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고향사랑기부제 아이디어도, 의지도 없는 대구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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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지난 6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SM타운 투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성동구 성수동 소재 SM 사옥 내부를 SM 직원의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1회 당 정원 10명으로 정해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성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된 올해 초부터 해당 업체와 협의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기부처에 대한 계획도 내놓았다. 성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직장인들이 업무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 개최, 보호종료 아동 사회 정착 지원금 등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소셜벤처와 스타트업 기업들이 수 백 개 모여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지난 6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SM타운 투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우연히 성동구의 고향사랑기부제 소식을 접하곤, 취재를 하며 느낀 답답한 마음이 조금 해소됐다. 올해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취재를 위한 정보 확보를 위해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6개월 간 기부액과 기부 건수, 1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현황, 답례품 종류와 제공 현황, 소액기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부분 비공개였다. 이유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 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 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이런 설명도 붙었다. “기부금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의 과도한 경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 따라 내년 2월에 전년도 기부금은 공개가 된다.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예고’도 있었다.

이의신청을 했다. 감사, 감독, 검사, 시험, 규제, 계약, 기술개발, 인사관리에 해당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공정한 업무 수행과 무관하다. 의사 결정 또는 내부 검토 역시 기부 받은 내역 정보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법에는 비공개 규정이 없다. 이미 기부 받은 내역이기 때문에 정보가 향후 변동 가능성도 없다. 정보를 공개한 지자체도 있는 만큼 비공개 결정은 담당자 자의적 판단이다.

이의신청을 받은 모든 지자체는 정보를 공개했다. 정보공개 청구 시점부터 이의신청을 통해 결과를 받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과정에서 몇몇 지자체 담당자들에게 취재를 했고, 정보공개 청구 내역과 취재 내용을 더해 기사를 작성했다. (관련기사=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성적표···경북은 웃고 대구는 울상(‘23.09.27))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간 대구·경북 지자체 모금 내역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격차가 확연했다. 경북 예천군·의성군 같은 곳에선 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활발한 모금이 이뤄졌다. 전화 너머 들리는 담당자의 목소리도 활기차고 밝았다. 반면 대구 지역에서는 운영비 확보도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처지다. 시스템 운영비와 홍보비 등을 고려하면 밑지는 장사가 우려된다.

취재를 했던 대구 기초지자체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들은 “방법이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경북과 달리 도시 지역에선 사람들이 고향이라는 개념도 없고, 특산품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서 매력있는 답례품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함이 있다는 해명이었다. 일부 경북 지자체 담당자는 “우리는 향우회가 활발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 3월 고향사랑기부제 보도자료에서 구체적 기부 계획을 전하면서, “구는 도심 지역 자치구로서 다른 시각으로 돌파구를 마련, 매력적인 기부금 활용방안을 통해 기부자에게 효능감을 제공하고 실제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인 기부의 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고향사랑 e음)에서 대구 기초지자체들의 구체적 기부 계획도 확인할 수 없었다. 고향사랑기부금 사용처의 일반적인 지침만 확인할 수 있었다. 왜 계획이 없느냐고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기부금이 별로 없어서”라고 할 것인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아이디어에 대해선 “우리 지역엔 유명 엔터테인먼트가 없어서”라고 할 것만 같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