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성적표···경북은 웃고 대구는 울상

저조한 대구···경북은 1억 넘는 지자체도 16곳
예천군, 2,000건 넘는 기부건수, 4억 넘는 기부금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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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간 대구·경북 지자체 모금 내역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격차가 확연하다. 경북 일부 지역에선 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활발한 모금이 이뤄져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도 나오는 반면, 대구에선 운영비 확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6개월 동안 4억 7,000여 만원을 모금한 예천군의 경우, 4건 중 1건이 고액기부(100만 원 이상)였지만, 대구 수성구는 고액기부가 1건도 없다.

올해 처음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를 하고, 세액공제와 지역 답례품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됐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모아 복지, 문화, 예술 등 주민복리증진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뉴스민>은 정보공개 청구와 양경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등을 통해 대구·경북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1월~6월) 현황을 살폈다. 지자체들은 기부 건수와 액수, 답례품 종류, 소액건수 등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에 당초 부분공개했다가 이의신청을 거쳐 모두 공개했다.

대구 지역 지자체는 경북 지자체에 비해 고향사랑기부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7월부터 대구로 편입한 군위군은 경북으로 집계). 대구는 기부건수는 대구시가 50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기부금액은 달성군이 3,663만 1,800원으로 가장 많았다. 달성군이 9개 지자체 중 고액기부가 6건(2,5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영향이다.

▲ 대구시와 8개 구군의 올해 1~6월 고향사랑기부제 실적 

100만 원 이상 고액기부는 수성구가 대구·경북 33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 1건도 없고, 대구시도 2건에 불과하다. 대구는 지난 1월 대구시 홍보대사인 양준혁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이 500만 원 고액기부를 한 일을 보도자료로 홍보했지만, 다른 고액기부 사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는 비공개 결정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고액기부가 저조해서 공개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무조건 공개를 염두하고 기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양준혁 씨는 뉴스가 나가기로 사전 동의가 됐다보니 보도자료가 나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경북보다 대구의 경우 관련 정보공개를 꺼리는 모습이 확인됐다. 대구 A 지자체 관계자는 “저희도 제도는 시행했는데 실적이 안 좋다 보니까 고민이 크다. 저희도 노력은 하지만 잘 안 되고 있다”며 “상반기에 비해 훨씬 줄어드는 분위기다, 아예 실적이 없는 주간도 있다. 아무래도 도시 지역이다 보니 모금에 있어서 불리한 분위기가 있다”고 토로했다.

B 지자체 관계자도 “광역 기초자치단체에선 ‘고향’이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다보니까 전반적으로 저조한 분위기다. 지자체장까지 나서는 곳이나 전담팀을 마련해 열심히 나서는 곳과 이곳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모금 현황 정보를 비공개하게 되는 이유도 지자체 간에 줄 세우는 분위기가 있어 부담이 된다. 답례품도 지역 특산품 선정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보니 고민이 되고, 우리는 홍보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대구···경북은 1억 넘는 지자체도 16곳
예천군, 2,000건 넘는 기부건수, 4억 넘는 기부금

경북은 대구보다는 상황이 낫다. 경북도와 23개 시·군 평균 1억 6,0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확보했다. 예천군이 4억 7,359만 6,000원, 경북도 3억 2,438만 8,300원, 의성군 3억 2,013만 8,200원 순으로 많다. 6개월 사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을 모은 지자체가 경북도를 포함해 16곳이다. 예천을 포함한 8개 지자체는 1,000건이 넘는 기부건수를 기록했다. 예천은 고액기부도 126건, 2억 5,000만 원이나 이뤄졌다. 의성군도 고액기부 건수는 67건으로 예천에 비해 적지만, 기부금은 2억 2,100만 원에 달한다.

의성군 관계자는 “출향인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많았다. 고액기부도 많다 보니 예상 보다 더 많은 모금액이 모였다. 출향인 모임에서도 자체적으로 홍보가 잘 된 것 같다”며 “당초 2억 5,000만 원을 목표했는데, 10억까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북도와 23개 시군의 올해 1~6월 고향사랑기부제 실적

다만 경북 안에서도 희비는 엇갈린다. 경북 C기초지자체 담당자는 “경북 안에서도 향우회가 활발한 예천이나 의성 같은 곳들이 모금이 잘 되는 분위기”라며 “저희도 3억 목표액을 설정해서 운영비 예산을 잡았는데,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금 방법이나 홍보 방법에 제약이 있다보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 나름대로 홍보를 하지만 실적이 안 좋은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는 운영비 확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는 전년도 기부금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15%까지 고향사랑기금을 조성할 수 있고, 이를 운영비로도 쓸 수 있다. 많은 기부금을 모을수록 많은 운영비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위해 적지않은 비용을 썼다. 고향사랑기부제 시스템(고향사랑e음) 구축을 위해 각 지자체는 2,893만 2,000원을 지출했고, 매년 시스템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만 834만 4,000원이다. 여기에 답례품 구입 및 배송, 홍보비, 답례품 선정위원회 수당 등 운영비는 별도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