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문학제 ‘다시, 10월 나라를 생각하다’

대구경북작가회의 2023년 10월문학제 개최
전국 47명 시인 참여 시첩 ‘벼꽃을 바치나이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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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4시 대구경북작가회의 10월문학제위원회(위원장 정대호)가 진천동 도나의집에서 제11회 10월문학제 ‘다시, 10월 나라를 생각하다’를 열었다.

기념시첩 ‘벼꽃을 바치나이다’ 출간을 기념한 이정은, 정동수, 이창윤 시인의 시낭송과 10월 항쟁 특별강연 및 좌담, 기타리스트 이동우의 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국작가회의와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제11회 10월문학제 ‘다시, 10월 나라를 생각하다’ 참여 시인들_도나의집(사진=정용태 기자)

“못자리 논 앞에서
두손 비나리하는 어머니도
그 지극간절 바라보는 야윈 둠벙도
뻣시디 뻣신 바랭이풀 일가도
10월 폭풍에 왼쪽 우듬지 찢겨나간
논둑 버드나무 유순한 그늘도
모두 다 하늘님이시라는
어진 하늘님 식솔들이라는
그리하여 서로 그리워하는 것들 눈빛 속에는
하늘님이 살고 있다고 믿으시는 어머니께서
고봉밥 한 그릇 떠놓고
이천식천 천지부모 향해
벼꽃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_홍일선 ‘벼꽃을 바치나이다-1946년 10월 하늘님들께’ 전문

정대호 위원장은 “당시는 미군정, 순경, 일반 공무원들과 민중들 사이의 전선이 형성되어버린 것 같다. 직접적인 계기는 식량 파동이지만 이미 누적된 미군정의 억압정치에 대한 반발이 하나의 화약고를 발화점으로 하여 폭발한 것이다. 그 당시 항쟁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체포, 구금되어 학살의 현장인 가창골로 차에 실려가면서도 ‘달도 하나, 해도 하나, 조국은 하나’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처형의 현장에서도”라고 말했다.

김상숙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특별강연 ‘1946년 10월 항쟁이 남긴 것’에서 “1946년 10월항쟁의 조사범위를 공간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 당시 다수를 차지한 빈민들, 농촌지역 주민들의 항쟁 참여 실상과 항쟁이 주민 생활에 미친 영향 등을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기훈 시인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사)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이사장과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 신영철 준비위원이 나섰다.

좌담회에서 채영희 이사장은 “잊혀질까 노심초사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10월이 정말 잊혀질까… 근데 올해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10월을 기억하고 찾아주고, 젊은 사람들이 동참해줘서 너무너무 힘이 났다. 이제는 제가 내일 죽어도 괜찮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더 힘을 합하고, 이 용감하고 억울하고, 그 시기에 목숨을 초개같이 내던진 아버지들을 기억하고, 10월 항쟁이 대구의 정신으로 전국에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영철 준비위원은 “10월항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왜 기억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글을 쓰시는 분은 글로써, 그림을 그리신 분은 그림으로써, 노래를 하거나 몸짓을 하시는 분은 자기 하는 방법으로”라며 “10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장들이 펼쳐져서 단순히 10월에만 행사가 있는 10월항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그렇게 기억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항쟁 77주년 위령제가 열린 가창골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 한국작가회의 10월문학제위원회가 20여 점의 걸개시를 전시했다.(사진=정용태 기자)

“그해 섣달그믐날 어스름 속으로 함박눈 쏟아질 때, 무 써는 소리 풍덩풍덩 격자무늬로 널어놓은 손자며느리 뒷모습에 어린 날 오마니가 겹쳐 울컥해진 아흔둘 노인 오마니! 외쳤다 한다 서북청년 그 북녘기러기 눈에 비친 손자며느리 뒷모습은 얼마나 거룩한 풍경이었겠는가”
_이중기 ‘거룩한 풍경’ 전문

이하석 시인은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은 다큐멘터리를 하고, 시 쓰는 사람들은 시를 쓰고, 소설 쓰는 사람은 소설 쓰고 해서, 텍스트들이 많이 축적이 되면, 아마 10월 문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알리려 그래도 잘 안 알려져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작품을 가지고 텍스트 자체로서 그 세계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부상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바랐다.

2013년 시작한 10월문학제는 해마다 10월문학제를 열고 기념 시첩을 내고 있다. 올해 시첩 ‘벼꽃을 바치나이다’에는 표제시를 쓴 홍일선을 비롯해 고희림, 권서각, 박승민, 이정연, 이철산, 조선남 등 전국의 시인 47명이 참여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