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⑩ ‘검찰총장 통치자금’ 윤석열 방문 후 대구고검 특수활동비 급증

대구고검 64개월치 특활비 집행 내역 중
유독 많이 쓴 달에 윤석열 다녀가
그다음 많이 쓴 달엔 김오수 다녀가기도
기밀수사보다 검찰총장 ‘통치자금’ 의구심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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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몇 년 전에 어려웠던 시기에 2년 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입니다. 떠나고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2021년 3월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에 왔다. 다음날, 검찰총장 윤석열은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정치인 윤석열로 탈바꿈했고,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3월 3일, 대구고검과 지검을 격려 방문했고, 그 직후인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탈바꿈했다.

마지막으로 대구를 방문한 날 검찰총장 윤석열은 총장 몫 특수활동비 다량을 격려금으로 전달하고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총장들이 지역 검찰청을 방문할 때면, 특활비를 격려금처럼 집행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흔적이 대구 검찰청에서 여러 건 확인된다. 특수활동비를 기밀수사라는 목적이 아니라, 검찰총장 ‘통치자금’ 목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구고검 64개월치 특활비 집행 내역 중
유독 많이 쓴 달에 윤석열 다녀가
기밀수사보다 검찰총장 ‘통치자금’ 의구심

검찰총장 윤석열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대구고등검찰청은 3월 3일 이후 특수활동비 특수를 맞았다. 2021년 3월 3일 처음 100만 원이 지출된 후 하루 새 수백만 원이 여러 명에게 나눠지는 등 한 달 동안 1,449만 1,000원이 사용됐다. 뉴스민이 확보한 2017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64개월치 대구고검 특활비 집행 자료 679장을 분석해 보면 이때보다 더 많은 특활비가 지출된 달은 없다. 3월 한 달 지출 건수만 31건으로 마찬가지로 64개월 동안 이보다 더 많은 지출이 이뤄진 달은 없다.

3월 새 두 차례 대규모 집행이 이뤄졌다. 3월 16일엔 12명에게 440만 원, 3월 31일에는 14명에게 570만 원이 분배됐다. 100만 원부터 50만 원, 30만 원, 20만 원 등의 현금이 여러 명에게 차등해 지급됐다. 16일과 31일 이틀 동안에만 1,010만 원 사용됐는데, 64개월 동안 대구고검이 월 평균 특활비로 390만 원을 쓴 걸 고려하면, 하루 만에 월 평균치 만큼 나간 셈이다.

대구고검에서 64개월 동안 이처럼 10명 이상에게 수백만 원이 나눠진 사례도 5차례에 불과해서 흔한 일은 아니고, 3월 16일과 31일을 제외하면 3월 3일(100만 원), 3월 24일(159만 1,000원), 3월 30일 (130만 원)에 사용된 게 전부다. 항고 사건을 중심으로 처리하는 고검에서 3월 16일과 31일에 각 수백만 원의 특활비를 써야 할 기밀수사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녀간 후 대구고검 특수활동비 사용량이 급증했다. 특정한 날에 수명에게 수백만 원이 나눠 지급되는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증가 패턴이 확인된다.

검찰총장의 특활비가 기밀수사와 상관없이 총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인다는 의혹은 이미 국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4개월 전 무렵인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고검장 출신 소병철 국회의원은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며 “검찰 안팎에서 특수활동비 배정을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측근이 있는 청에는 많이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청에 적게 주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도 “특활비는 다른 예산과 다르게 대검에서 일괄 받아 간다”며 “일선 청 예산 지도 감독은 하고 있지만, 특활비는 대검에서 일괄 받아가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임의로 집행을 하는거다. 무슨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오수 다녀간 11월에도 특활비 급증
문무일 땐, 대구고검·지검·서부지청
대검찰청 1,230만 원짜리 영수증
같은 날, 서부지청도 1,230만 원 영수증

검찰총장이 기준 없이, 임의로 ‘통치자금’처럼 특활비를 사용한다는 건, 총장 방문 후 특활비 사용량이 급증하는 다른 사례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윤 총장 사퇴 후 임명된 김오수 검찰총장도 2021년 11월 17일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했는데, 김 총장 방문 후에도 고검 특활비 집행액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11월 22일에만 7명에게 340만 원이 배분됐고, 23일에도 7명에게 400만 원이 배분됐다. 11월 한 달 동안에만 1,400만 원이 사용돼 윤 총장이 방문한 3월 다음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 그중 1,150만 원(82.1%)이 22일, 23일을 포함해 김 총장 방문 후 쓰였다.

윤 총장 전임인 문무일 총장 때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다. 문무일 총장은 2018년 4월 19일 대구를 찾아 고검과 지검 뿐 아니라 서부지청까지 방문했다. 문 총장 방문 시점에는 고검이나 지검에선 특별히 특수활동비가 늘어나는 모습은 확인되진 않지만, 대신 서부지청에서 급증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서부지청은 2018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64개월치 자료를 공개했는데, 문 총장이 다녀간 2018년 4월이 64개월 중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달이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1,430만 원이 사용됐는데, 4월 19일 하루에만 1,230만 원이 1명에게 전달됐다. 공교로운 사실은 같은 날 문 총장의 ‘총장 몫 특활비’ 집행에서 동일한 금액의 영수증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집행일자와 10만 원 단위까지 일치하는 이 영수증이 서부지청에 건네진 특활비로 추정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8년 4월 19일. 대구 지역 검찰청을 격려 방문했고, 같은 날 대검찰청과 서부지청에선 동일하게 현금 1,230만 원이 지급된 영수증이 확인된다.

공교롭게도 여러차례 반복된 검찰총장 방문과 특활비 집행량 급증 사례는 특활비의 검찰총장 특활비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지역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수입선’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내려오는 정기지급분과 수시지급분 이외에는 없다는 걸 고려할 때, 검찰총장 지역 순회 이후 늘어나는 해당 지역 검찰청의 특활비는 ‘총장 몫 특활비’ 등이 그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검찰총장이 지역 검찰청을 방문했을 때 그 시기에 유독 그렇게 액수가 늘어난다는 건 수입이 늘어났다는 거다. 수입이 늘어날 주머니는 검찰총장이 수시로 사용하는 일종의 수시 지급분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 그쪽이 수입처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총장이 왔을 때 금일봉처럼 주고 그걸 받은 쪽에서는 많이 받았으니까 그때 유독 많이 썼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사퇴를 하기 직전에 쓴 특수활동비가 만약에 지역 검찰청으로 전달된 게 있다면 그게 과연 적절한 지출인지는 그때 따져봐야 될 것”이라며 “대검찰청이 지금 정보 공개를 굉장히 미루고 있기 때문에 대조가 지금은 어렵지만, 결국 대조해보면 다 나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이상원,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