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7月호] 아버지 말고 정치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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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한민국 최초로 퀴어문화축제에 직접 발걸음을 한 시장이 되었다. 앞서 홍 시장은 ‘성 다수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성 소수자의 권익을 짓밟고,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6월 17일, 예정대로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자 홍 시장은 직접 공무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나는 대한민국 검사를 한 사람이다. 내가 대구경찰청장보다 형법을 모르겠냐 (…) 그런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구경찰청장을 비난하며 축제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 홍 시장의 말은 기독교단체의 피켓에 적힌 혐오 발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정당한 집회에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홍 시장은 가처분 신청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홍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성다수자의 권익’이 중요하다는 말의 숨은 뜻은 ‘다수자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이 아닐까.

정치인들은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큰 유권자 집단을 공략한다. 그 중 대표적인 집단이 기독교 집단이다. 교회에 참석해 교인들과 소통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의 ‘차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를 사전 억제하고 위축시켜 기본권 보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주관적인 말들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인이라는 권력자의 혐오 동조는 특정 기독교인들이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교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재인식하고 혐오를 재생산하게 한다. 일부 기독교 단체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꾸준히 조직적 맞불집회를 열며 직접 등장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퀴어 파티 현장에, 파티를 엎으려는 이들도 함께였다.

기독교 내의 성 소수자 혐오 세력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바탕삼아 성 소수자를 ‘박해’해 왔다. 전기 충격을 통한 성적 지향 전환 치료 같은 명백한 학대 행위도 성소수자가 그들에게는 환자라는 이유로 행해졌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시간에 동성로 곳곳에서 집회를 열며 ‘동성애가 나라를 망친다’, ‘동성애 독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 차별금지법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법이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게 만든다고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기독교 측에서 전국의 29개 기독교 연합 단체들이 서울나쁜차별금지법반대기독교연합을 창설했다. 이들은 22년도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정일영 의원이 격려 방문했다. 이는 마침 정치적 위험을 지지 않으려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지 않던 정치인들이 그 목소리를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꾸준히 기독교 단체 소속 유권자들에게 기대오고, 복지 체제를 교회에 위탁하다시피 하는 지자체 또한 교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복지를 교회가 위탁받아 진행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기독교는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라는 교리 하에 봉사를 장려해 왔다. 이러한 교회의 복지 사업은 점차 발전하여 지자체의 예산을 받아 지역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구조에 이르렀다. 교회는 이러한 복지 사업을 통해 선교활동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길 원하면서도, 교리에 맞지 않는 영역은 철저히 혐오의 프레임 속에 가둔다. 즉, 이들은 본인들의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권력을 만끽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사랑과 나눔 정신과는 모순된다. 이 이야기는 교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교리에 맞지 않는 사람들, 혹은 교인들과 그들이 생각하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와 사회는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것이다.

글_표출지대_김지민
사진_김지민 김지효
pyochuler@gmail.com