”입니다. 홍준표 시장이 대지하철참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어떤가요?
  이 기자: 정확한 입장이야, 그분 마음속에 들어가보질 못하니 알 수 없겠죠. 엿볼 수 있는 근거는 있는데, 지난 15일에 홍 시장이 직접 쓴 SNS 글입니다. 그 글을 보면 홍 시장은 참사의 상처가 ‘대부분 아물었다’고 생각하구요. 보·배상도 충분히 이뤄지고 관계자 처벌도 이뤄져 사건의 진상도 모두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나 민주노총 같은 소위 ‘외부세력’, 이들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모이는 걸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아마도 이제 겨우 1년도 채 시장직을 수행하지 못해 20년이나 흘러온 지하철 참사의 추모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인식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홍 시장이 지금껏 정치 활동을 해오면서 지하철 참사 추모식에 참석한 적 있다거나 발언을 한 내용이 특별히 확인되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은데, 문제는 모르면서 다 아는 척 한다는 거 아닐까 생각해요.

 

  김 기자: 어렵게 출범한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수개월 째 공석입니다. 지난 20년 간  팔공산 상인들과 유족이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죠. 이처럼 여전히 현안이 많은데, 대구시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기자: 2003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추모 사업 문제가 꼬이기만 한 건 아무래도 대구시의 무능력 탓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사고 직후부터 진상 규명이나 희생자 수습보다는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분노를 샀으니까요. 첫 단추를 잘못 채우다보니 이후에도 삐그덕 될 수밖에 없겠죠.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전재영 씨가 한겨레와 인터뷰한 내용 기사가 있는데, 참고해보면 참사 다음날 대구시는 군부대를 동원해서 현장을 청소하고 잔재물을 안심차량기지 야적장에 보냈어요. 전 씨는 이 사건 직전까지는 대구시를 믿었지만 이 사건 이후 시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해요. 아마도 다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이후부턴 유가족과 대구시의 화합을 기대할 순 없었고, 갈등의 연속이었죠.

 

그나마 2014년 권영진 시장이 당선된 후 이 문제를 풀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어요. 안전문화재단도 이때 만들어지게 됐고, 안전테마파크가 인근 상인들과도 다른 방법으로 갈등을 풀려고 시도를 했죠.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진 셈인데, 홍준표 시장이 들어서면서 다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거예요. 현재의 대구시는 이전에야 뭘 했듯 홍 시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진전시키지 않는 모습인데,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밤 10시 30분, 대구시 동구 안심차량기지 벽 옆에서 시민 20여 명이 추모제를 지냈습니다. 안심차량기지 안에는 20년 전 참사 현장이 담긴 전동차량이 보관돼 있습니다. 
  김 기자: 홍 시장이 본인의 SNS에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민노총, 시민단체 등이 모여 매년 해오던 추모식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썼는데요. 유가족위원회에 유가족 자격이 안 되는 이는 배제 절차를 취하겠다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순수성’에 대한 언급, 재난참사 유가족에겐 늘 꼬리처럼 붙지 않나요?
  이 기자: 그렇죠.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건데, 구시대적이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구시대적이어서 그런 것 같지만은 않고요. 정치적 포석이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일단 주요 피해자 단체의 리더들이 홍 시장이 말하는 유가족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분이 윤석기 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이죠. 본인 스스로도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홍 시장이 말하는 자격 없는 이가 자신을 가르키는 것 같다고 했죠. 윤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희생자 단체는 추모사업과 관련해 대구시의 이면합의를 주장하는 단체이기도 해요. 2005년 대구시와 위원회가 이면합의를 통해 안전테마파크를 추모공원으로 하고 이곳에 희생자들의 추모묘역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거죠. 대구시의 묵인 아래 32명의 희생자 골분을 이곳에 묻기도 했고요. 홍 시장은 여러 사안에서 메시지 보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이것도 같은 수순이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대표자의 자격을 문제 삼아서 그들의 주장 전부를 ‘오염’시키는거죠. 향후의 대구시 대처가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

 

 김 기자: 추모 사업, 부상자 보상 등 아직 남은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 기자: 맞아요. 영구적인 부상을 입은 분들은 평생을 병원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데요. 사고 이후 일정한 보상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 보상이 이분들의 평생을 책임질 수준이 된다고 볼 순 없겠죠.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져서 제대로된 사회 생활이나 노동을 할 수 없게 됐으니까요. 최소한의 지원으로 지난 2019년에 대구시가 치료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는데, 그 조례의 기한이 올해 말까지라고 해요. 일단 조례상으로도 심의를 통해 기한 연장을 할 순 있다고 되어 있고, 대구시도 심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긴 한데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홍 시장의 대구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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